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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Feb 16. 2017

브랜드의 영혼, 콘셉트

컨버스 브랜드 리포지셔닝 전략 /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편집후기(3)

슈퍼 콘셉트 

 

BMW 디자인 총괄 책임자 크리스 뱅글 chris bangle이 TED에 강연할 때 자신이 생각하는 ‘브랜드 영혼 존재설’을 이렇게 설파했다. “최고의 차의 핵심에는 영혼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본다. 차를 한번 보면 알 수 있다. 영혼이 있다는 것, 모두들 이것이 얼마나 큰 부분인지 알고 있다.” 

과연 BMW에 영혼이 있는 것일까? 영혼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분명 차 안에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의 논지는 사람이 영혼으로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한번 보면’ 영혼이 존재하고 있다는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의 말대로라면 브랜드는 더 이상 경영학이 아니라 신학이다.  

 

 장 노엘 캐퍼러 교수는 브랜드 생명에 대해서 보다 설득력이 구조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를 3개의 기둥, 즉 제품이나 서비스, 이름 그리고 콘셉트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체계 Living System이다” 브랜드를 무기체無機體가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有機體라고 정의한 것이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브랜드는 생물학이 되어 버렸다.


  스티브 잡스도 “디자인은 영혼이다.”라고 정의한 바가 있지만 그것은 비유와 상징이다. 하지만 브랜드가 ‘영혼을 가진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개념을 가진다면 그리고 그렇게 믿고 행동한다면 (심한면 곤란하지만) 직관 지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와 스타벅스의 브랜드 개발을 담당했던 스코트 베드 버리(Scott Bedbury)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브랜드는 감정과 연결돼 있다. 감정은 우리들의 의사결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브랜드는 인간의 경험이라는 것과 연결시킬 수 있다. 진정한 세계적 브랜드는 아직 미완성의 이야기이다. 브랜드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로서 인간의 원천적인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야기는 인간들의 감정을 좀 더 큰 경험의 틀로 이끌어낸다." 


    이들의 생각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했던 “위대한 정신에는 광기가 있다.” 또한 아인쉬타인도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불합리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가능성이 없다” 말로 그들을 변호하고 싶다. 어찌 되었던 브랜드에 영혼이 있다고 믿지 않아도 되고, 브랜드가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믿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직관을 얻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의인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브랜드와 교감을 가질 수 있다. 원숭이 연구가인 제인 구달은 원숭이를 알기 위해서 연구보다는 교감을 사용하는데 교감의 방법은 원숭이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키가 인간이라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는가?

아이폰이 여자라면 어떤 사람일까?

포르쉐같은 성격을 가진 친구라면 어떤 옷을 좋아할까?

사람들이 나를 BMW처럼 일한다고 한다면 무슨 의미일까? 


아마 독자는 이런 질문을 읽음과 동시에 머리속에서 이미지가 떠올렸을 것이다. 

그것은 브랜드가 브랜딩이 되어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브랜드의 영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베토벤은 세상을 음악으로 이해했고.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 음악으로 자신이 완성되고자 했다. 브랜드와 관련된 사람은 세상을 브랜드로 이해하고, 브랜드로 세상을 바꾸고, 브랜드로 완성된 세상을 보고자 한다. 어떤 장인들은 자신의 상품에 혼을 심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떤 브랜더들도 같은 연장선에서 브랜드들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런 브랜더들에게는 콘셉트는 영혼이고, 컨셉츄얼라이제이션은 영혼을 육체(물건)에 불어넣어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일종에 거룩한 생명창조 작업이라고도 말한다.  

 여기서 상품이 콘셉트를 가져서 강력한 브랜드가 되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게 된다는 것은 영생불멸의 생명을 받은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난공불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 곧 독점 시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누군가 스타일이 구축된 상징화된 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콘셉트로 스타일이라는 시장을 가진 브랜드를 고등 브랜드 high brand라고 한다. 이런 고등 브랜드는 계속 진화하면서 아이덴티티, 철학, 디자인, 전략, 가치들이 모두 하나의 콘셉트를 가진 (딱히 정의할 수 없지만 굳이 말하라면) 슈퍼 콘셉트 Super concept형 브랜드다.

 

그렇다면 슈퍼 콘셉트를 가진 브랜드는 시장에 몇 개나 있을까? 


다시 한번 나이키를 살펴보자. 나이키는 승리의 여신의 이름이다. 최고의 승리자는 대부분 나이키를 입는다(대부분 스폰서이다). 소비자들은 승리의 기분과 승리라는 메시지를 갖기 위해서 나이키를 산다. 나이키는 승리자의 것이며 승리자는 나이키를 가져야 한다. 더 말할 것이 있을까?   

 월마트의 샘 월튼은 중하층 사람들에게 보다 품질 좋고 싼 상품을 주기 위해서 할인마트를 운영한다. 이 비지니스 모델은 그의 철학이 브랜드가 된 경우다. 우리나라의 대형 할인 마트 사장들은 대형(외제) 차를 사용하지만 샘 월튼의 저가 정책은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지프차를 타고 다녔다. 그의 비즈니스와 브랜드 콘셉트는 그의 궁극적인 가치의 실현이다. 

 맥가이버 칼로 익히 알려진 빅토리녹스 Victorinox라는 브랜드가 옷을 만들었는데 옷이 아니다. 맥가이버칼처럼 다기능 주머니를 비롯하여 그 안에는 자신의 칼을 끼울 수 있는 고리도 만들었다. 이들이 말하는 의류 브랜드 콘셉트는 ‘beautiful Function’이다.    

 이처럼 브랜드 네이밍, 철학, 전략, 메시지, 디자인 이외에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통합시킨 브랜드의 콘셉트를 (구별하여 설명하기 위해서) 슈퍼 콘셉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반짝인다고 모두 다이아몬드가 아닌 것처럼, 이름을 가졌고 콘셉트가 있는 브랜드라고 모두 진짜 브랜드는 아니다. 우리나라 3,000여 가지 쌀 브랜드가 있지만 모두 브랜드라고 말할 수 없다. 브랜드에도 차이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 ‘브랜드’ 치고 뉴스를 검색하면 브랜드는 브랜드의 대중적 이해는 ‘인지도가 높은 상표 혹은 상호’라고 말한다.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은 이 정의를 부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브랜드는 상표나 상호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브랜드 또한 콘셉트처럼 설명할 수 있지만 정의할 수 없는 단어로서 오염되고 남용된 단어가 되어 버렸다. 

 그 누군가가 나에게 ‘너를 보면 버버리 같아!’라고 말할 때와 ‘너를 보면 프라다 같아!’라고 말하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 설명할 수 없지만 두 브랜드 간의 묘한 정의와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할리데이비슨처럼 움직입니다.’ 그리고 ‘저는 혼다처럼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혹시 이렇게 말한 사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에 들어오는가? 만약에 데이트 신청을 했다면 누구에게 할 것 같은가? 만약 정했다면 그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무엇이 상품이고 무엇이 브랜드일까? 분명한 것은 ‘인지도가 높은 상표 혹은 상호’로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고등 브랜드와 슈퍼 콘셉트는 그것이다. 


비밀스러운 지혜, 콘셉트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작곡을 하는 모습을 콧노래로 부른 다음에 음표로 옮겨 노는 것처럼 묘사했다. 반면에 살리에르는 고뇌에 찬 얼굴로 음악을 노력하면서 만든다. 브랜드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의 옆에서 지금까지 그들의 태도를 살펴본 결과 모두가 모차르트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모두가 살리에르 같지도 않았다. 개인적 느낌이라고 하면 모차르트의 영혼을 가진 살리에르처럼 보였다. 콘셉트를 뽑아내서(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그것을 컨셉추얼 라이제이션을 통하여 네이밍, 이미지 그리고 상품까지 만들어 브랜드를 완성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의 ‘종합 경영 예술’이다. 거기에 리더십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먼저 브랜드의 콘셉트는 한 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콘셉트, 브랜드 콘셉트, 광고 콘셉트, 홍보 콘셉트, 단계별 콘셉트, 제품 콘셉트 등.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하나의 콘셉트는 수십 개로 나누어지고 또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제품 콘셉트는 상표 크기, 칼라, 로고의 위치, 심벌, 케이스, 사이즈, 표면 느낌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서 수십 개의 다양한 콘셉트를 만들어 내거나 보여줄 수 있다. 불편한 소리이지만 세상의 리딩 브랜드들은 브랜드 전문 서적에 나와있는 브랜드 플랫폼 공식대로 만들어진 것은 거의 없다. 간단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뛰어난 브랜드 저자들은 자신들의 전문지식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매우 심오하고 과장되게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브랜드 창조자들은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만들어버린다. 그것이 콘셉트이다. 브랜드를 만든 사람의 첫 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거 어때?’        


정말로 이렇게 시작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다음에 브랜딩 시행착오를 당해가면서(?) 하나씩 콘셉트를 맞추어 전체 콘셉트가 완성된 슈퍼 콘셉트를 가진 고등 브랜드가 된 것이다. 브랜드 전문 서적에 나와있는 사례들과 공식들은 브랜드가 만들어진 다음에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그 해석본만 가지고 브랜드를 만든다면 보이지 않고 가르쳐 주지 않는 것 때문에 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슈퍼 콘셉트와 고등 브랜드를 만드는 ‘핵심’은 무엇일까? 


‘통합과 일관성’ 


‘통합과 일관성’은 글로 정확하게 쓸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실행’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디어는 많고 콘셉트는 없다. 콘셉트는 많고 전략은 없다. 전략은 많고 실행이 없다. 실행은 많고 일관성은 없다.’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천재의 것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솔직히 위대한 일에 착수하는 것은 천재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을 완성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살리에르’의 노동이다. 

 선천적 천재의 콘셉트 능력을 가질 수 없지만 어지간한 천재들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통합과 일관성’은 노력과 경험이 주는 힘이다. 

 콘셉트를 가지고 브랜드를 만드는 천재들과 일하면서 배웠던 것은 그들의 방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만으로 절대로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 수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일찍이 공자는 사색, 모방, 경험이라는 세 가지의 학습 방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배움에 있어서 사색은 가장 고상하고, 모방은 가장 쉽고 그리고 경험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콘셉트를 아이디어에서 뽑아내고 그것을 브랜드로 구축하는 능력인 ‘컨셉츄어라이제이션’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증진될 수 있는 지식이다. 콘셉트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기업에서는  창조성을 가진 상류계층들만 보호된 부서에서 사용하거나 개인이 직접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할 때만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다. 콘셉트와 콘셉트 구축에 관한 것은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서 얻을 수 없고, 모방해서 가질 수 없는 (경험으로만 쌓는) 비밀스러운 지혜다. 그래서 콘셉트를 구축하는(컨셉츄어라이제이션) 지능에 대해서 우리는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어서 인사이트, 느낌, 영감, 직관력 혹은 통찰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콘셉트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콘셉트화 능력에 대해서 본능적 혹은 선천적 능력이 아니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콘셉트 능력은 학습된 직관입니다.’   


과연 어떻게 콘셉트 능력을 ‘학습’할 수 있을까? 





유니타스브랜드를 만들면서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콘셉터들의 이야기를 다시 기억해보자


1)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배우다    

 콘셉트 지능을 올리는 데 있어서 콘셉터(콘셉트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진화 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페이퍼의 황경신 편집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람과 많이 노는 것이 중요하죠.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이나 장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고, 방법을 얻어요.” 

 이렇게 사람을 통해서 얻는 방법에 대해서 마법 천자문을 기획했던 이유남 이사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콘셉트를 잡을 때 감정이입을 많이 해봐요. 내가 저 아이라면 어떤 걸 원할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죠. 객관적 거리도 중요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그 사람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컨셉츄얼라이제션을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서 구체화시키고 있다. 그 교감의 과정에서 미래 행동을 예측하거나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현재의 욕구의 필요 부분을 ‘느끼려’고 한다. 뛰어난 브랜드 창조자들의 콘셉트 생성은 사람들의 행동, 즉 사고의 모습 등을 통하여 구체화시킨다. 그것을 사람들의 패턴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회로를 보는 것이다. 카파 코리아의 민복기 대표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때 같은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운동복이 아니라 멋진 몸입니다. 그래서 스포츠 브랜드는 성형의 대안이라는 차원에서 브랜드를 설계했습니다.”  


2) 경험이 살아있는 책을 통해서 배우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콘셉트 지능을 올리는 것은 바로 경험이 풍부하게 담긴 ‘책’이다. 이들 또한 책을 보지 않고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책을 자료로 생각하지 않고 콘셉트를 위한 촉매제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먼저 상암 커뮤니케이션의 이나영 국장은 이렇게 콘셉트를 배운다고 한다.

“콘셉트를 얻기 위한 아이디어가 생각이 안 나면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도 봐요. 아주 기본적이고 원론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을 주니까요. 그리고 서점 가서 책 제목만 보면서 콘셉트를 찾기도 하죠.”

 콘셉트와는 전혀 무관한 책이지만 콘셉트 지능을 작동하기 위한 시동용 책으로 영감을 받는 경우도 있다. TBWA의 신은주 국장의 노하우다. “중국 전략 책을 많이 봅니다. 기존에 중국의 전투의 전략을 집대성해 놓은 책에서 힌트를 받을 때가 많아요.” 

 소디움 파트너스의 정일선 대표도 책을 책으로 보지 않고 느낀다고 한다. 다분히 그의 철학과 전략이 일치화 시키는 CI구축 작업에서 실전 경험으로 체득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저는 콘셉트를 잡을 때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믿지 않아요. 철저하게 비 본질적인 것, 머리를 비웁니다. 결국 그 누구도 몰랐던 잠재의식 가운데 있었던 것, 이것이 진짜라고 믿어요. 콘셉트를 얻기 위해서 비우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콘셉트터는 종합적이면서도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성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추리소설, 인간 심리 등 온갖 인문 서적과 아트 디자인 등 접경에 있는 잡식에 통달해야 합니다. 그 구슬들을 가지고 꿰어서 콘셉트를 완성하는 것이죠.” 

스튜디오 바프의 이나미 대표도 같은 경험으로 콘셉트 지능을 올리고 있다. “저는 내키는 대로 돌아보다 마음에 드는 책을 사고 읽어요.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를 보지 않는다면 디자인은 쓸모가 없죠. 디자인은 콘셉트이고, 콘셉트를 세우려면 전제조건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유효하고 바뀌고 있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콘셉트 훈련으로 미래학 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본질에 관한 책들을 읽습니다.” 

 브라운 스톤의 김세호 대표도 책을 통해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순간 폭발시키는 컨셉추얼 라이제이션을 사용한다. 

“책은 일부러라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정독하기보다는 재미있는 부분부터 읽습니다. 영화도 즐겨보고요. 저는 아이디어는 찰나의 순간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오히려 분주할수록 더 좋죠.” 

 통합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브랜드 메이저의 정지원 대표의 책 읽기 종합판을 들어보자. 

“콘셉트를 얻기 위해서 저는 잡지를 많이 참고합니다. 도서관에서 쌓아놓고 찾는데 크로스 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다양한 자극들을 접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 사물을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볼 수 있을지, 단순화 혹은 이분화를 통해서 통찰력을 길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화두를 던져두고 극단적 상황을 만들어놓은 후 다시 정의하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책에서 콘셉트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LEE&DDB의 이강우 고문은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콘셉트를 잡기 위해서 어떤 특별한 책에 집착을 하면 그것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브는 많은 음악 듣고 많은 책, 많은 영화 보고 그런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어느 책에 너무 심취하면 내 모든 생각이 텍스트화 되고, 거기에 자꾸 내 생각을 맞추게 되는 거지요. 저는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은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책을 콘셉트를 얻기 위한 정보 수집용으로 읽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폭발시켜서 새로운 콘셉트를 얻기 위한 촉매제로 사용하고 있다. 가급적 다양하게 그리고 본업과 관련된 책을 읽기보다는 전혀 관계없는 것을 읽는다. 여기서 핵심은 서로 다른 영역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거나 엉뚱한 지식으로 현재의 문제를 풀려는 것이다. 그때 새로운 접근이 열린다고 한다. 선앳 푸드의 신서호 본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음식점을 하면서 저는 패션 매장에 자주 갑니다. 이 패션 브랜드를 입은 사람은 무엇을 먹을까? 이런 칼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할까?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그 고객은 우리의 고객이죠. 저는 식당에서만 고객을 보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들에게는 축적된 문화와 콘셉트를 찾기 위해서는 식당 말고 그들이 머무는 곳을 찾아갑니다. 책도 요리책만 보지 않고 가급적 그들이 많이 보는 트렌드 패션지를 보면서 그들의 감성을 찾습니다.” 


3)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면서 배우다   

 컨셉츄어라이제이션을 느끼면서 읽는 방법도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경험에 비추어 상상하면서 얻는 방법도 있다. SK 커뮤니케이션의 한명수 이사의 방법은 “콘셉트를 얻기 위해서 꾸준한 리서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제약조건 만들고 즐기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콘셉트의 논리력을 위한 글쓰기가 중요합니다.” 

한명수 이사에 있어서 글은 콘셉트를 정련화시키는 작업이다. SK텔레콤의 박혜란 상무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크리에이티브가 좋다고 해서 갑자기 콘셉트가 막 떠오르는 것은 없어요. 생각의 깊이만큼 나오죠. 좋은 콘셉트를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써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콘셉트 터들이 콘셉트를 찾고(뽑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전혀 다른 정보의 요소로 합성시키는 것이다. 자신이 얻어야 할 콘셉트와 전혀 관련이 없는 책, 영화, 음악, 다른 산업군에서 관찰, 일상의 놀이 등을 통하여  찾고자 하는 콘셉트를 우연과 필연의 방법으로 영감을 얻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들의 방법에 대해서 공식과 표로는 설명이 안되고 기존의 것과는 다른 것something different을 다른 분야에서 가져와 새롭게 something new 하여 합성한(구축한, 전략화한) 콘셉트를 특별한 것something special으로 만든다. 그 특별함에 대해서는 마케팅 용어로는 경쟁우위, 소비자 편익, 차별화라고 말하지만 콘셉트의 원천은 ‘창의적’인 것이며 여러 지식의 융합을 통한 ‘예술적(처음 창조된 작품이기 때문에)’ 마케팅 용어로 말하기에는 매우 제한 적이다. 따라서 이렇게 특이한 컨셉추얼 라이제이션의 과정은 대부분 현장 전문가의 암묵지의 형태로 경험에 숨겨져 측근들만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다. 그래서 컨셉추얼 라이제이션 능력은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인간의 몇 가지 능력 중에 하나이다. 

 간혹 뛰어난 콘셉트를 가진 브랜드의 최초 기획자들에게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대답은 ‘우연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추적해보면 경험의 ‘누적’을 통한 콘셉트의 ‘창조’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천재들의 창조력의 한 장르인 콘셉트 능력을 배우기 위해서 어떻게 ‘누적’시킬 것인가가 그 답일 수 있다. 그러나 누적에는 왕도가 없다.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에서 최적의 콘셉트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콘셉트에 관해서 필자가 가장 좋은 격언이 있다.

  [태양도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태울 수 없다] 



컨버스를 이루고 있는 콘셉트는 무엇일까?



컨버스의 슈퍼 콘셉트

스콜레에서 발행한 컨버스의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안에는 컨버스가 어떻게 슈퍼 콘셉트를 구축하였는지를 자세히 설명을 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콘셉트를 콘셉트답게 기획했다.

콘셉트Concept의 단어 구성은 Con(모두가)cept(취하다), 즉 모두의 공감을 도출하다라는 뜻이다. 이번 컨버스 다큐멘터리의 특징은 어떻게 컨버스가 컨버스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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