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 Oct 27. 2017

디자인의 출발은
디자인을 정의하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디자이너가 정의하는 디자인

디자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느끼는 것과 느끼지 못하는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상품인 것과 작품인 것에 대해 경계선을 긋거나 이어주는 일이다. 

그래서 상품이 작품이 되기도 하며 작품이 상품이 되기도 한다.

 


홍대 IDAS 나건 원장 
교수님께서는 강의를 시작할 때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What is definition of definition?”이라고 하던데요. 사실, 2008년 출간하신 《디자인 발전소》라는 책에서도 ‘Definition : 정의 : 定義’라는 섹션을 별도로 떼내어 ‘Definition’을 아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03년인가 그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처음 얼마간은 제가 잘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학생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왜, 학생들이 잘 못 알아듣지?’하면서 질문이 시작되었는데 그 질문이 어떻게 끝난 줄 아세요? ‘그런데, 넌 제대로 알고 전달한 거야?’였어요. 결론은 나 스스로가 제대로 모른 채 가르쳤다는 거였죠. 


그때 가르치던 주제가 ‘디자인 리서치’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다음날 연구실에 나오자마자 ‘디자인 리서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죠. 여러 가지 책을 보다 보니, 디자인에서 말하는 리서치의 정의가 한마디로 ‘gathering of knowledge’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럼 ‘knowledge는 뭐지?’ 하는 생각이 또 드는 거예요. 이번에는 knowledge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았죠. 이미 다 알고 있는 data, information, knowledge, wisdom의 체계를 그때 보게 되었어요. data부터 wisdom까지 각각의 정의를 훑어보면서 결국, 리서치에서 말하는 knowledge라는 것은 ‘specificinformation about something’이라고 정의를 내리게 되었어요. 


그 정의를 내리는 순간 머릿속에서 디자인 리서치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림이 체계적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거예요. 그다음부터는 술술 풀리더군요. ‘그럼, 어디서 knowledge를 gathering, 즉 모아야 하지?’ ‘책이나 디자이너들이 관심 있게 생각하는 물건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그럼, 각각에서 knowledge를 모으는 방법은 무엇이지?’ ‘책에서는 서치 search... 물건은 측정... 사람은 질문...’ 그래서 항상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바로,“What is definition of definition?”이 된 거죠.



definition의 정의가 무엇일까, 훨씬 더 궁금해지는데요,  교수님께서 내린 definition의 정의는 무엇이었나요?

바로 ‘약속’입니다. definition의 어원은 de+fine으로, ‘어떤 것의 한계를 지어 주다’라는 의미예요. 리서치를 ‘gathering of knowledge’라고 정의를 내렸잖아요. 이것은 저만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에요. 리서치라는 것을 이렇게 상정하자, 라는 쌍방 간의 ‘약속’이죠. 그런데 이 약속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요. 연인끼리 통용되는 프라이빗한 약속이 있는가 하면, 회사나 공동체에서만 통용되는 로컬한 약속이 있고, 그런가 하면 글로벌한 약속도 있죠. 

중요한 것은 이 definition이 어느 정도의 레벨에 속하는가를 판단하는 거예요. 만약, 글로벌한 약속에 해당하는 거라면 굉장히 파워풀한 definition인 거예요. 그렇다면 ‘keep in mind’는 필수죠!



어떤 것의 definition을 명확히 안다는 것은, 다른 말로 그것의 ‘존재 목적’을 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데요. definition을 안 것이 교수님께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정체성의 발견이죠. 정체성이란 절대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이잖아요. 어떤 것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그 본질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같은 말이에요. 디자인 리서치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나니, 디자인 리서치에 대해서 가르치는 교수의 정체성이 명확해지더군요. 


그리고 교수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의를 자연스럽게 내려 보게 됐어요. 바로 ‘헬퍼’더라고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 그리고 지혜를 가지고 학생들의 인생에 도움을 주는 퍼실 리레이터 Facilitator가 바로 교수라고 정의를 내리게 되었죠.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나니까 교수로서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교수로서의 삶이 너무나 쉽고, 재밌어지더군요.



결국 “Who are you?”가 아니라 “What are you?”에 대한 질문이 defi-nition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무엇’인지 아는 것, 사실 이것은 인간이 살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일 텐데요.



맞습니다. 자연은 대부분 안에서 무르익어서 밖으로 표출되지요. 그런데 인간은 반대예요. 일단, 겉에 껍데기를 먼저 씌우죠. 그리고는 그 껍데기에 맞게 안을 변화시켜 갑니다. definition을 아는 작업을 통해 내가 무엇인지 알고 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분명 해지죠. 그다음부터는 질문이 이렇게 바뀌게 돼요. “내가 나의 defini-tion에 맞게 잘살고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definition에 따라 자신의 삶을 점검하는 거죠. 그런데 놀라운 것이 무엇인지 압니까?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그것에 맞춰서 살다 보면 어느새 ‘영향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리더십, 카리스마가 생긴다는 거죠. 교수로서 나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게 되면 나만의 고유 ‘컬러’가 생기게 돼요. 


  왜 시쳇말로 학생들이 “저 교수님 수업은 컬러가 있어”라고 얘기하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그런데 그다음은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뭐냐면, 학생들이 그 교수를 자신의 ‘롤 모델 rolemodel’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동일시한다는 거죠. 한 번은 제가 가르쳤던 한 제자가 이러는 거예요. 그 제자가 강의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제 스타일대로 강의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군요. 이게 바로 영향력이에요.



동일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본질, 그러니까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냈다는 것일 텐데요. 그런데 시대와 환경이 변하다 보면 그 시류에 휩쓸려 아이덴티티를 잃게 되는 위험한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본질을 부여잡고 사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 또한 한 가지 정의를 알면 아주 간단해집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죠, 존 나이스비트 John Naisbitt가 쓴 《마인드 세트 Mind Set》라는 그의 저서를 보면 첫 번째 장의 제목이 이렇습니다. “While many things change, most of things remainconstant.” 즉 “많은 것이 변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 첫 번째 장에서 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what과 how를 잘 봐야 한다”고말이에요. 이것은 바로 이런 뜻이에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잘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what은 변하지 않는 것, 본질을 뜻하죠. 이 본질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에요. 반면, how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USB가 있어요. 지금까지 USB의 변천사를 보면, 5.25인치에서 3.5인치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8GB가 넘는 대용량도 나왔죠. 또 모양도 플로피 디스크를 시작으로 수많이 변해 왔죠. 엄청난 변화를 겪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에서도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가 있어요. 바로 ‘인간은 무엇인가를 밖에다 저장하고 싶어한다’는욕구는변하지않은거예요.그러니까인간의마음은변하지않았다는거죠.변하는 것과 변하지않는 것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알고 있다면 환경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릴 위험이 없습니다.


definition을 브랜드 관점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자신의 브랜드definition를 명확히 안다면 ‘영향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CEO가 가진 브랜드 철학을 말단 직원이 모르는 경우가 많죠. 만약, 기업의 모든 사원이 자사의 브랜드 definition을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제대로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각각의 부서에서 통일되고 일관되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겠죠. 만약, 어떤 브랜드가 ‘정직’이라는 신념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봐요. 그럼, 정직을 브랜드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겠죠. 


누구는 그것을 디자인으로, 누구는 그것을 마케팅으로... 결국,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직’이라는 신념은 소비자들과의 ‘약속’이 되고, 그 약속을 지킨다면 그 브랜드를 믿어주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많은 브랜드가 변하지 않는 이 본질을 쫓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을 쫓는다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이 브랜드가 사람들의 눈에 들까에만 촉각을 세우다 보면, 당장은 좋을지 모르나 결국, 그 브랜드는 잊히게 마련이죠. 만약, 신입사원에게 “당신의 브랜드 definition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것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면, 또 그것이 CEO의 이야기와 일치한다면 그 브랜드는 영향력이 있는 브랜드이거나, 될 가능성이 보장된 브랜드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4회 Conects Society


500만 원 펀딩액을 목표로 진행된 브랜드 Dr. Nah와 Shapl의 펀딩은 
종료 시점에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상 최고액인 15억 원 돌파 


콜라보 브랜딩을 목적으로 론칭한 
나건 교수의 닥터 나(Dr. Nah)의 브랜드 전략 세미나


세션 1. 콜라보 브랜드, Dr. Nah의 브랜드 플랫폼 
세션 2. 디자인 띵킹,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대상 커넥츠 에디터 

닥터 나(Dr. Nah) 브랜드를 자신의 제품에 사용하고 싶은 분 

닥터 나(Dr. Nah) 브랜드와 콜라보 마케팅을 하고 싶은 분 

닥터 나(Dr. Nah) 브랜드로 클라우드 펀딩을 하고 싶은 분 

닥터 나(Dr. Nah) 브랜드의 기보를 나건 교수님과 함께 작성하고 싶은 분 

닥터 나(Dr. Nah)와 같은 브랜드를 기획하거나 런칭하고 싶은 분

브랜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분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분   



일시 : 11월 3일 (금) / 19:00~21:00 
장소 : 강남/현대카드 Studio Black 10층 Flex Room
신청자의 인원에 따라 적합한 장소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수강 비용은 무료입니다 ( ST UNITAS가 후원합니다) 
기본적으로 선착순 모집으로 지원받습니다. 
하지만 수강 신청 메일에 [신청 이유]를 적어 주시면 내용을 살펴보고 우선적(?)으로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강지원은 아래 사이트입니다

http://gibo.conects.com/event/index/invite_editor

이번 모임은 [닥터 나 브랜드 기보]를 만들기 위한 모임입니다.
메일로 지원하신 수강생 중에서 정원으로 인해서 아쉽게 등록되지 못하시는 분들은 세미나가 있을 때 우선적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피처 에디터 소개 



나건,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원장

나건 교수는 IDAS(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의 원장이며,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및 콘셉트 디자인 심사위원, K-Design 어워드 심사위원장, 그리고 DFA(Design For Asia)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디자이너이다.  

———————

현재

IDAS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원장

IDTC(국제디자인트렌드센터) 센터장

HE.ER Lab (Human Experience & Emotion Research Lab) 디렉터

한국 디자인경영학회 회장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 부회장


경력

2010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총감독 (World Design Capital Seoul 2010)

현대카드 사외 이사


국제 디자인 공모전 심사위원

1.Red Dot Award: Product Design, Essen, Germany(2012 ~ 현재)

2. Red Dot Award: Design Concept, Singapore(2009 ~ 현재)

3. DFA(Design For Asia) Grand and Special Award, Hong Kong(2016 ~ 현재)

4. Victorian Premier’s Design Awards, NSW, Australia(2017)

5. China Good Design Award, Xiamen, China(2009- 현재)

6. K-Design Awards, Seoul, Korea(2015 ~ 현재)

7. IDEA/Brasil, Sao Paolo, Brazil(2010)


저서

디자인 발전소, 비주얼 스토리 공장 출판부, 2008 외 8권 

매거진의 이전글 초연결 시대에도 변치 않을 마케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