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SSG),1913 송정역 시장, 29CM, 비비고의 스콜레 편집 후기
이 말을 코카콜라 사장 중에 처음으로 누가 언제 왜 말했는지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다.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핵심가치를 알고 있는 사장이라면 누구나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코카콜라뿐만 아니라 애플, 할리데이빈스,스타벅스, 불가리, 샤넬 등. 이런 브랜드의 사장도 코카콜라 사장과 같은 의견일 것이다. 왜냐하면, 브랜딩의 결정체가 네이밍이기 때문이다.
커넥츠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쓱(SSG), 1913 송정역 시장, 29CM 그리고 비비고의 공통점은 모두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이름값을 하는 브랜드다. 소개된 브랜드 이름에 철학과 전략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시장 성공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겠다. 그 대신에 왜 브랜드 전략의 시작이 네이밍인지 그리고 네이밍이 어떤 위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런 네이밍 지식을 가지고 커넥츠에 있는 쓱(SSG), 1913 송정역 시장, 29CM 그리고 비비로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에 나와 있는 네이밍 전략을 살펴보면 더욱 입체적으로 그들의 성공을 간접 학습을 할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원래 이름은 <파블로 디에고 호세파우 라네포 뮈세노 레메디오스 트리니다르 루이스이 피카소>이다. 왜 이렇게 길게 지었을까? 부모님의 장난은 아니었겠지만 피카소의 풀 네임을 부르는 것은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혹시 공문서에 파블로 피카소의 풀 네임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면 칸이 부족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피카소만큼 긴 이름이 있다. 코미디에서 장난 삼아 만든 긴 이름이지만 지금까지도 386세 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름이다. 그 이름은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사리사리센터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이다. 이 코미디 프로가 나왔을 때 학교에서 이 이름을 완벽하게 암송하는 것이 한때 유행이었다. 아무리 긴 이름이지만 길어도 수십 년이지 난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로 강력한 이름이다.
[피카소와 김수한무]처럼 긴 이름에는 부모의 소원, 집안의 역사, 아이를 향한 비전 등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2~4자로 구성된 우리의 이름에도 부모와 가문의 역사(이름에 돌림자를 쓰는 경우)가 있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이름처럼 살기를(되기를) 바라며 운명 같은 이름을 지어준다. 그래서 이름을 인생의 비밀(소망, 기원, 꿈, 비전 등)을 밖으로 보여주는 유전자라고 말한다.
인간의 유전자 666,000개 중 지적 알고리즘의 정보를 가진 Exon 유전자는 어림잡아 33,300개라고 말한다. 33,300개의 유전자는 인간의 24개 염색체에 들어 있는데 각 염색체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풀면 그야말로 무병장수를 비롯한 초인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놀랍게도 과학자들은 2001년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하였고 염색체별 해독작업을 통해 각 염색체의 염기 쌍과 유전자 수 그리고 변이 시 특정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염색체에 우리가 되는 모든 정보와 성장과 진보의 방정식이 있다는 이야기다(잘 안 믿기지만). 인간의 염색체와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 브랜드의 염색체, 바로 브랜드의 네이밍에도 인간의 것과 비슷한 염색체 구조로 되어 있다.
네이밍에는 어감, 컬러, 성격, 태생, 업종, 철학, 전략, 비전, 사명, 성별, 상품의 질, 호감도와 충성도, 차별 등 수십 개의 브랜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브랜드 네이밍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미지가 자신의 지적 자산이며 가치인 연예인은 자신의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다. 따라서 연예인들은 더욱 나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예명을 사용한다. 먼저 연예인 몇 명의 예명(브랜드화된 이름)을 살펴보자.
'손언진, 김태평,이본숙, 황정만,나말자,안칠현,배춘배'는 어떤 사람일까?
이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들이 주로 맡은 배역은 무엇일까? 이번에는 그들의 예명을 살펴보자.
'손예진,현빈,이 본,황신혜,나현희, 강타, 배용준' 무엇이 다른가?
SSG(에스에스지)와 SSG(쓱)은 어떤 점이 다른가? 분명히 다르지만 구별하여 정의할 수 없다면 브랜딩이 구축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비슷한 실험을 마케팅의 구루인 필립 코틀러는 아름다운 여성 2명의 사진을 가지고 이름이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실험을 했었다. 이 두 명의 여자들은 비슷한 선호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2차 실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2차 실험에서는 사진 밑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한쪽에는 엘리자베스, 또 다른 쪽에는 거트루드라는 이름을 붙였더니 80%가 엘리자베스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 실험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브랜드를 론칭할 때 시도하는 첫 번째 각인적 브랜드 포지셔닝과 네이밍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브랜드 론칭 성공에는 포지셔닝 규칙이 있다. 그래서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때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수하지 않는 것과 기본적인 마케팅 프로세스(네이밍 개발)의 진행만으로도 성공적인 브랜드 론칭을 90% 보장받을 수 있다.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저서인 (미래형 마케팅)에서 이 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브랜드에 적용할 지식을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 이름을 선택할 때, 그것은 가치 포지셔닝과 일치해야 한다”.
200페이지짜리 브랜드 전략 보고서는 2시간이면 모든 임직원의 호응을 받으면서 잘 끝낼 수 있다. 하지만 네이밍의 경우에는 건물 경비 아저씨부터 회장님까지 모두 한 마디씩 한다. 그래서 보통 3~6개월을 끌 때가 허다하다. 급기야 다수결에 의한 선택과 경영자의 주변 측근에 의해서 ‘이게 좋은 것 같은데’라는 지지 발언을 받아서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취향과 전략 틈에 끼어있는 네이밍 개발은 시장 론칭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아이디어에서 철학까지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숭고하고(?) 경이롭기까지 한 작업은 바로 이름을 짓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100시간을 주면서 브랜드 론칭을 하라고 한다면 그중의 50시간을 이름 짓는데 할애할 것 같다.
네이밍 책을 뒤져 보면 네이밍 작업에 관한 보편적인 기준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법적으로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며, 간결하고, 독창적이고, 풍부한 연상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쉬운 철자와 발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경쾌하고, 호감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리고 외국에서 사용할 때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애플’이라는 브랜드 네이밍은 어떤가? 애플이라는 네이밍은 지금에서야 위의 항목에 대입해 볼 때 맞는 듯하지만, 다른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를 ‘포도’라고 부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실제로 애플을 흉내 내서 과일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애플의 강력함으로 인해서 그들은 장난스럽게 흉내 낸 것처럼 보인다.
뉴욕에 처음 갔을 때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이라는 의류 브랜드를 보면서,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숭이가 많은 나라에서 만든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바디샵(Body Shop)이 어떤 브랜드 인지도 모르고 네이밍만 들었을 때는 더 혼란스러웠다. 직역해 보면 ‘몸 가게’다. 나는 인공 다리나 팔을 파는 의료기구 상가인 줄 알았다. 몰스킨(moleskine)의 원뜻은 불어로는 인조 가죽이며, 영어로는 두더지 가죽이라는 뜻이다. 과연 몰스킨이 노트 브랜드와 잘 맞는 이름일까? 지금이야 이미 우리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어서 멋스러워 보이지만, 몽블랑이라는 이름은 어떤가? 그 이름이 좋다면 ‘치악산 만년필’은 어떤가? 애플 제품 중에서 한때 재미있는(?) 네이밍을 가진 제품이 있었다. 그 이름은 ‘power macintosh performa 6400’이다. 얼핏 보면 자동차나 게임의 이름에 더 어울려 보인다. 이 이름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여하튼 지금은 이것을 아이맥(iMac)이라고 부른다.
시장에는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네이밍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나서 붙여진 네이밍도 있다. 비싼 네이밍을 가졌다고 해서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몇 자 적어서 만든 네이밍이라 해도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앞서 이야기한 몇 가지 기준을 따라서 만들어야만 좋은 네이밍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가장 좋은 네이밍은 마치 옛날부터 존재한 듯한 느낌을 주는 네이밍이다.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브랜드의 철학, 비전 그리고 전략을 네이밍을 이루는 철자, 의미 혹은 느낌으로 풀어낼 수 있는가?’
‘네이밍을 읽었을 때 나는 소리로 연상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네이밍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새롭고 정답게 들리는가?’
이 세 가지 외에도 네이밍 책을 읽어보면 네이밍에 관한 수많은 기준이 있다. 그러나 막상 네이밍을 만들거나 혹은 몇 가지 안중에 네이밍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이런 기준들은 다 사라지고 직관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만약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이름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브랜드 네이밍 작업은 이름을 짓는 일이기보다는 보이는 것(문자, 상품, 컬러 등)과 보이지 않는 것(의미, 가치, 느낌 등)을 결합하는 일이다. 번득이던 아이디어로 네이밍을 만들었다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만들어야 한다. 네이밍이 결정되었다면 지금과는 반대로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이 네이밍만으로 보이지 않는(볼 수 없는) 브랜드의 아이디어, 콘셉트, 전략 그리고 철학을 읽거나 그것을 이야기로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소비자에 의한 브랜딩이다.
브랜드 정신에 맞는 컬러, 브랜드의 감각과 비슷한 스타일, 브랜드의 얼굴과 같은 디자인 등 이제 눈에 보이는 이런 것을 활용해서 상품과 상표의 결합을 ‘브랜드’로 완성해 갈 것이다.
승리의 여신의 이름은 나이키 그리고 스포츠맨이 추구하는 것은 승리다. 스포츠맨에게 승리는 운명이기에 그것이 곧 브랜드명이 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훌륭한 비즈니스는 훌륭한 미션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션(사명과 소명)이 브랜드 이름으로 그대로 불린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김지은, 강해빈, 최가희, 박혜원, 이동진.
아마 위에 열거된 5명의 이름은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이나 친구 중의 한 명 정도는 있을 법한 이름이다.
이런 이름들은 매우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이름이 자신의 식구, 친구 그리고 애인의 이름이라면, 이름을 읽는 순간에 기묘한 감정과 눈동자의 조리개가 빨리 움직였을 것이다.
쓱닷컴, 29cm, 1913 송정역시장 그리고 비비고
이 브랜드가 특별한 이유는 우리와 특별하게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브랜드 이름에 전략과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쓱 닷컴은 말 그대로 쇼핑을 [쓱]을 바꾸었다.
29cm는 29cm이었지만, 지금은 29 Commercial X Media가 되었다
1913 송정역 시장은 [1913년]이라는 시간을 역사성, 전통성, 정통성 그리고 상징성으로 구축했다.
비비고는 [비비고]라는 브랜드가 되었다.
브랜딩은 말 그대로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