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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Jun 09. 2017

[공간 브랜드]의 컨셉 전략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 편집후기(1) 

Studio Black 

공간 브랜딩, 콘셉트에서 시작해서 콘셉트로 완성된다


오래전 어떤 패션 브랜드를 컨설팅 한 적이 있었다. 디자인 실장은 브랜드를 이루고 있는 3개의 콘셉트를 설명하면서 그중에 하나인 Cool Black이라는 단어 카드를 보여 주었다. 


[차가운 블랙]은 도대체 어떤 블랙일까? 만약에 Cool Blue라고 한다면 얼음과 차가운 겨울 바다가 연상 이미지로 떠올랐지만, Cool Black은 아무런 연상 이미지가 없었다. 

 

나는 디자인 실장에게 Cool Black이 무슨 컬러인지를 질문을 하려고 그녀의 눈을 먼저 쳐다보았다. 

그녀는 내가 질문을 하기 도전에  이렇게 대답했다.


"프라다 블랙이요"

 

낙하산 소재였던 포코노 원단을 이용해 만든 프라다 가방 




이번에는 Studio Black이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인간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독특한 정의에 대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직감과 공감'으로 -대충/대강- 이해할 수 있다. 


Studio Black의 존재감은?

Studio Black은 어떤 Black일까? 

Studio는 모두 Black 컬러로 칠해져 있을까?   


Studio Black은 은 ‘언어와 비언어의 중간 지대의 느낌’을 가진 브랜드 네이밍이다.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으로 구성된 네이밍이다. 


이런 네이밍에 대해서 프리드리히 니체의 표현을 빌려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독창성이란 모든 사람의 눈앞에 아른거리면서도 아직 이름이 없는 것, 아직 명명될 수 없었던 그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다.'



Studio Black은 어떻게  Studio Black이 되었을까?












이번 편집 후기에서는 [공간 브랜드]의 컨셉을 구축하기 위해서, 컨셉추얼라이제이션(Conceptualization, 개념화)에 대해서 깊고, 짧게 그리고 핵심만 소개하겠다. 편집 후기(2,3)에서 계속 다룰 예정이다 


아마도 콘셉트를 도출해 본 사람이라면 위에서 니체가 말하려고 했던 것(눈앞에 아른거리면서도 아직 이름이 없는 것에 이름을 짓는 것)이 컨셉추얼라이제이션(Conceptualization, 개념화)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콘셉트를 브랜드로 만드는 컨셉추얼라이제이션 과정에서 브랜더는 상상, 형상화, 유추, 추상, 감정이입, 변형, 통합, 통찰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창조적인 행위를 한다. 뿐만 아니라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을 통하여 네이밍, 상품, 이미지까지 브랜드를 완성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의 감정과 이성의 ‘종합 예술’이다. 


〈스마트 월드〉의 저자인 리처드 오글과 콘셉트 건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컨셉추얼 라이제이션에 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콘셉트화 과정은 명백한 ‘패턴이나 구조가 없던 것’에서 ‘조리 있는 통일’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관이 필요하다. 직관은 표면 아래 숨겨진 패턴을 읽어내는 무의식적 능력이다. 또한 패턴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구성요소를 열거하기보다는 간단하고 압축된 방법으로 독특하게 표현해내는, 알고리즘과 같은 일종의 패턴을 만 들어내는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콘셉트력은 콘셉트를 잡는 능력을 말한다. 그 힘의 기원은 직관과 통찰이다. 직관과 통찰의 사전 정의가 아닌 예술가들의 체험을 통해 들어보자. 영국의 시인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Graves)는 “직관은 통상적인 사고 과정을 모두 버린 채 문제에서 해답으로 곧장 뛰어넘는, 논리의 초월이다”라고 설명했다. 

〈생각이 직관에 묻다〉의 저자 게르트 기거렌처도 “직관은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다. 의식 가운데서 느닷없이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림 셈법을 구성하는 일종의 골조물이다”라고 설명한다. 〈생각의 탄생〉의 공저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도 “통찰은 돌연한 계시와도 같으며 창조적 사고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능력이다”라고 말한다. 

  시인과 인류문화학자가 말했던 직관과 통찰의 총합인 콘셉트력은 시장 경쟁에서 차별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현대 경영인이 갖추어야 할 브랜드 경영능력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콘셉트력을 비즈니스 현장에서 쌓아갈 수 있을까? 

직관과 통찰을 얻기 위해서 어떤 학습과 훈련을 해야 할까? 

먼저 콘셉트력을 학습하기 전에, 비즈니스 현장에서 정의한 콘셉트를 먼저 살펴보자. 


〈한눈에 보는 마케팅 플랜〉의 저자 피터 나이트(Peter Knight)는 인터뷰에서 콘셉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콘셉트이란 고객이 ‘상품을 사야만 하는 단 하나의 특별한 이유가 되는 것’ 혹은 ‘그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소비자가 얻게 될 핵심가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고의 브랜드는 항상 FBI(Fantastic Big Idea) 가 있다. FBI란 그들만이 가진 강점이다. 즉, 핵심 콘셉트이다. 

  예를 들어 BBC를 보자. BBC는 언제나 ‘권위 있고 믿을만한 방송’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BBC의 콘셉트이다. TV 뿐만 아니라, 웹과 라디오를 통해서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음악방송이 되었든, 신문이나 스포츠의 기사, 심지어 드라마와 코미디 까지도 BBC는 단 하나의 콘셉트를 전달하는게 뛰어나다. 모든 방송 기획도 FBI와 합당한 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뒤 방영한다.

또한, 소비자가 BBC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요구사항과 불만은 무엇인지 늘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 그래서 핵심 콘셉트, 즉 FBI는 지속성을 갖게 되며 상품과 서비스의 질, 그리고 소비자의 경험 가치가 쉴 새 없이 수정과정을 거쳐 향상된다. BBC는 진정으로 브랜드의 일관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다.

콘셉트를 개발할 때 중요하게 생 각해야 할 것이 있다. 비즈니스를 ‘짧고 강력한 언어’로 정리해야 하며, 전체 이야기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문장으로 듣는 사람의 구미를 당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적용되어야 한다.” 


피터 나이트의 설명을 따라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을 살펴보자.

현대카드의 FBI는 [현대카드스러움]이다


현대카드의 스튜디오 블랙의 컨셉을  Another Place of Hyundai Card라고 한다.





〈열광의 코드 7〉의 저자 패트릭 한론이 설명하는 콘셉트는 또 다른 극단 점에 있다.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종교’다. 콘셉트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까지도 아우르는 철학과도 같은 것이다. 강력한 콘셉트를 가진 브랜드의 소비자는 브랜드에 ‘충성’을 약속하고 ‘헌납’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브랜드 콘셉트의 교리와 창조 신화를 ‘설파’한다. 그리고는 같은 종교 내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끈끈한 ‘소속감’에 안도한다.” 패트릭 한론에게 콘셉트는 종교의 만트라(Mantra, 진언 眞言)와도 같다.

 

〈감성 브랜딩〉의 저자 마크 고베(Marc Gobe)의 콘셉트 정의를 살펴보자. ‘콘셉트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경쟁우위 요소이다.’ 


‘경쟁우위 요소’와 ‘공유·공감의 코드’는 전문가들이 꼽은 좋은 콘셉트의 요건이다. 이렇게 중요한 콘셉트를 전문가들이 쉽게 잡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직관을 통해서 스쳐 가는 콘셉트는 초기에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는 아이디어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수는 이렇게 다가온 모호한 콘셉트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단어로 억지 해석하는 경우다. 이것은 말 그대로 한 번도 맛보지 않은 귀한 술에 물로 희석해서 아무 맛도 나지 않게 하는 것과 같다. 아인슈타인이 “누군가 처음 제시한 아이디어가 이해가 되면 그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고 말한 것처럼, 처음부터 이해가 되는 콘셉트는 특별한 콘셉트가 아닐 확률이 높다. 콘셉트는 누구나 공감하도록 쉬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브랜드 컨셉은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서 강력한 콘셉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실수는 첫 번째와 반대로 콘셉트를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로 나열하는 경우다. 다소 거북한 표현이지만 ‘콘셉트 병신체’를 사용하는 경우다. ‘모던한 아방가르드의 쿨 무드’ 혹은 ‘런던 감각의 전통성과 정통성의 구현’이 과연 무슨 말일까? 시인 안도현의 말에 따르면 “사물의 핵심을 표현하는데 게으른 시인일수록 형용사를 애용한다. 그가 제시한 형용사를 따라다니다 보면 독자는 상상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고 했다. 콘셉트은 브랜드 시에 가깝다.

 

세 번째 실수는 이렇게 중요한 콘셉트를 전문 대행사에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다. 전문 대행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브랜드 콘셉트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브랜드의 영혼인 콘셉트를 대행사에 통째로 맡기는 것은 브랜드를 안락사시키는 것과 같다. 


네 번째 실수는 콘셉트 책에 있는 콘셉트 공식에 대입해서 콘셉트를 뽑는 경우이다. 콘셉트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자. 놀랍게도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문제다. 콘셉트를 만드는 사람 대부분은 이론으로 배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어떻게 만들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콘셉트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거시기’라는 단어처럼, 콘텐츠(Content)와 콘텍스트(Context), 그리고 여러 콘텐츠(Contents)가 압축돼 만들어진 ‘논리’이기 때문이다. 

  *거시기 콘셉트는 편집 후기 2편에서 다루겠다.


‘압축된 논리’라고 불리는 콘셉트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지성과 감성’이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 전문가들은 콘셉트를 이해하지 않고 느낀다. 물론 소비자들도 콘셉트를 한 줄 혹은 한 단어로 인식하지 않고 ‘통’으로 느낀다. 그것을 ‘글’로 정의하는 것이 한계가 있음을 콘셉트를 다루는 사람은 모두가 안다. 그래서 탁월한 콘셉트를 찾는 것은  방정식이기보다는 확률에 가깝다. 그래서 탁월한 콘셉트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으로 '확률'을 높혀야 한다.

  

콘셉트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그 실체는 전략이다. 

왜냐하면 강력한 콘셉트가 바로 포지셔닝의 뇌관이기 때문이다.



네이밍이자 콘셉트이고, 콘셉트이면서도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현대카드의 스튜디오 블랙은 압축된 전략이다.




더 많은 내용은 여기에서

https://www.theunit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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