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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창조, 네이밍

스콜레 - 브랜드 네이밍 전략 강좌

by 권민

1993년~1995년

나는 한때 카피라이터로서 슬로건과 네이밍을 했다.

1996년부터는 마케터로 직군을 바꾸었다. 그 이유는 마케터가 좋은 것이 아니라 카피라이터로 직장 생활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200페이지 마케팅 전략 보고서를 경영자에게 발표하는 시간은 30분이면 족했다.

하지만 짧으면 한 글자 길면 5글자로 구성된 네이밍은 3개월이 걸렸다.

마케팅 보고서는 경영자와 전문 분야 사람이 보는 것이지만, 제안한 네이밍은 회장님 운전기사부터, 사모님 그리고 전 직원이 한 마디씩 했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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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하며, 모던해야 하지만 정통적인 느낌이 깔렸으면 좋겠어요. 한번 들으면 항상 귀에 머물러야 하고 파열음으로 통해서 전화로 이야기할 때도 정확히 들렸으면 합니다. 영어로는 5글자를 넘지 않고요. 로고를 만들 때 i나 r은 이쁘지 않으니깐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영어보다는 더 고상하게 들리는 약간 라틴어 느낌이 났으면 좋겠어요. 독일어는 피해 주세요. 무엇보다도 회장님이 좋아하는 알파벳은 K입니다. K가 네이밍에 두 개 이상이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직관적으로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 소비자는 어려운 단어 싫어해요. 직관적인 네이밍을 만들어 주세요.


이것이 그렇게 황당한 요구사항은 아니다.

네이밍 책을 뒤져 보면 네이밍 작업에 관한 보편적인 기준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법적으로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며, 간결하고, 독창적이고, 풍부한 연상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쉬운 철자와 발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경쾌하고, 호감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리고 외국에서 사용할 때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네이밍이 이렇게 어려운 작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네이밍만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네이밍의 기준이 이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직관적으로] 다른 일을 겸하여 하거나 이쪽 일을 피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아이디어에서 철학까지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숭고하고(?) 경외스럽기까지 한 작업은 바로 이름을 짓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100시간을 주면서 브랜드 론칭을 하라고 한다면 그중의 50시간을 이름 짓는 데 할애할 것 같다.


고대인이나 현대인들이 자기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축복과 운명을 더하여 만든다. 그래서 아이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부모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발음하기 좋고 다양한 연상 이미지를 가진 좋은 브랜드 네임은 많지만, 창업자의 철학과 가치, 세계관이 뚜렷하게 보이는 이름을 만나기는 어렵다.


브랜드 이름은 보이는 것(문자, 상품, 컬러 등)과 보이지 않는 것(의미, 가치, 느낌 등)을 결합하는 일이다. 번쩍였던 아이디어로 네이밍까지 했다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만든 것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만들어야 한다. 만약 네이밍이 결정되면 지금부터는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사용자가 브랜드 네이밍을 부를 때 보이지 않는(볼 수 없는) 브랜드 아이디어, 콘셉트, 전략 그리고 철학을 읽거나 그것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사용자에 의한 브랜딩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나는 네이밍은 제이 에스티나(J.Estina)와 유니타스브랜드(UnitasBRAND)이다.


브랜드 컨설팅 프로젝트로서 진행한 에스티나(J.Estina)의 경우에는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네이밍 전략이 필요로 했다.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며, 여러 상품으로 확장 가능해야 하며, 마케팅 누적 없이도 이름 자체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만 했다. 브랜드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감성을 네이밍만으로 확보해야만 했다. 그래서 사람의 이름처럼 들리지만 유럽, 럭셔리, 신뢰, 명예, 가치, 약속, 존귀함의 이미지를 내포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공주]의 이름이 되어야만 했다.


‘유니타스브랜드’라는 이름을 결정하기까지 단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딱 하나의 조건만 고집한 것은 쉽게 가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함을 추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승리의 여신의 이름은 나이키 그리고 스포츠맨이 추구하는 것은 승리다. 스포츠맨에게 승리는 운명이기에 그것이 곧 브랜드명이 되는 것,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조건은 바로 이런 네이밍 등식이었다. ‘소명이 브랜드명’이 되는 법칙이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훌륭한 비즈니스는 훌륭한 미션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션(사명과 소명)이 브랜드 이름으로 그대로 불린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경영과 마케팅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상품과 상표의 결합이 아니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의 결합으로서, 기업의 모든 행위는 브랜드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런 나의 관점을 그대로 설명한다면 브랜드는 ‘연합(United)’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생산자와 고객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브랜드의 브랜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잡지의 이름을 ‘연합되어 하나가 되는 브랜드’ 즉 유니타스브랜드라고 정했다. 소명과 관점을 하나로 표현한 이름이다. 이 이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지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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