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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Oct 17. 2017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핵물리 과학자가 설명해주는 천재들의 노트 사용법]

노트가 주는 마력(매력이 아니라)은 의외성이다. 노트에 적으면서 잠깐 딴생각을 한 낙서를 시간이 지나 다시 볼 때 핵심적인 내용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 과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법칙 발견의 법칙’인 세렌디피티 Serendipity다. 


감마선, 전자레인지, 페니실린, 포스트잇, 만유인력 법칙 그리고 비아그라까지 대부분의 법칙은 (고민과 노력으로 인해서)‘필연’이 변장한 (순간적인 아이디어나 상황 결합)‘우연’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그래서 “전자 장치에 적는 것은 입력이고, 노트에 쓰는 것은 출력이다”라는 말도 있다. 


노트에는 그림도 그려도 되며, 낙서도 해도 된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나중에 들춰 보아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날짜를 찾거나 이슈를 찾아서 잃어버린 기억에 접근했지만, 우연히 노트를 들춰 보다가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된다.


어디에 썼는지 몰라서 여기저기 뒤적거리다가 운이 좋게 생각지도 못한 메모도 만나게 된다. 노트는 분명 우연과 아쉬움이라는 감성을 찾아주었다. 노트에 아이디어를 적으면 또 다른 아이디어가 나온다. 머리에서 나와야 하는데 마치 노트에서 나오는 것처럼 메모의 여백을 따라 아이디어가 자꾸 흘러나온다.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의 저자 이 재영 교수와 탁월함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노트는 사람을 탁월하게 만들 수 있을까?
노트만 잘 써도 사람이 탁월해질 수 있을까?



이재영 교수
이재영 교수님 소개 

KAIST 원자 및 양자공학 박사

Purdue University 객원교수 

POSCO 석좌교수 

한동대학교 기계어 공학부 교수 

한동대학교 산학연구 인재개발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MOLTEX(영국) 기술자문위원


(저서)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한티미디어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원앤원 북스         

-어떻게 평범한 그들은 탁월하게 되었는가-원앤원 북스                                                  

-사회로 나운 과학기술- 한티미디어          

-에덴의 축복-땀, 해산, 그리움- 바이블 북스



시대마다 탁월함의 정의는 다양하게 변해왔습니다. 과거와 현재, 탁월함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함을 ‘아레테(Arete)’라는 단어로 설명했습니다. 아레테는 사람이나 사물이 가지고 있는 탁월성, 유능성, 기량, 뛰어남 등을 의미합니다. 탁월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람이나 사물이 본연의 특성을 완전히 이룬 상태로, ‘완성된 인간으로 성장하는 하나의 목표’와 같았습니다. 반면 남성 위주의 시대에는 탁월함이 남성성(Virtus)과 동일시 되어, 그 덕목으로 용기, 근엄, 절제, 자애 등이 요구되었습니다. 현재는 주로 덕(德, Virtue)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저는 오늘날 탁월함을 나타내는 엑설런스(Excellence)에서 ‘돌출’ 혹은‘밖’을 상징하는 접두어 ‘ex’에 주목합니다. 탁월함은 비교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순위 경쟁을넘어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월등한 사람만이 탁월함에 이를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일종의X-Man이고, 사물이라면 X-Thing이 되겠죠.



탁월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탁월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는 눈(Insight, 통찰력)을 가진 발견자와 선구자입니다. 모두가 상대를 주목할 때 탁월한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바라봅니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길로 걸어나가면 탁월해지는 것이죠.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통찰력은 상상(Imagination)과 영감(Inspiration)이 만나 생겨납니다. 현실수용이 아니라, 이를 넘어선 다른 세계(Ex-World)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지구 밖의 삶을 생각했습니다. 화성에는 공기가 없으니 우리가 쓰는 엔진 자동차는 무용지물인 거죠. 지구에 살면서 화성의 삶을 생각하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죠. 뉴턴은 땅에 떨어지는 사과와 떨어지지 않는 달을 연결지어 하나로 설명하려 했고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나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Faraday)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인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열었습니다.



탁월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탁월함을 이루는 방해 요소는 무엇입니까?

탁월함의 적(敵)은 경쟁 속에서 자신의 탁월함을 정의하는 겁니다. 1등인 순간은 매우 짧습니다. 다음 경기가 있기 전까지만 1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비교우위의 세상이 아닌 자신만의 규칙이 있는 경기장을 만들어 나가야합니다. 과거의 성과에 만족하는 태도도 경계해야 합니다. 탁월함은 보이지 않는 시간과 영역에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휴먼 브랜드는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여 브랜드가 된 사람입니다. 휴먼브랜드의 탁월함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능력을 한정 짓지 않고, 한계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전을 보았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교육받지 못한 열등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잠재의식을 통해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면서 한계를 극복해냅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 자만하고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하지만 휴먼브랜드는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면에서 휴먼브랜드는 바라 볼수록 보고 싶은사람, 바보라고도 말할 수 있죠.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실패로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다시 시작하고, 이 정도면 됐다는 한계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천재 또는 전문가와는 다른 휴먼브랜드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한계를 뛰어넘는 탁월함과 그 과정에서의 서사성 그리고 독창성이 있습니다. 언제나 특별하고 참신한 것을 갈망했던 스티브 잡스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독창성을 발휘했죠. 또한, 진선미(眞善美)라는 가치를 품고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가 다중지능이론에서 말한 인간이 가진 9개의 지능 분류에서 특정 부분이 뛰어나도, 선과 미를 함께 갖추지 못하면 휴먼브랜드라고 할 수 없겠죠.

선천적으로 재주가 뛰어났던 아인슈타인은 진리를 깨닫는데 탁월했지만,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가족들을 잘 보살피지 않는 건 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인생을 살아갈 때 진정성이 있고, 일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아름다운 품격까지 있다면 어떨까요? 비록 천재가 아니어도 세 개의 인격이 하나 된 삼위일체처럼 진선미의 가치를 드러내는 사람이 휴먼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누가 인정하지 않겠습니까.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에서 탁월함을 만드는 방법으로 노트 필기에 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탁월한성과를 내는데 노트쓰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노트는 단순한 기록장치가 아닙니다. 우연히 적은 한 단어가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생각을 글로 응축시킨 노트는 작은 생각을 붙잡아내고, 키워내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기록은 문제를 파악하거나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영감을 줍니다. 한편으로 머릿속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머리가 정보로 가득 차면 지식이 결핍되고, 지식으로 가득 차면 지혜가 결핍됩니다. 저는 탁월함을 학업이나 지식에 두지 않습니다. 대신 일상의 단순함에 탁월함의 초점을 둡니다. 조그만 수첩을 들고 다니며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몰입하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릅니다.단순함속에서 연관성이 적은 것들을 새롭게 연결해가며 즐거운 상상을 하죠. 그 속에서 창조의 넓은 영역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탁월한 탐험가로서의 저 자신을 만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다윈, 파스퇴르처럼 위대한 인물은 집요하게 노트를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노트를 사용하고 있으신가요?

저는 한 권의 연습장에 모든 생각을 쓰면서 ‘생각의 단권화’를 이룹니다. 그중에서 생각이 익어가면, 작은 수첩에 주제별로 글을 씁니다. 이 수첩은 집중력을 높여주고 성취감을 주는 데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각주를 붙이고 보완해서 전자문서로 만들고 논문이나 책을 만들어 내죠. 제가 쓰는 디지로그 방식 중에 하나는 전자문서를 프린트해서 노트에 붙이는 방식도 있는데요. 이것은 일종의 임시편집이지만 들고 다니면서 연필로 아무 때나 수정하는 데 아주 제격입니다. 그러다 보면,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 반죽처럼 노트가 부풀어 오릅니다. 이렇게 ‘발효’시킨 노트는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최근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개인의 탁월함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앞으로의 교육은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탁월함은 개인 생존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제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있는 무한정보시대에 교육자는 학생의 상상력과 통찰력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험으로 평가하는 점수 위주의 교육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이기기’에서 ‘달라지기’로, ‘소속(in)’에서 ‘일탈(ex)’로 나아가야죠.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상식의 얼음장을 깨는 도끼 같은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생존의 지혜와 야성을 만들어줍니다.


그동안 많은 학생을 지도하셨습니다. 청년들이 탁월함에 이르기 위해선 어떤 점을 극복해야 할까요?

학생들에게 탁월함은 지식보다는 성장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은 첫째, 자신에 대한 불신을 극복해야 합니다. 조그만 실패나 남의 평가에 큰 의미를 두면 그 분야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금방 포기합니다. 흔히 우리는 잘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라고 조언합니다. 문제는 이 둘의 구분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탁월함의 경지에 이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무언가를 오래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속력은 탁월함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누구나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지치고 절망하겠지만,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탁월함에 이를 것입니다. 셋째는 경쟁심입니다. 경쟁심은 순간적으로 엄청난 집중력을 주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경쟁은 비교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잘하면 절망하고, 자신이 이기면 안심하고 나태해집니다. 탁월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바라봅니다. 우리는 대개 경쟁을 통해 탁월함을 추구하지만, 경쟁에서 느낀 우월감은 최종 목적지로 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탁월함에 이르기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저는 청년들에게 바보가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바보란 안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 정신이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바보와 같은 순수함이 있다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한정 짓지 않고, 실패해도 창피하지 않습니다.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거죠. 이를 위해 다른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길 바랍니다.




이재영 교수는 누구나 탁월해질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믿음을 버린 채, 탁월함은 특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약점을 인정하며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잠시 반짝이는 게 아닌 오래 지속하는 가치로서 존재하길 바란다면 우리는 탁월해져야 한다. 자신만의 목표를 끊임없이 바라봐야 한다. 


그는 탁월해지려는 방법으로 노트 필기를 제안한다. 

현재 그에겐 50권이 넘는 노트와 40여 개의 수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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