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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Mar 03. 2017

이마트는 어떤 시장을 보았을까?

이마트 피코크  브랜드 런칭  전략 / 스콜레 편집후기(2)

북극에서는 북쪽이 없다시장에는 시장이 없다

 

 예전에〈코스모스〉라는 교양 프로그램이 있었다. 전 세계 60개국에서 방송되었고 6억 명 이상이 시청했다고 한다. 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가장 매력적인 신비의 별은 바로 ‘블랙홀’이었다. 엄청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서 주변의 별들과 빛까지도 빨아들인다는 미지의 존재. 과학자들이 여러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존재의 모든 신비는 알 수 없는 초월의 공간이다.

 블랙홀은 우주의 질서와 균형까지 빨아들여, 기존의 우주를 흔들어 놓고 시간과 공간 저편에 다시 그것들을 뱉어 놓아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내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해 그 존재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후 몇몇 학자들에 의해 그 실체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블랙홀의 생성과 구조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에 의하면, 블랙홀은 하나의 별이 백색왜성, 초신성, 중성자별의 단계를 지나 중력 붕괴 현상이 일어나면서 순식간에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력 붕괴를 통해 형성된 블랙홀은 특이점 singular point와 이를 둘러싸는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만으로 된 극히 단순한 천체라고 한다.



A supermassive black hole is depicted in this artist's concept .  Credits: NASA/JPL-Caltech

블랙홀은 말 그대로 [블랙]이기 때문에 그 존재를 시각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 대신에 별이 빨려가면서 나오는 X-선이 블랙홀의 존재를 알려 준다. 블랙홀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블랙홀은 별 자신의 거대한 질량으로 인해 스스로 쪼그라든 강한 별이다. 지구 정도의 별이 블랙홀이 된다면 엄청난 중력의 힘에 못 이겨 스스로 붕괴하고 찌그러져 반경이 1.8cm 정도라고 한다.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블랙홀 

블루오션(Blue Ocean)은 경쟁이 없는 독창적인 새로운 시장을 비유한 개념이다. 기업들은 이 개념에 열광했고 주도적으로 자신만의 블루오션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고 했다. 


블랙홀은 기업의 시장 전략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어서 생긴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1999년도에는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시장은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이 없던 시장을 상상할 수 있을까?온라인 쇼핑몰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당장 떠오르는 것이 택배이지만 실상은 우리의 시간, 비지니스 생태계, 직업 등. 경제의 근간을 바꾸었다.

불과 12년전인 2005년 전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그리고 아이폰도 없었다. 우리는 그런 것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것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면 우리의 그 이전 라이프 스타일은 모두 블랙홀로 빠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삶이 통째로 바뀌는 것을 우주의 [블랙홀]개념으로  시장을 살펴보자. 그리고 이마트는 이런 블랙홀의 출현 가운데 어떻게 브랜드를 런칭을 했는지 살펴보자. 


‘ 빨아들여서 뱉는다’, 간단한 논리지만, 순간 폭발과 함께 흡수 확대되는 시장 현상과 닮은 점이 많다.


 하나의 시장은 둘로 갈라지기도 하고 폭발적으로 분열되었다가 엉뚱한 시장에 흡수되기도 한다. 작은 틈새시장이 벌어지면서 힘의 균형을 흔들어 놓아 새로운 전체 시장에 긴장감을 부여하기도 하며 때에 따라서는 통째로 삼키기도 한다. 이 현상은 마치 블랙홀처럼 전체 시장의 질서와 균형을 빨아들이며 기존의 시장을 흔들어 놓고, 흡수된 시장과 고객을 모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천리안, 하이텔, 그리고 유니텔이라는 통신 세계에 있다가 갑자기 인터넷이라는 블랙홀에 들어가서 화이트홀을 지나 새로운 세계에 살고 있다. (이런 회사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대박과 블랙홀

 우리는 갑자기 성장 또는 성숙한 시장 혹은 상품을 ‘대박’이라고 한다. 대박은 ‘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초기에는 대개 음반이나 영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흥행 대박’과 같은 표현을 하였지만, 요즘은 이 말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조합되어 사용된다. 대박 주식, 대박 청약, 대박 상품권, 대박…. 여하튼 대박은 우연히 주어졌다는 느낌까지 담고 있어서 행운을 얻거나 횡재했다는 의미까지 표출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대박 시장이 있다.

도대체 갑자기 터져버린 대박 시장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박은 관찰자 시점에서 돈, 욕구 그리고 제품이 몰려가는 현상을 이야기한 것이다. 블랙홀로 비유한다면 다른 별이 블랙홀로 흡수되면서 보여주는 X선 현상일 것이다. 


블랙홀 시장은 그냥 터진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가 있는 시장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블랙홀 시장’은 순간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기존 시장을 와해시켜 버리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을 일컫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주 5일 근무제가 패션 시장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고, 한때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등산복만 입었던 시절이 있었다.

 블랙홀은 패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음료 시장에도 항상 블랙홀이 생긴다. ‘검은콩 우유’가 나오자마자 우유, 두유, 아침 햇살, 생식, 그리고 야채주스 시장을 빨아들이면서 엄청난 시장 흡입을 가져왔다. 단순히 검은콩 우유만이 아니라 두유가 우유를 흉내 내고, 우유는 더욱 자기만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로또’는 모든 복권시장을 빨아들였다. 그뿐만 아니라 경마 시장까지도 흡수하고 있으며, 각종 사행성 시장을 흡입하게 될 것이다. 검은콩 우유는 웰빙을 내세워 건강을 빨아들이는 것이고, 로또는 미래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우리의 상품은 경쟁 브랜드를 빨아들이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들의 욕구를 빨아들이고 있는가?


피코크는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보았을까? 


혼술과 혼밥 ... 이것은 현상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다.

외롭지 않은 혼자만의 현상은 의식주에서 온라인 출현만큼 빠르게 우리를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피코트는 먹는 문화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그들이 보았던 블랙홀은 무엇일까?


피코크가 먹는 것이 생존의 욕구가 아닌 존재의 즐거움이라는 거대 욕구를 보았다.

그곳에 블랙홀이 있었다.


 

피코크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피코크는 블랙홀  시장의 X선(대박 브랜드)이 아니라 피코크가 블랙홀,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

구글

유투브 

페이스북 

테슬라 

네이버 

이런 브랜드는 그 자체가 블랙홀이 되어 버린 사례다.


일찍이 산업혁명 이후에 지금까지 영향을 주었던 거대 블랙홀 시장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자동차의 블랙홀 시장을 예견했던 포드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의 정책은 값을 낮추고, 공정을 늘리며,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다. 값을 낮춘다고 하는 것이 제일 먼저 나와 있음을 눈여겨보라. 우리는 어떠한 생산원가도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판매가 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는 선까지 먼저 값을 낮춘다.
  그다음에 그 값으로 경영할 방법을 찾는다. 우리는 생산원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새로운 가격 설정이 원가 절감을 결정한다. 일상의 방법은 생산원가를 먼저 계산하고 파는 값을 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좁은 의미에서 과학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조금도 과학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생산자가 그 제품이 팔릴 만한 가격으로 물건을 만들 수 없는 상태라면 아무리 바르게 원가 산정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포드는 자동차 업계에 최초로 부품의 단일화와 표준화, 그리고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하여 대량생산체제를 통한 혁신적 저가 자동차 생산을 성공시킨, 대량생산의 천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저가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한 천재 엔지니어가 아니라, 경쟁업체의 40%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한 저가 자동차 모델-T를 1,500만 대(지금까지 1,500만 대 이상 팔린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단 3개뿐이다) 이상 팔 수 있는 빅뱅 시장이 있다고 확신한 전략가적·마케터적·공상가적 경영자이다.


 그가 먼저 본 것은 저가로 생산할 수 있는 대량생산 시스템과 기술력이 아니라, 저가 대중 자동차 시장이라는 블랙홀 시장을 본 것이다. 블랙홀 시장을 확신한 후, 그는 저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성공 공식(새로운 기준)을 개발함으로써 자동차 시장의 리더가 되었다.

 자동차는 그 당시 부의 상징이었고, 모든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었으며, 부자처럼 살기 위해서 자동차를 샀고, 그리고 부자처럼 살지 못하지만 자동차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 포드의 값싼 자동차를 샀다.


 이런 다양한 사례들은 블랙홀 시장의 존재를 입증해 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블랙홀 시장을 찾거나 만드는 블랙홀 전략은 우리가 마케팅에서 정의하는 기존 세분 시장 전략(세분, 니치, 미투)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장 창조 전략이다. 기존 전략이 한정된 공간에서 경쟁자를 피하여 찾은 틈새시장인 데 반하여, 블랙홀 전략은 기존 시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전략이다. 우리가 컨설팅할 때 블랙홀 전략은 틈새(니치) 전략으로 많이 오인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니치 시장의 규모는 예측 가능하지만 블랙홀 시장은 시장의 강력한 흡인력 때문에 실제로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파급효과 또한 엄청나다.


피코크의 블랙홀 설계도


‘상상할 수 없는 큰 규모’와 ‘독점'이라는 두 가지 요소는 블랙홀 전략의 최대 매력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블랙홀처럼, 우리는 시장에도 소비자를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음을 경험과 사례를 통해서 믿는다. 성공한 브랜드들을 연구함으로써 블랙홀은 호황기뿐만 아니라 불황기에도 효과적인 전략임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불황기에도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경영전략은 바로 이러한 블랙홀을 찾거나 만드는 일이다. 블랙홀 시장을 찾거나 만들고, 거기서 주도 브랜드까지 된다는 것은 절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우리는 컨설팅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접근법을 이용하면 쉽게 블랙홀 시장을 찾고 그 속에서 주도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피코크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의 핵심은 피코크가 보여주었던 거대한 시장이다. 

단순히 이마트의 신규 브랜드 런칭의 성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피코크를 통해서 우리가 보았던 거대한 라이프 스타일을 알려 주고 싶었다.


이마트는 예전에 자기 중심의 시장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그리고 SSG 닷컴이라는 거대 시장을 갖고 있기에

피코크가 블랙홀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주 높다. 


space.com에서 화면 캡처 / 영화 Interstellar 장면 / Interstel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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