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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Nov 17. 2017

퇴사를 할까? 기보를 볼까?

Designer와 De-signer 

내 핸드폰에는 저장되어 있는 사람중에 50% 디자이너다.

나는 [디자인 경영]이라는 특집도 썼지만, 디자인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이렇게 많은 디자이너와 인맥을 가진 이유는 1993년부터 패션(의류)에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했기 때문이다.


1993년, 해외 의류(봉제) 수출부에서 근무했고, 

1995년부터는 2001년도까지는 패션 마케터, 패션 광고 기획자, 패션 잡지 객원 기자로 일했다. 

2002년에는 패션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서 2015년까지 패션과 각종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컨설팅 했다.

24년 동안 패션 관련 분야에서 일해서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를 알게 되었다. 


아마 디자이너 직군처럼 다양한 분야가 있는 분야는 없을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 패션 마케터는 패션 마케터이다.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는 의류 디자이너, 신발 디자이너, 용품 디자이너, 원단 디자이너, 자수 디자이너, 영상 디자이너, 트렌드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패키지 디자이너, 용기 디자이너, 광고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VMD 디자이너를 비롯해서 세분화되어진다. 


나는 패션에서 이런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브랜드 런칭 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다른 직장, 직종 그리고 직군으로 이동할 때 나에게 이직 상담을 자주 요청했다.


디자이너의 퇴사 이유는 너무나 많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그때나 지금이나' 언제나 한 가지 답변만 해주었다. 


더 이상 학교와 직장에서 규정했던 디자이너(designer)의 한계에 갇히지 말고,
디자인 Design의 원래 의미인 디-사이너(de-signer)가 되어야 합니다.


 디자인Design의 단어 구성은 De(풀다, 그리다, 설명하다의 의미)+sign(신호, 계시, 상징)의 합성어다. 고대 의미를 그대로 디자인을 다시 설명한다면, [계시를 풀다]의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디자이너란 소비자, 시장, 미래, 욕구, 기술의 변화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신호(sign)를 보이는 이미지와 상품뿐만 아니라 경험, 메시지, 감정까지 디사인(De-sign)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퇴사하려는 디자이너에게 하는 나의 조언은 자신을 디자이너가 아닌 디-사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이 세상에는 인공지능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수많은 디자이너가 서로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니어중에 또 한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오로지 한 명의 디-사이너가 되어야 한다. 



Design과 De-sign


컨버스 신발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일까?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만약 신발의 칼라, 원단, 로고를 디자인한다고 한다면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품 디자이너일 것이다.



컨버스가 신발을 의미하면 컨버스 신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컨버스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면?

컨버스에 부여된 의미를 공유한다면?

컨버스가 공유하고 있는 의미가 가치가 된다면?

이때부터는 컨버스 신발 디자이너는 신발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디자인해야 한다. 




컨버스라는 상품에 [사랑]이라는 아이덴티티(identity)가 부여가 되는 순간, 

디자이너는 컨버스의 사인(sign)을 디자인해야 한다.




컨버스 상품에 사랑이라는 아이덴티티(identity)가 부여가 되어 사람들이 그것을 공유하여 컨버스만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그 이후에 컨버스는 상품(item)이 아닌 사상, 철학, 신념(Ideology)으로 확장된다. 

결국, 컨버스는 영원한 결혼의 상징(Sign)이 된다.


 

그렇다면,

컨버스 신발 디자이너는 웨딩 디자이너일까?

컨버스 신발을 만들면서 디자이너는 어디까지 생각해서 디자인을 해야 할까?


아래의 그림은 상품의 브랜드 확장 맵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누구에게는 오토바이(상품)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자유의 상징이다.

애플은 누구에게는 스마트폰이겠지만 어떤 이게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나이키는 누구에게는 비싼 스포츠 신발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수집품이다. 


사람들이 제품에 아이덴티티(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인정하면 그때부터는 제품은 사회적인 사인 Sign 된다. 

디자인은 제품(Commodity)에 국한된 일을 하는 전문직이라고 한다면 디-사이너는 제품을 포함한 전 영역의 경험을 디-사인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다.

제품 그 이상의 가치를 눈에 보이고 서로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구현하는 사람이 디-사이너이다. 



브랜드란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창조하여  상징이 되어 버린 것



그리고 

나는 퇴사하려는 마케터에게는 디자이너가 되라고 한다.^^ (다음 연재)





디-사이너(de-siger)를 만나다 

11월 27일부터 12월 14일까지 진행되는 33 big Questions은 디사이너(de-signer)의 기보棋譜 콘퍼런스다. (기보(棋譜)란, 바둑의 수를 기록해 놓은 것인데, 커넥츠 기보는 프로젝트의 과정, 노하우, 철학과 가치를 담은 콘텐츠이다.)

마케터보다 더 마케터다운 디자이너와 디자이너보다 더 디자이너다운 마케터들이 자신이 현장에서 직접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아래 컨퍼런스 테이블을 보면 그들이 했던 프로젝트 제목만으로도 그들이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아니라 [디-사이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그들은 사람들의 경험, 가치, 시간, 기억, 콘셉트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디자인과 디-사인을 했을까? 이번 커넥츠 소사이어티의 핵심은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아닌 디-사이너의 컨퍼런스다. 


디자이너로서 한계를 느끼는가?

그렇다면 그 한계를 뛰어넘은 디-사이너를 만나야 한다. 

디사이너는 어떻게 디자인을 했을까?



수강 예약

https://gibo.conects.com/promotion/invite


온오프 믹스 구매페이지

https://onoffmix.com/event/119751






어떻게 디-사이너가 될 수 있을까?

퇴사하려고 했던 디자이너가 퇴사하지 말고 디-사이너가 되라는 궤변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면 이제부터 더 깊은 주제로 '디-사이너'를 설명해준다.   



탈무드에 진실을 더하려면 진실을 빼라(When you add to the truth, you subtract from it)는 말이 있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온 경구이지만 나는 이 말을 나의 업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브랜드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내가 진실이라고 믿던 모든 것을 빼는 것이다. 거품을 빼는 작업이다. 이렇게 도저히 뺄 수 없을 때까지 빼고 나면 앙상한 ‘사실’만 남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만들기 위해서 과대 포장한 것들을 뺀다. 나의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을 모두 빼야만 한다. 하지만 내가 나라고 인식하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버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체로 나에게서 빼고 싶은 것은 나의 것이고, 빼고 싶지 않은 것들은 나의 것이 아닐 때가 많다. 이것은 마치 나의 육체를 이루는 살덩어리 중에 지방은 나의 것이 아니고 근육만이 나의 몸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빼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자기다움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나 역시 이런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나름대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행복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5분만 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엉뚱하게도 포장된 나의 정체가 탄로 난 듯한 수치심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내가 소비하고 소유한 것을 나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모든 매체를 통해서 브랜드를 구매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진지하게 속삭인다. 자기다움에 관한 질문을 받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막상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자기다움’이냐고 물어보면 본능적인 거부 반응이 생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유 자체가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잠시만 생각해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기다움’의 질문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다. 오직 ‘나만의 것’이 아닌 ‘나’를 이야기해 보자. 과연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1993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일하는 분야는 디자인과 마케팅 영역에 겹쳐 있는 ‘브랜드’다. 최근 이 분야의 가장 큰 이슈가 바로 ‘자기다움’이다. 그 이유는 ‘차별화’를 구축하는 가장 유일하고 강력한 방법이 ‘자기다움’밖에 없다는 것을 많은 브랜드들이 애플과 같은 브랜드를 보고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브랜드를 떠올린다면 그 즉시 그 브랜드의 스타일, 콘셉트, 메시지가 생각날 것이다. 


그것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자기다움’이다. 시장에서는 ‘자기다움’이 독점이라는 형태의 힘을 가진다. 독점(monopoly)은 그리스어로 ‘유일한(monopolia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mono’와 파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plein’이 결합한 단어로 ‘유일한 것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모든 기업은 자신의 브랜드가 자기다움이라는 독점적인 스타일로 시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를 원한다.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되었다는 의미는 ‘차별화’에 성공해 자신이 다른 상품과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것임을 증명했다는 뜻이다. 브랜드의 궁극적 목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것이 되어 다른 것에 의해서 대체되지 않는 것이다. 브랜드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되어야만 시장에서 생존하고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분명 시장에는 애플보다 더 좋은 사양과 저렴한 가격의 노트북이 있음에도, 애플 마니아들은 애플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브랜드는 이런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서 자기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자기다움이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정작 본인의 자기다움을 물어보면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이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하는 브랜딩은 일반적인 상품을 특별한 상품으로 만드는 모든 마케팅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인 상품이 특별한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유일한 것과 원본이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사람을 보면 사람은 브랜드와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원본이고 유일한 존재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유일한 브랜드였지만 죽을 때면 대부분 그 누군가의 복사본(짝퉁)이 되어서 생을 마친다.


우리를 복사본으로 만드는 것은 놀랍게도 현재의 교육, 직장, 시장 그리고 대중 미디어들이다. 교육은 특별한 사람을 평범한 사람으로 만든 다음에 그중에서 제일 좋은 사람을 순위 매기는 시스템이 되었다. 직장은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서 평범한 일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시장은 대중(유행)이라는 거대 시장을 만들기 위해 대중적 취향(대세)이라는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게 한다. 그 중심에 있는 대중 미디어는 이런 모든 것을 조장한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가치는 단지 '좋아요’라는 감탄사로 진실과 영웅이 결정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을까? 그것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이런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세상의 기준으로 나를 정의할 수 없다. 

자기다움이 이토록 어렵기에 디자이너를 [자기다움]이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더욱 갈등한다. 

디자이너의 디자이너 다움은 무엇일까?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디자인을 하는 인공지능이 디자인을 하게 된다면(만약 한달 렌탈료가 100달러라고 한다면)지금의 디자이너 중에서 몇명이 디자인을 하면서 자기다움을 구축할 수 있을까? 


지금의 디자이너들에게 미래는 비관적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이 죽을때까지 디자인을 할 것이라고 한다면 디 사이너(De-signer)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디 사이너(De-signer)가 되는 방법은 디자이너가 되는 것과 다르다.

교육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야 할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만의 관점과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디자인에 대해서 자신만 느끼는 불편함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디-사이너는 다시 태어난다.

다시 태어나는 방법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왜 나는 나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디자이너와 나와 차이점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찾는 자만이 디-사이너가 될 수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인간이 지닌 최고의 탁월함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하는 능력이다. -소크라테스

 



이번 커넥츠 소사이어티는 디사니어(De-signer)소사이어티로 준비했다.





수강 예약

https://gibo.conects.com/promotion/invite


온오프 믹스 구매페이지

https://onoffmix.com/event/119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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