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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Feb 18. 2017

패션마케팅, 욕망의 기하학

컨버스 브랜드 리포지셔닝 전략 /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편집후기(4)


파란 약을 먹으면 이야기는 끝나고, 침대에서 일어나 믿고 싶은 걸 믿으면 돼.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게 되지. - 모피어스 / 영화 Matrix


영화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한 권의 책을 모두 읽게 했는데, 그 책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이었다. ‘시뮬라시옹’은 현대인들이 ‘실제’보다 기호와 이미지를 소비하고, 실제가 아닌 복제품을 더 실제처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런 실제가 아닌 실제는 복제와 증식을 통해 더욱 확대되며, 인간의 삶은 다른 어떤 삶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자신의 존재관도 형성해 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더 싸고 더 편리한 수많은 MP3가 있는데도 그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비싸고 불편한 애플의 아이팟을 샀다면 그 사람은 MP3를 산 것이 아니라 기호학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트렌드와 젊음을 산 것이다. 아이팟은 분명 음악을 듣는 기계(실제)지만 젊음이라는 기호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팟이 계속 버전을 높여 간다는 것이다. 아이팟 나노, 아이팟 터치, 아이팟 클래식으로 계속 성장하면서 2년 전에 산 아이팟은 젊음이 아니라 늙음이 되어버린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아이팟(젊음)을 구매함으로써 비록 늙어가는 자신이지만 젊음을 유지하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런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아이팟(‘초과 실제’라고 한다)을 많이 소유하는 것은 미련하고 사치스럽고 재정 관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젊고 트렌디하고 탐구심이 많은 사람으로 만든다. 이 말은 이제 아이팟은 듣는 장치와 젊음이라는 1단계 기호를 넘어 새로운 생명력이라는 2단계 기호까지 발전된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실제를 소비하지 않고 기호를 소비한다. 결국 이런 사회에서 ‘소비’는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원형도 이런 시뮬라르크 개념이다. 


시뮬라르크의 단계별 알고리즘을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1단계: 복제는 실제의 반영이다.

2단계: 복제는 실제를 변질시킨다.

3단계: 복제는 실제의 부재를 감춘다.

4단계: 복제는 실제와 관계를 갖지 않는다.

5단계: 복제는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르크가 된다. 


 시뮬라르크를 섬세하고 완벽하게 만든 것이 명품이고, 그 명품을 또 복제하는 것이 짝퉁이다.

시뮬라르크를 작동시키는 것은 인간 존재의 욕망이다. 욕망은 소유로 이어지면서 많이 소유할수록 존재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 이 말은 인간이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욕망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해 준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대상은 죽음뿐이라고 했다. 프랑스 정신분석 이론가 자크 라캉은 욕망은 세 개의 세계가 하나 안에서 존재한다고 말했다. 주체(자신)는 대상(사람, 상품, 기호, 가치, 이미지 등)에게 욕망을 느낀다. 

 그것이 자신의 결핍을 완전히 채워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만 얻으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인간은 절대로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결국 욕망을 채우리라 생각했던 대상은 실제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허구다. 그는 대상을 실제라고 믿고 다가서는 과정이 상상계, 그 대상을 얻는 순간이 상징계, 그리고 욕망이 남아 그다음 대상을 찾아 나서는 것이 실제계라 말했다. 라캉의 주장이나 보드리야르의 철학 모두 비슷비슷해서 그 말이 그 말 같아 보인다. 

 모두 인간의 끊임없는 소유 욕구의 진화과정을 비유와 논리로 설명한 것이다. 철학을 잘 안다고 해서 브랜드를 잘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컴퓨터를 더 잘 하고 싶어서 박스를 뜯어보았지만, 결국 볼 수 있는 건 녹색 판과 조그만 바람개비, 복잡한 선들뿐임을 보고 실망하게 되는 것처럼 철학도 꼼꼼히 뜯어보면 당연한 말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의 가치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실제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일종에 ‘작동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툴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볼품없는 깡통 안이지만, 그 어딘가에서 CPU(중앙처리장치)가 각종 프로그램들이 요청하는 명령들을 질서 정연하게 실행해주고 있는 것처럼....

 

패션 마케터는 두 개의 알약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파란 알약 그리고 빨간 알약

파란 약과 빨간 약을  선택하기 전에 먼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자.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옷(사이즈가 크거나 작은 옷, 유행이 아닌 옷, 옛날 스타일 옷 등등)의 결말은 걸래가 되거나, 동네 구석에 있는 재활용 상자에 들어가거나, 아는 사람에 주게 된다.] 이런 결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파란 약을 먹으면 된다. (아래 글을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입을 수 없는 어떤 옷은 [보관]되거나 박물관으로 옮겨지거나 20년 뒤에 다시 유행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 다면 빨간 약(아래에 있는 긴 글을 읽어도 화나지 않을 것이다)을 먹어도(읽어도) 좋다. 



욕망의 기하학?

코코샤넬은 '패션은 건축과 같다. 비율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코코샤넬의 말이 맞다면 그녀가 알고 있는 패션 지식은 공간(건축)에 관한 기하학이다. 그녀는 패션이라는 욕망을 어떤 비율로 보았을까?

우리는 집안에 들어가는 것처럼 옷 안에 들어간다. 

어떤 사람을 몸을 옷 안으로 넣지만 어떤 사람은 영혼을 옷 안에 넣는다. 빨간 약을 먹이면 알 수 있는 패션 세계다.






돈, 섹스, 권력이라는 옷

 희망, 소망, 갈망, 욕망. 글자도와 어감 그리고 상징과 이미지도 다른 네 단어지만 한 배에서 태어난 오누이들이다. 출생의 비밀을 살펴보면 4개의 단어들은 ‘돈, 섹스, 권력’이라는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다. 단지 상황, 조건, 대상, 그리고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달리 사용될 뿐이다. 우리들은 이런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살지는 않는다. 그것은 마치 관리하지 못한 몸을 가지고 처음 나체촌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일 듯하다. 벗은 것도 창피하고 자신의 몸매가 망가져 있다는 것도 창피하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만 옷을 입고 있다면 관광으로서는 제법 흥미로운 곳이 나체촌일 것이다. 비약이긴 하지만 사람의 욕망을 그대로 본다는 것은 이처럼 옷 입고 나체촌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자신도 비슷한 몸(욕망)을 가졌지만 남의 망가진 몸(욕망)과 잘 가꾸어진 관능적인 몸을 구경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남의 욕망을 훔쳐보는 대표적인 도구가 바로 드라마와 패션이다. 


 먼저 인간의 욕망을 갈등이라는 틀에 담아 현실감 있게 대리 만족시키는 드라마를 살펴보자. 주말 연속극이나 아침드라마는 시청률 대폭발을 이끌어내기 위해 인간의 욕망을 핵심 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성인 막장(?) 드라마라 불리기도 하는 불륜 드라마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드라마를 유치하다고 하면서 재미있게 보는 것은 마치 옷 입고 나체촌에 가서 그들을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막상 재미있게 관람하는 것과 같다. 앞서 말한 대로 원초적인 욕망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는 돈, 권력, 섹스라는 3가지의 욕망을 출생의 비밀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조합하면 20퍼센트의 시청률은 기본으로 업고 가는 화제의 드라마가 된다. 많은 드라마가 이런 천편일률적인 주제를 다루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바라보면서 대리만족 혹은 대리 경험하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욕망으로 인한 갈등은 많은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귀결점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도 이런 욕망에 의한 갈등의 극적 전개라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욕망은 모든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조하는 인간 삶의 중심축이다. 


욕망의 중심에는 ‘소유’가 있다. 소유는 욕망의 궁극적 목표인 안전하고 충족된 존재감을 완성시킨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유냐 존재냐’ 극단적 이분법보다는 ‘무엇을 소유하느냐’ 그래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자신만의 그 무엇을 갖고 싶어 한다. 소유를 부추기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가 목표이고 많이 소유할수록 자신의 존재가 커진다고 믿는다. 결국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 되고 만다. 그리고 끝내 자신이 소유한 것이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샀다면 둘 중 하나다. 소비하기 위해서나, 수집하기 위해서. 다시 말하면 존재하기 위해서나 소유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무언가를 사는 것은 존재를 위한 소비활동과 소유를 위한 수집 활동이다. 하나는 써 버리는 것이고 하나는 모으는 것이다. 이때 후자에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최상의 브랜드는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기를 원한다(이 자체도 희망과 욕망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머리를 사용하는 것은 학력, 육체를 사용하는 것은 외모,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인품이다.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는 자신이 투자한 노력과 시간만큼 성과가 나온다. 하지만 인간은 이렇게 고단하고 느린 과정은 즐기지 않는다. 이런 힘든 노력 대신에 쉽게 얻는 빠른 방법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이다.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좋은 옷과 자동차, 액세서리로 자신을 꾸미면 된다. 본인이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예측하지 못하는 시간과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시간과 노력을 단축시키고자 추구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품고 있는 명품 브랜드를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상승 욕망을 충족시킨다. 


상품에 가치가 부여되고 마침내 상징이 된 것이 브랜드다. 볼보는 자동차라는 상품에 신뢰라는 가치가 부여되어 안전한 자동차라는 상징이 되었다. 볼보는 자동차가 아니라 가족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상징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하루 세 끼의 밥을 먹는 생물학적 존재가 되기는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올려서 자신도 사회의 상징이 되려고 한다. 전문가, CEO, 스타… 여하튼 지금과 다른 목적과 목표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가치다. 그 가치를 올리기 위해 영리한 인간은 가장 손쉬운 방법을 찾는다. 어렵사리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가치를 만들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가치를 소유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바로 그곳에 상품에 가치를 집어넣은 브랜드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브랜드가 되기 위해 브랜드를 소유하려고 한다. 

  마케터나 브랜더에게 있어 욕망은 소비자의 욕구를 소비적 가치로 만드는 브랜드의 ‘날것(Raw)’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존재감을 가지려면 욕망이 충족되어야 한다. 충족된 욕망은 자아실현의 발현으로서 자신의 꿈과 현실이 일치되어 행복감을 느낀다. 브랜드는 상표가 아니라 가치의 상징으로서 인간의 욕망에 반응한다. 


패션 브랜드, 욕망의 산업 

 1954년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이창’(Rear Window)에서 주인공이 가방 가게 종업원에게 ‘켈리백’을 가리키며 얼마냐고 묻자 종업원은 “8천 달러입니다”라며 천문학적인 가방 값을 껌 값 부르듯이 말한다. 1954년에 그 가격이면 지금보다 수십 배 더 비쌌을 것이다. 깜짝 놀란 주인공이 어떻게 가방이 8천 달러나 가느냐고 되묻자 종업원은 이렇게 말한다. “에르메스에서 취급하는 것은 ‘필요’가 아니라 ‘욕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랜드의 본질도 ‘필요’가 아니라 ‘욕망’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마케팅 책을 통해 ‘로열티 구축’을 단지 ‘선호도 확장’ 정도로만 배워오고 생각했다. 특히 일반 마케팅 책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여러 가지 전략으로 ‘니즈’를 찾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런 일반적인 방법을 모든 분야에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패션 분야는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패션은 ‘욕망’이기 때문이다. 이 욕망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이해시키며, 어떤 방법으로 자극시킬 것인가가 마케팅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욕망을 탁월하게 조명한 영화가 있는데 바로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다. 낮에는 호텔 보이로, 밤에는 피아노 연주로 살아가는 톰 리플리(매트 데이먼)는 뉴욕의 밑바닥 생활에 찌든 청년이다. 화려한 삶을 동경하던 그에게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간 파티장에서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빌려 입은 프린스턴 대학 재킷 때문에 그를 아들 디키(주드 로)의 동창으로 여긴 선박 부호 그린리프 부부로부터 이탈리아에서 쾌락에 빠져 돌아올 줄 모르는 아들을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 것이다. 리플리는 옷 때문에 다른 세계로 이동되었고 그 세계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욕망의 꿈들을 만나게 된다. 결국 그는 욕망의 대상인 디키를 죽이고 스스로 디키가 되어 간다. 


 영화 <리플리>처럼 비극은 아니지만 패션에서는 성공한 <리플리>가 있다. 바로 [폴로]라는 브랜드다. 

 폴로를 만든 랄프 로렌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유태계 부모의 넷째 아이로 1939년 10월 뉴욕의 할렘가인 브룽크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원래 이름은 랄프 립 쉬츠로 한때 랍비가 되고자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영국 상류 사회의 패션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우리가 폴로를 지칭하는 트래디셔널 스타일에 조예가 있었다. 특히 그가 잠시 머물러 있던 브룩스 브라더스 Brooks Brothers 의류회사에서 그는 자유와 평화의 나라인 미국이 욕망의 봉제공장임을 알게 되었다. 당시 미국은 전통적 상류층인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와 신흥부유층인 누보리쉬(Nouveau Riches)가 상류사회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는 누보리쉬가 전통적 상류층을 동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누보리쉬는 옷과 생활양식으로 WASP를 흉내 내고 있었다. 


 랄프 로렌은 신분상승에 대한 동경을 욕망으로 만드는 ‘패션’이라는 코드를 알게 되었다. 그는 보르부멜사에 근무하던 스물여덟 살 무렵 ‘폴로’라는 이름의 폭이 넓은 넥타이를 디자인해 크게 히트시킨 적이 있었다. 당시 유행한 넥타이는 폭이 좁고 어두운 아이비리그 스타일이어서 폭이 4.5인치(약 11cm)나 되는 랄프로렌의 넥타이가 성공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최고급 소재와 독특한 디자인 덕에 그의 넥타이는 곧 상류사회에서 ‘신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랄프 로렌의 의도대로 유명 인사들은 그 넥타이를 전통적 상류사회를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로 여겼고 너나없이 앞 다퉈 구입해 메기 시작했다. 이 작은 성공이 상류사회를 갈망하는 욕망의 블랙홀을 생성하는 시초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욕망의 미학을 철저하게 실천했다. 그는 조상이 물려준 자신의 이름(립 쉬츠: Lifshitz)을 보다 WASP 냄새가 나는 랄프 로렌으로 바꾸었다. 철저한 변신을 위해 자신의 뿌리를 바꾸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강력한 브랜드 구축을 위한 영혼의 교체인 것이다. 그 후 그는 영국을 잊고 미국을 찾는 귀족사회의 욕망을 트래디셔널이라는 장르를 통해 세뇌시키기 시작했다.

 패션 브랜드의 판매는 무엇일까? 옷을 파는 것일까? 멋을 파는 것일까? 욕망을 파는 것일까? 개성을 파는 것일까? 트렌드를 파는 것일까?

 폴로라는 브랜드를 우리는 흔히 ‘트래디셔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패션 마케터들이 폴로를 트래디셔널이라고 부르는 순간에 이미 폴로는 향기 없는 향수가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폴로는 트래디셔널이 아니라 누보 리쉬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는 로또를 사지 않고 넥타이 2.5인치 폭을 4.5인치로 늘려서 매출 430억 달러의 폴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2인치 밖에 미국인의 욕망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매장 매출 증진을 위한 판촉을 하기에 앞서 마케터들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브랜드에 어떤 욕망의 주문을 넣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 패션 브랜딩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에 상징적인 단어와 이미지 사용으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깨달아야 하는 점은 인간의 성정(性情) 안에는 강력한 전염성(모방성)이 있음을 발견해야 한다. 만약 소비자가 브랜드에서 욕망을 발견하게 되면 그 브랜드는 ‘강력한 전염성’을 띠게 된다. 욕망을 보여주면 그것은 강력한 전염성을 띠게 되고, 삽시간에 퍼지는 바이러스가 되어 사람들의 욕망을 사로잡을 것이다. 

 이때 패션 마케팅이 결합되어야 한다. 로열티 구축을 위해 욕망을 던져준다. 욕망의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로열티 환자’가 되고 점차 중증이 되면서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이 욕망 마케팅의 핵심이다.


 롤프 예센의 《드림 소사이어티》는 여섯 가지 감성 시장이 소개되어 있다. 1) 모험을 판매하는 시장 2) 연대감, 친밀감, 우정, 사랑을 위한 시장 3) 관심의 시장 4) 나는 누구인가의 시장 5) 마음의 평안을 위한 시장 6) 신념을 위한 시장이 있다고 했다. 대충 상품이 어떤 것일지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은 변화한다. 

 패션 마케터는 자신의 브랜드가 ‘필요에 의한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욕망에 따른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상품이 소비함으로써 욕구가 해소되는 것인지, 아니면 소비함으로써 더욱 갈망하게 되는 것인지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시장의 1등 브랜드들이 지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욕망이다. 과연 우리가 정말로 필요해서 사는 상품들은 얼마나 될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구입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욕망에 위한 것이다. 

 소비는 필요에 의한 것과 욕망에 의한 것이 있다. 브랜드는 ‘욕망에 의한 소비’로 끌어들이는 블랙홀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브랜드에는 어떤 욕망이 있을까? 브랜딩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시장조사와 소비자 분석을 하기 전에 마케터는 먼저 브랜드의 욕구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빨간 옷의 축, 명품

 루이비통의 창업자인 루이뷔통 Louis Vuitton은 이삿짐센터 직원이었다.

 에르메스의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 Thierry Hermes는 말 장식품을 파는 상인이었다.

 샤넬의 창업자 코코 샤넬 Coco Chanel은 아버지가 버린 고아였고 술집 가수였다.

 몽블랑 창업자 중 한 명인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 Claus Johannes Voss는 문방구 주인이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Giorgio Armani는 학비가 없어서 의대를 마치지 못했고, 아르바이트로 밀라노 리나 센테 백화점 La Rina cente에서 윈도우 VMD로 일했다. 현재 루이비통의 회장인 이브 카르셀Yves Carcelle은 첫 직장에서 수건과 살충체를 팔던 영업사원이었다. 


 명품 브랜드 창업자와 현재 경영자의 학력과 신분 위조에 대해서 폭로하려는 의도도 전혀 아니다. 앞서 말한 내용은 이미 모든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모아서 마치 새로운 사실인양 자극적 대구로 끌고 갔던 이유는 질투심 때문이다. 단지 부러워서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정말 그들은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꿈 그리고 돈을 지배하고 있기에 정말 놀랍고 부럽고 존경스러워서 이렇게 푸념했을 뿐이다. 특히 IMF 후 11년 내내 이어진 한국의 불경기 속에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성장률에 그저 경외감과 존경심이 생기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브랜드들이 안타까워서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우리는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국 사람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물어보면, 대부분 ‘김치, 불고기 그리고 북한’이라고 대답한다. 그나마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삼성과 LG 같은 경우도 대부분 일본 브랜드로 알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브랜드들의 백화점 퇴출과 구조조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만 모아서 광고와 홍보성 기사를 싣고 있는 무가지들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잡지들은 커피숍에 비치되거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져가면서 그야말로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 소비자들을 이해·동경·학습시켰다. 참고로 모 해외 라이선스 잡지에서는 잡지 앞부분에 아예 국내 브랜드는 싣지 못하게 되어 있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에르메스의 전 세계 매출액 중 한국이 4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사회의 모든 인프라와 정보 그리고 뉴스들이 명품 소비에 대해서 조장(관점에 따라 ‘성장’)하고, 중독(형식에 따라 ‘장려’)시키며 탐닉(강도에 따라 ‘학습’)시키고 있다. 이것은 푸념이 아니라 ‘현실’이다.   


글의 도입 부분에 창업자의 태생을 폭로한 명품 브랜드들은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사랑(?) 받는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브랜드 들는 처음부터 ‘명가名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명품을 만든 사람은 처음부터 명인이 아니라 명인을 흠모하던 사람으로서, 자신이 만든 상품이 명품이 되어서 지금의 명예와 명성을 얻은 사람이다. 이러한 명품 브랜드들은 세계의 거리에 온통 자신들의 매장을 세우면서 쇼핑 거리를 동질화시키고 있다. 그 위세는 ‘명품거리’라는 상권의 변화까지 일으키며 일종의 거리 문화를 만들 정도이다. 

이러한 명품 브랜드들은 명품처럼 만들었다고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품 브랜드가 명품으로 인정받는 시간은 무려 적게는 50년에서 보통 100년이 넘게 걸린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세계 1·2차 대전을 견디고, 수십 번의 경영위기를 견뎌낸 브랜드들이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우리 브랜더들은 일단 100년, 아니 50년이라는 완성의 시간을 가지고 어떻게 상품을 명품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 ‘기초’를 알아야 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의 판매 부수에 대해서 혹자는 100만 권이 팔렸다고 말하고 혹자는 200만 권이 팔렸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부자 아빠가 나왔을까? 일단 이 책을 출판한 대표와 저자는 확실하게 부자 아빠가 되었으리라 본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 부자처럼 즐긴다. 그래서 부자가 쉽게 되기 어려운 것이다. (참고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저자는 파산을 했다고 한다)

브랜드의 공식도 똑같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브랜드가 명품이 되길 원한다. 그래서 명품처럼 흉내를 내고 명품처럼 마케팅을 하지만 그 누구도 명품처럼 브랜딩을 구축하지 못한다. 일단 브랜드를 만드는 데 있어서 그 처음부터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브랜드를 만든다. 브랜드를 만드는 목적이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바로 여기서부터가 다르다. 왜냐하면 명품은 명품이 되기 위해서 먼저 체인점 모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딩을 하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 이 질문과 대답을 해야 한다. 

 “지금 돈을 벌고 싶은가?”

 “지금 명품을 만들고 싶은가?” 

 물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명품을 만들어서 돈을 벌고 싶다’라고. 그러나 이렇게 말한 사람도 질문을 받아치려고 하는 말이지 정답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품 브랜드가 되는 과정이 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투자한 돈은 결국 더 많은 돈으로 돌아옵니다.” - 루카 디 몬테 제몰로 Luca Di Montezemolo, 전 피아트그룹 Fiat Group 회장


명품의 고등 코드

 모든 명품, 그중에서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명품은 3가지의 명품 코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품질을 대표할 수 있는 정통 master, 브랜드의 이야기와 시간의 경외감을 만들어 주는 전통 history 그리고 시대의 거울이라고 할 수 트렌드 trend라는 코드를 단계별로 성장, 즉 병렬적 진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처음에는 품질로 신뢰감을, 그다음은 일관성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인지도와 충성도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렌드를 통해서 ‘쿨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세 가지 코드를 횡렬적 조합과 운영을 통해서 ‘시장을 아우르는 강력한 명품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먼저 명품 코드라고 할 수 있는 1단계인 정통(품질)은 명품 브랜드의 시작이다. 이 말에 대해서 마치 ‘부자가 되기 위해서 잘 벌어야 하며 아껴야 한다’라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이것은 구호가 아니라 브랜드 성장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명품들의 초창기에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좋은 재료를 쓰고, 좋은 재료를 찾고 그 과정을 통제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력과 지식이 필요하고, 좋은 인력과 지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벌었다. 한마디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돈을 벌었고 그것을 다시 브랜드의 품질을 위해 투자했다. 왜냐하면 100년 전 지금의 명품 브랜드들의 창업자들은 돈보다는 명예가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저품질로 왕족과 귀족들에게 불량 브랜드로 한번 찍히면 그것으로 끝이기에 목숨(?)을 걸고 품질을 지켜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품질을 지켜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2단계 과정인 브랜드 스토리가 되었고, 그것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3단계인 트렌드의 반영은, 유수한 명품들이 즐겨 사용하는 전략으로서 현시대의 기린아라고 할 수 있는 ‘천재 디자이너’와 결합해서 시간의 차이가 아니라 선호의 차원이 다른 브랜드로 만든다. 즉 시간과 품질의 명품에서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리고 누구 앞에서도 자랑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면 재료와 품질, 그리고 그것을 찾는 과정이 브랜딩의 처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특히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트렌드로 인해서 이러한 기본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더욱 등한시되는 것 같다.


 최근 한국에 론칭한 이태리 명품 슈트 브랜드인 키톤 Kiton의 경우, 양복 안의 빳빳한 심지를 얻기 위해서 우물에 수천 번을 담갔다가 말려서 옷 안에 집어넣는다고 한다. 그 외에 원단(재료)에 대한 그들의 강박증은 양복 한 벌 값을 1000만 원 이상으로 만들었다. 비슷한 예로 이탈리아 가죽 전문 브랜드인 토즈 TOD’S에서는 가죽 브랜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전문 부서가 있다. 또한 구입한 가죽은 같은 색상을 내기 위해 2~3년간 염료를 입히고 숙성시키는데, 그 과정이 마치 와인을 만드는 것과 흡사하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가죽이라도 장인들의 눈에 안 들면 가차 없이 폐기되는 철저한 품질 관리와, 신발 한 켤레를 만들기 위해 35개 가죽 조각이 나오고, 여기엔 수공으로 100번 이상 바느질이 들어가는 철저한 장인정신을 갖추고 있다. 


1898년에 시작한 페라가모 Salvatore Ferragamo의 경우는 요리용 오븐을 구두를 만들 때 ‘특수 기계(?)’로 사용한다고 한다. 페라가모 구두의 마지막 비밀 하나는 134가지 모든 공정을 마친 구두를 오븐에 7일간에 걸쳐 굽는 것이다. 오븐에 있는 시간에 따라 구두 모양이 더욱 견고하게 보존되어 시간이 흘러도 그 모양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의 소재만 선별하여 사용함은 물론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페라가모의 구두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또한 스위스 구두 브랜드 발리 Bally의 장인들은 무려 35만여 개의 발 모양 샘플을 갖고 있다. 지역이나 인종에 걸맞은 구두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발리 구두는 외국에 나가 사는 것보다 자국에서 사야 더 잘 맞는다고 한다. 한 켤레의 발리 구두가 나오기까지 고급 제품의 경우 공정이 220개에 이른다. 일반 수제 구두가 30~40개의 공정을 거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정성을 가늠할 수 있다. 


돌연변이 코드

 우리가 열광하는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은 100년 동안 ‘정통’과 ‘전통’의 숙성 과정을 통하여 ‘트렌드’와 접목되어 완성된 결정체, 즉 사람들의 궁극적 가치가 되어버린 ‘괴물’을 보는 것이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은 과거(역사), 현재(최고의 품질) 그리고 미래(트렌드)’의 시간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명품 브랜드는 어떤 문화와 가치 그리고 나라와 상관없이 그들의 중심 상권에 존재하고 있다. 명품은 이슬람 거리든, 기독교 거리든 그리고 가난한 나라이든 부자 나라이든 존재하고 있으며 브랜드와 상품의 기준이 되고 있다. 지나친 비약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면에서 명품은 ‘시장의 신神’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공간을 초월하는 명품들은 사람들의 시간의 개념 또한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어, 명품 매출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중들의 한 달 월급으로는 논리적으로 소비하면 안 되는 상품이 명품이다. 그러나 과거를 중시하는 19세기 사람들, 미래를 중시했던 20세기 사람들과 달리 현재를 중시하는 21세기 사람들에게 있어서 명품은 미래의 시간을 현재에 소비하게 만들었다. 명품은 미래의 돈을 당겨 쓰는 신용카드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부자가 되고 싶은 소비자의 미래 모습을 그리게 하며 현재를 돈으로 명품을 사게 만들었다. 


 이것을 속임수라고 말할까? 아니면 최면술이라고 말할까? 결국 소비자와 유통 그리고 모든 미디어들은 이러한 명품을 칭송하며 소유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세계 시장이 명품에 취한 상황이다.

 정통과 전통 그리고 트렌드에 따라서 브랜드가 명품 브랜드로 완성이 되고, 그 브랜드가 이 세상의 시간과 콘텐츠를 동시에 가지게 되면 앞서 언급한 괴물, 곧 시장의 먹이사슬에 가장 위에 있는 최강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명품을 단지 입고, 쓰고, 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전 세계 인구에게 하나의 꿈과 가치를 만들어 주는 일종의 종교적인 힘도 가지게 된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명품 조언  

 “명품이란 역사다. 브랜드 역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전 세계 소비자 마음속에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은 역사뿐이다. 여기에 제품의 독창성과 수준 높은 품질이 더해진 것이 명품이다. 한국 소비자가 사는 명품 브랜드는 상품뿐만 아니라 유럽의 문화를 구매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그룹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다.” - 베르나르 아르노 Bernard Arnault, LVMH 회장


 “문화를 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브랜드,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통을 이해시켜야 한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시장이 성숙되어야 했고 또 최상의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명제를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 베르나르 아르노 Bernard Arnault, LVMH 회장


 “요즘 명품시장 트렌드는 단지 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라이프 스타일을 지배하는 것이다. 우리 가문이 112년 동안 해온 일이기도 하다.” - 마커스 랑세스 스와로브스키 Marcus Langes-Swarovski, 스와로브스키 Swarovski CEO


  대부분의 명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의 비슷한 맥락에서 말을 한다. 옷을 팔지 않고 문화를 팔아라, 고객에게 품격을 팔아라, 고객은 브랜드의 일부가 되고 싶으니 절대로 가치를 버리지 말라 등.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의 관계자들이 자사의 ‘기능’과 ‘효용’에 대해서는 강변하는 것과 달리 패션업에서는 그 누구도 염색, 봉제, 트렌드 그리고 패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객에서 먼저 품질을 말하면 옷장사와 가방 장사이기 때문이다. 패션업은 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판다. 옷과 가방은 사은품으로 주는 것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태도와 지혜에 대해서 패션업은 아니지만 과학자와 철학자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다. 먼저 상상력 예찬론자인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조언을 들어보자. ‘셀 수 있다고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라고 모두 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말에 대해서 2권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패션 브랜드들이 론칭은 잘하지만 리뉴얼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론칭을 할 때는 대부분 상상력과 혁신에 의존하게 된다. 패션에서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의 근간이다. 하지만 리뉴얼을 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숫자, 즉 과거 판매량, 예상 판매량, 기존 고객수 그리고 기존 제품의 평균 판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과연 패션 브랜드에서 리뉴얼로 성공한 브랜드가 몇 개가 있을까? 30년 패션 역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하버드 마케팅 교수이면서 《마케팅 상상력≫을 쓴 데오 레빗 교수가 마케팅이란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가 있다. 앞서서 화가이며 음악가인 파울 크레는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명은 마케팅 교수이고 또 한 명은 예술 교수이지만 두 개의 문장을 본다면 마케팅과 예술은 모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종에 마술이 아닌가!  

 패션은 ‘상술’과 ‘예술’ 그 중간지대에 있는 뭐라고 딱히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원가 만원 하는 청바지는 시장에서는 2만 원에 팔리고 명품 진 브랜드에서는 60만 원에 팔린다. 음식도 부패와 발효의 차이점에 따라서 쓰레기와 술로 차원이 다른 상품이 나오는 것처럼 패션도 누가 입느냐에 따라서 찢어진 옷이 걸레가 되거나 최고의 트렌드인 빈티지가 된다. 이처럼 패션 마케팅의 기술은 예술을 위한 숙성과 완성의 조절이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만든 누디진 Nudijean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자신의 제품을 구매해서 6개월 동안 빨지 말고 입으라고 한다. 6개월이 지나서 옷을 뒤집어 미지근한 물에 가루비누를 넣고 빨면 나만의 워싱된 청바지가 나온다고 한다. 여기서 6개월 동안 빨지 않은 더러운 옷을 세탁하는 것을 그들은 ‘FINE ART’라고 한다. 브랜딩의 3대 요소인 Fantasy(이야기, Story)가 있고, 그것을 중독시키는 코드인 Supernatural(Addiction)이 있다. 그리고 브랜딩의 최고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RAW(Original)을 ‘새로운 워싱’ 방법으로 리바이스 오리지널인 ‘역사성’으로 인한 청바지 구매 기준을 바꾸려고 한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브랜드의 가치,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모든 방법이 서로 얼라인먼트가 되어 있다. 그리고 소비자가 그것을 추앙에 가까운 모방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에 있어서 빨지 않고 냄새나는 더러운 청바지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한 일종에 ‘수련’이다. 도대체 이 청바지 브랜드는 무엇을 팔고 있는 것일까?  


  패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보여주는 산업으로서 이 분야에서는 이런 힘을 ‘독창성’이라고 한다. (요즘은 크리어티브Creative라고 말하지만)이런 독창성을 통해서 독특한 콘셉트 만들고 그것을 빈티지, 모즈룩, 트래디셔널, 이지 캐주얼, 소프트 캐주얼, 캐포츠 등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는 만든다. 그렇다면 패션에서 흔히 말하는 독창성이란 무엇인가? 프리히드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사람의 눈 앞에 어른거리면서도 아직 이름이 없는 것,

아직 명명될 수 없었던 그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다.” 

이번 스콜레에서 발행한 컨버스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름은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리포지셔닝을 했던 전략을 자세히 설명했다. 


파란 신발과 빨간 신발, 컨버스 매직  

포르쉐 자동차를 탄 사람의 신발이 컨버스라면 그에게 컨버스는 어떤 의미일까?

컨버스 코리아 주형준 대표은 이런 신기한 현상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컨버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컨버스를 신고 나가서 창피할 일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키를 신으면 ‘오늘 운동하러 가나?’하는 질문을 받기도 하죠. 하지만 컨버스를 신는 순간 어떠한 아웃핏도 컨버스처럼 되는 것 같아요. 캐주얼(Casual), 아메리칸 프리덤(American freedom), 어센틱(Authentic)과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저희는 내부적으로 이것을 ‘컨버스 매직’이라고 부릅니다."


제품에 의미가 부여되고

그 의미를 대중이 인정하면 가치가 되고

그 가치가 공유되면 상징이 된다.

그렇게 컨버스는 신발이 아니라 [상징]이 되었다.



http://www.schole.ac/talks/project/detail/16


컨버스 리포지셔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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