도구의 기원
인류의 발달 과정은 도구 제작 기술을 기준으로 하면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그리고 철기 시대로 구분된다. 각 시대는 신비스러움이 넘치지만 그만큼 이에 대한 인류의 의구심 역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시기가 있다면 바로 청동기 시대다.
구석기와 신석기시대에서 사용했던 도구들은 모두 ‘돌’로 만들어졌다. 당시 돌의 사용은 문명이 없는 원시인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청동기 시대의 돌은 이전의 돌과는 다르다. 원시인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돌에서 뭔가를 얻겠다고 온도를 1,084 °C 까지 높여서 구리를 뽑아냈을까?
(참고로 철은 온도가 1,530 °C 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 당시 자연 상태에서 1,000 °C가 넘게 온도가 높아지는 것이 있다면 화산에서 나오는 마그마 정도일 터인데 그것을 보려고 인간이 직접 용암의 화구까지는 가지 못했을 것이다. 여하튼 어떤 이유인지, 그리고 어떤 필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시인들은 구리와 철을 돌에서 녹여내어 자신들의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판단해보면 돌을 녹일 수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혁신적인 시도임은 틀림없다. 문명의 시작은 이렇게 돌에서 시작됐고 지금은 철 대신에 디지털 장비의 소금이라고 할 수 있는 희토류 rare earth resources를 찾기 위해서 전 세계가 혈안이다.
도구의 변화는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알려준다. 문명, 문화와 함께 도구는 여러 형태로 끊임없이 변이와 변태를 거듭해왔다. 지금 책상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 브랜드라 칭하는 대부분이 실제로는 ‘도구’다.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포스트잇까지 모두 인간의 생활을 보다 행복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탄생한 도구, 그러니까 인생의 소품들이다.
도구는 사람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그대로 투영하는 산물이다. 박물관에 있는 도구들을 보면서 우리는 옛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만약에 지금 당장 빙하기가 도래하고, 지구판이 깨져서 대륙이 충돌하고 거기에 행성의 충돌이 더해져 이로 인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죽고 극소수만이 살아남아 원시시대가 다시 시작됐다고 치자. 그렇게 문명이 리셋되고 다시 2,000년이 흐른 뒤 박물관에 남겨진 우리의 도구들을 보면서 후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예를 들어 5,000개가 넘는 대한민국의 쌀 브랜드를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은 우선이 좁은 땅에서 5,000개의 맛이 다른 쌀이나 왔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어쩌면 같은 도구에 수많은 이름들을 붙이면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돌을 녹여서 청동을 얻어낸 원시인에게 놀라고 또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미래의 인류 도전 세계적으로 수천 개가 넘는 물 water 브랜드를 도무지 이해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원시인들을 돌을 가공한 특성에 따라 분류하듯이 그들도 우리가 사용하는 브랜드를 보면서 우리를 분류할지 모른다.
인간의 역사는 도구의 역사다. 지금은 그 도구가 브랜드라는 이름과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단서는 그런 도구를 만드는 것이 바로 인간의 생각이라는 점이다. 생각은 결과를 낳기 때문에 우리는 도구(브랜드이자 결과)를 보면서 인간의 생각을 연구해야 한다. 그것 이바로 브랜드 관점의 역사 연구다.
원시인들은 돌을 태워가며 문명을 이루었다면 지금은 브랜드를 만들면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당시 혁신적인 방법으로 돌에서 철을 뽑아냈듯이 지금은 상품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했고, 또다시 심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묻겠다. 돌에서 구리를 뽑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상품에 가치를 주입하는 것이 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