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29cm,1913송정역시장,비비고]의 스콜레 편집후기
누군가에게 나의 직업이 [브랜드 잡지]의 편집장이라고 소개하면,
그는 나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면서 (거의 예외없이)가장 많이 받는 두 개의 질문 중의 하나를 물어본다.
첫 번째 질문은 '브랜드가 도대체 뭐죠?'
두 번째 질문은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는 법칙은 뭐죠?'
처음에는 당황해서 대답을 잘 못했지만, 지금은 준비된 [솔직한] 대답으로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을 하기 위해서 브랜드에 관한 50여 권의 책을 기획하고 발행했지만, 여전히 브랜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을 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내가 뭔가를 깨닫고 있다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정말 아직도 모르겠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한다.
"브랜드 성공법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브랜드를 실수하지 않는 몇 가지의 법칙은 알고 있습니다. 그 몇 가지 중의 하나는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 지식과 경험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을 믿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대답을 하면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뭐죠?"라는 질문을 다시 받는다.
오늘 편집후기로 쓸 이야기가 바로 '브랜더와 마케터가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것'이다.
시장이나 인생이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한계)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돌고 있고, 태양도 은하 주변을 돌고 있다. 우리가 전혀 느낄 수 없지만, 우리가 사는 땅도 움직이고 있다. (20세기 초반까지 지질학자들은 지구 표면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륙이 이동하고 있다는 판 구조론(板構造論, plate tectonics)이 일반 이론이 되었다)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우리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속 29km이다. 그러니깐 마하 85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페이스북을 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인스타그램을 하고, 우리는 언제부터 무인 자동차를 기다릴까?
놀랍게도 10년 전에는 이런 것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우리는 이런 변화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판이 항상 바뀌고 있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런 시장의 변화에 대한 기업의 미온적 대처에 대해서 가장 많이 인용된 소논문은 아마도 196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7/8월호에 발표된 테드 레빗(Ted Levitt)의 리포트일 것이다.(960년생 마케터가 지금 현장에 몇 명이 있을까?) 그는 자신의 소논문에서 마케팅 근시안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변하지 않는 기업의 태도에 관해서 설명했다. 이 뜻은 기업이 제품 개발이 아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고객의 가치 만족을 극대화하는 마케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철도가 문제를 겪는 것은 고객이 철도에 바라는 요구가 대체재에 의해 채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철도 그 자체로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도 경영인은 자신이 운송 비즈니스에 종사한다기보다 철도 업에 종사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다른 운송업 사람들이 그들로부터 고객을 빼앗아가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자신들이 몸담은 산업에 대해 잘못된 정의를 내린 이유는 그들이 운송 지향적이지 않고 철도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객지향적이기보다 제품 지향적이다.”
지금도 여전히 기업의 경영자와 마케터들은 대부분 근시안이다. 이런 근시안으로 인한 이른바 시장 착시 현상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아이팟이 2001년 10월 23일에 발표했을 때 [맥이 아니다]라는 컨셉으로 나왔을 때 대부분의 마케터가 비웃었다. 애플의 아이팟이 처음 출시되는 시점에 MacSlash의 기사문의 카피는 이러했다.
“정말 터무니없는 가격, 399달러짜리 아이팟을 11월 10일에 살 사람은 고작 두 명일 뿐”?
이런 말을 들었던 아이팟이 애플워치까지 왔다. 우리나라 경우에 아이폰 3G가 2009년에 론칭할 때, 많은 조사기관에서 한국의 스마트 폰 사용자는 1년 동안 7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4개월 후에 1000만 명이 넘었고, 지금은 대부분 사람이 스마트 폰을 사용한다. 애플만 이런 것이 아니다. IMF 기간 중이었던 1999년 12월에 우리나라에 론칭한 스타벅스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전국에 10개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일반인에게 애플(사과)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자연 상식이다. 하지만, 과학자 뉴턴은 애플이 땅에 떨어지는 현상을 통해서 태양과 지구 그리고 우주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처럼 상식 뒤에는 항상 놀라운 법칙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 애플이 시장의 판을 바꾸는 법칙은 과연 무엇일까? 브랜드 애플만의 법칙일까? 아니면 모든 브랜드 숨겨져 있는 시장의 법칙일까? 분명한 것은 브랜드는 소수의 취향에서 시작해서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힘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브랜드 뒷면에 흐르는 인간의 심리를 살펴보자.
컬트 브랜드 연구가이며《왜 그들은 할리와 애플에 열광하는가]의 저자 더글라스 애트킨의 증언을 들어보자. “브랜드는 소비자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코드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인즉 사용자의 가치인 아이덴티티를 브랜드를 아이덴티티를 통해서 얻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공식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인간에게 브랜드가 어떤 대상이기에 이런 소비를 원하는 것일까? 《열광의 코드 7》저자인 패트릭 한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믿음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 좀 더 풀어서 말한다면 사용자는 브랜드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가치, 믿음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브랜드 저자들의 일방적인 브랜드 칭송이 아니다.
미국 유타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교수·소비자 행동 연구가인 러셀 벨크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이렇게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마치 살아 있는 대상인 것처럼 인간적인 특성, 즉 성격을 부여한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아 획득을 경험하고 소유물을 자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수잔 포니어도 “사람은 물리적인 대상을 의인화하여 관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프래그머티즘 철학의 확립 자인 미국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도 ‘소유는 선택과 선호, 취향이라는 메커니즘에 의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말해 준다. 소유물과 소유자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솔직히 인간과 브랜드 사이에 일어나는 이 독특하고 기이한 현상에 대해서 심리학자들의 연구자료까지는 필요 이상의 인용이다. 《나는 왜 루이뷔통을 불태웠는가》저자이며 실제로 브랜드 중독되어 있다가 지금은 브랜드 없이 살아가는 닐 부어맨의 생생한 간증을 들어보자. “브랜드는 자아의 상징이다. 소유물은 곧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느끼며 어떠한 모습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투영한다. 고객들은 자아에 대한 긍지를 확인하기 위해 브랜드와의 관계에 길들여지고 있다.”
어찌 되었든 브랜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아직도 5천 년 전에 자기 소의 엉덩이에 불도장을 찍는 식의 청동기 시대의 브랜드 관점을 버리라고 종용하고 있다. 이런 근시안 때문에 시장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브랜드가 몇 년이 지나야 훌륭한 브랜드가 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브랜드 지식의 첫걸음이다. 브랜드에 관한 얕은 지식과 매출 조급증으로 인해서 브랜드를 죽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탁월한 브랜드가 되는지도 모르는 것을 학습해야 할까? 물론 힌트는 있다. 패트릭 한론의 조언을 들어보자. “브랜드 자체가 아이콘이 되기 위해서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메시지는 브랜드와 고객의 상호작용 시 의식에 따라 전달되며, 최고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와의 의식이 일상 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메시지,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사용자 가치]가 메시지임을 알아야 한다.
브랜드는 생산자가 사용자를 위해서 만들어낸 메시지다. 이 메시지에 대해서 시적으로 정의한 사람은 아마도[4D 브랜딩]의 저자인 토마스 가드의 정의라고 생각된다. 그는 “브랜드는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며 정신적인 흔적을 남긴다.” 말했다.
지식이 없으면 편견이 강해지는 것처럼, 이 시대의 브랜드 지식이 없으면 재래식 마케팅 법칙만이 생각나게 된다. 경영자나 브랜드 책임자들은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브랜드를 구축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에서 사라진 대부분 브랜드는 브랜드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열심히 해서 사라지고 있다.
브랜드에 관한 정의는 브랜드 책만큼 다양하다. 그 이유는 결혼생활을 정의하지 못하는 것처럼, 브랜드는 상표가 아니라 체험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정의하려는 순간에 시장을 보는 우리의 눈은 편견, 선입견 그리고 고정관념이라는 근시안이 되어 버린다. 브랜드의 법칙을 알기 위한 첫 번째 입문은 내가 알고 있는 성공 브랜드 지식을 버리는 것이다.
테드 레빗(Ted Levitt)이 '철도는 철도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성공한 브랜드 수장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롤렉스는 시계 사업이 아니다 - 안드레 하이니거
우리는 화장품을 만들지만, 희망을 파는 것이다 - 찰스 레브슨
스타벅스는 커피숍이 아니다 도심의 안식처이다 - 하워드 슐츠
이들이 버렸던 것은(부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경기 불황으로 인해서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만으로 놀라운 일인데, 이번 스콜레에서 소개한 [쓱 닷컴, 29Cm, 비비고, 1913 송정역 시장 그리고 비비고]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넘어 시장의 규칙을 변화시켜서 자신들의 스타일로 시장을 독점을 했다.
스콜레에서 소개한 5개의 브랜드 모두가 마케팅의 [경쟁전략]을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업을 재정의하고 시장의 규측과 판을 바꾸었다.
SSG가 아니라 [쓱]입니다.
쇼핑몰뿐만 아니라 미디어입니다. 29cm
시장이 아니라 관광지입니다, 1913 송정역 시장
비빕밥이 아니라 한식 브랜드 입니다. 비비고
뉴튼이 떨어지는 애플(사과)만 보았다면 만유인력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왜 달은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기 때문에 [만유인력]을 발견할 수 있다.
[쓱 닷컴, 29Cm, 비비고, 1913 송정역 시장 그리고 비비고]의 마케팅의 공통점은 ‘왜 꼭 시장의 규칙을 따르면서 생존과 경쟁을 해야 할까? 내가 새로운 규칙을 만들면 안 될까?’라는 질문의 대답이 성공을 이끌었다.
스콜레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에서 4개의 브랜드가 자신의 업과 자신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시장을 혁신했는지 살펴보면 [성공 패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쓱 닷컴, 29Cm, 비비고, 1913 송정역 시장 그리고 비비고] 프로젝트 다큐멘터리는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