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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Dec 04. 2017

디자인 해부학

디자인의 영혼 - 유니바디

믿음으로 실제 實體를 보다


Unibody(유니바디)라는 단어를 MS워드에서 입력하면 자동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에 의해서 단어 밑에 빨간 줄이 그어진다. 오타라는 뜻이다. 만약 이 단어를 처음 보았다면 어떤 의미인지 상상해 보자. 과연 무슨 단어일까? 


이 글의 제목 ‘디자인의 영혼- unibody’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약간의 혼돈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한 헤드라인 카피이기 때문에 이에 얽매이지 말고 느낌으로 해석해야 한다.


'유니바디'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인간공학에서 나온 단어일까? 자동차 프레임을 설명하는 것일까? 갑각류를 설명하는 것일까?

유니바디는 경영철학을 디자인으로 설명하는 단어다. 




[유니바디]라는 단어는 ‘Vocabulary 33,000’에도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 힌트를 준다면 unibody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생각이다. 따라서 비슷하게 맞춘다면 그 나름대로 혁신적 직관력이 있다고 판단해도 좋을 듯하다.


먼저 ‘unibody’는 애플의 노트북인 MacBook을 만들기 위한 콘셉트, 목적, 가치, 디자인, 기능 그리고 이 노트북을 사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한 개념이다. 애플의 디자인 부사장인 조나단 아이브 Jonathan Ive와 수많은 기술담당 임원들이 자사의 홍보 동영상을 통해서 언급한 unibody에 대한 간증(?)을 들어보자.



“MacBook은 Mac 시리즈 중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제품입니다. 그러나 애플에서는 하나의 관습처럼 늘 해왔듯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MacBook은 정말로 놀라운 엔지니어링의 산물입니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노트북 제작 방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반적인 노트북은 여러 부품을 조립하여 만듭니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크기와 무게를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새로운 MacBook을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돌파구는 여러 파트를 하나의 파트로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하나의 파트를 unibody라고 명명했습니다. 저희가 고안한 방법으로 노트북을 근본적으로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으며,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마감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외장을 하나의 파트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알루미늄 한 덩어리를 가공하는 것입니다....(중략)... 제가 보기에는 모든 면에서 외부보다 내부가 더 멋집니다. 이는 저희의 관심, 아니 제품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중략)... 단순한 콘셉트에 그치지 않고 부품 선택에서 엔지니어링 방식, 포장 및 선적 방식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재활용 방식도 포함시켰습니다....(중략)...

저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는 애플의 풍토가 좋습니다. 저희는 최고의 아이디어와 모든 혁신을 가장 인기가 좋은 Mac에 쏟아부었습니다. Mac을 이용해 사진을 다뤄보고, 개인 프로젝트 작업을 해보면, 단순한 부품의 집합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서 사용자가 복잡하게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였습니다.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MacBook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 사용하기 편한 노트북은 없을 것입니다.”


애플의 철학, 디자인, 마케팅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7분 36초짜리 동영상에서 애플이 말하는 ‘그들만의  디자인 경영’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제품 홍보 동영상이 아니다. 컬트 집단의 교주인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서 전 세계의 추종자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확대된’ 해석이 아니라 ‘확실한’ 해석을 위해서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와 스토리의 전개 그리고 결론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애플은 자사의 제품에 대해서 뭐라고 딱히 할 말이 없었는지 그들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그것이 unibody이다. 굳이 한국말로 해석한다면 기술용어에서 제일 근접한 것으로 ‘통합 본체’라는 말이 있으나 ‘등갑 구조(거북이의 등과 배가 연결되어 있는)’가 더 정확할 것 같다. 이것을 보다 영적인 표현으로 옮긴다면 아마 ‘혼연일체渾然一體’ 일 것이다.


unibody를 단순히 제품의 기능적 특장점으로 판단하면 절대로 안 된다. unibody는 스티브 잡스의 세계관이고, 경영전략이며, 신념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애플의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애플은 말 그대로 자기식대로 운영하고 살아남는 독특한 회사이다.


‘선택과 집중’은 모든 경영 원칙의 불문율이며 황금률이다. 성공기업의 실패 원인은 대부분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테크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인다. 그러나 애플은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먼저 하드웨어(iBook과 iMac)를 만든다. 이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운영체제(Mac OS)도 만든다. 그리고 운영체제 상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safari, iwork 등)도 만들고 음악을 제공해주는 온라인 서비스(iTunes)도 만든다. 그것도 모자라서 IT제품인 MP3플레이어(iPod)도 만든다. 여기에 응용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App Store)도 운영한다. 그리고 전화기(iPhone)도 만들고 있다. 


이른바 스티브 잡스의 이런 ‘통뼈 경영(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경영)’에 대해서 예전에 혹자는 ‘애플의 미니어처 경제’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의 변명은 아주 단순하다. “소비자에게 최고의 것을 주기 위해서 차선과 타협하지 않은 최고를 주기 위함이다.” 이는 “나 아니면 안된다”는 뜻이지만 이 말은 “내가 만든 것처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애플은 항상 모든 것을 혼자 다한다.


애플의 혁신 방향성은 통합이다. 그래서 노트북의 혁신 방향도 unibody에서 시작하고 있다. 혁신의 기준은 조나단 아이브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바로‘꿈도 꾸지 못했던’것이다. 우리는 꿈도 꾸지 못한 것을 애플은 꿈꾸고 있었다. 애플의 DNA도 통합이다. 비록 내부 호환과 통합이라는 폐쇄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애플은 뭐든지 통합하려고 한다. 통합에 대한 집착은 결국 노트북의 ‘통합형 구조’를 생각하게 했다. 결국, 혁신이 필요하고 그것을 그려내기 위한 디자인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통합의 혁신이 얼마나 위대한 것일까?


사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노트북이 깨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관리에 대한 마음만 먹는다면 쿠션 보호 가방, 노트북 전용 가방이 있으므로 로봇 제작용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에 대한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애플이 알루미늄 소재의 최초 15인치 uni-body MacBook은 2.49kg였다. 당시에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15인치 노트북의 무게는 평균 3kg이다. 돼지고기 한 근 조금 못 되는 500g 차이다. 


그러나 우리는 꿈꾸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은 꿈꾸었다. 500g을 줄이고, 얇고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애플은 3kg 노트북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애플은 3Kg이 넘는 노트북을 인간존중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혁신이라는 것으로 연결되어있고 디자인은 혁신을 표현하고 정의하는 수단이자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혁신은 새로운 개념인 unibody를 낳았고 결국 디자인으로 계속 보여주었다. 필요, 욕구, 혁신 그리고 디자인을 우리에게 통째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유니바디는 인간적인 제품일까? 공학적인 제품일까?

조나단 아이브는 맥북은 단순한 부품의 조합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무엇은 무엇일까? 





디자인은 가치와 상품의 통합, 소비자의 생활과 공급자 솔루션의 통합, 전략과 미학의 통합, 차별화와 스타일의 통합, 옛것과 새것의 통합, 가치생산과 가치 소비의 통합이다. 어쩌면 흔히들 디자인을 종합 예술이라고 정의하지만 이것은 매우 단편적인 개념 같다. 디자인은 행위의 ‘종합 예술’이라기보다는 전략적 ‘통합 가치’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을 생각하는 디자인은 통합된 가치를 가지고 설계를 해야 한다.



유니바디, 모든 가치를 통합한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인간 중심으로 통합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을 생각하는 디자인은 어떻게 통합된 가치를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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