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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Dec 25. 2017

거리에서 브랜드를 배운다(1)

Rewriting book in book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 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지극히 작은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자신을. 

그렇게 세상과 마주 서서 부릅뜬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풍경을. 

자기만의 가슴에 담아내려는 자신을.
-체 게바라-






2008년7월 15일에 발행된 책이다.

곧 2018년이 되면 10년 된 책.

예전에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썼다면,

지금은 꼭 알아야만 하는 것으로 쓴다.


10년전에 썼던 글을 다시 쓰는 것.

오래된 증명 사진을 보는 것 같다.















2008년 7월까지 런던에 다녀온 건 마흔여섯 번. 길어도 5년 안에 런던 방문 백번을 훌쩍 넘길 듯하다. 물론 나는 여행전문가가 아니다. 런던으로 이민 가려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내가 이토록 런던에 자주 드나드는 건 패션 브랜드 론칭과 리뉴얼 때문이었다.


EXR, J.ESTINA, 마코스, 엘록, 제이 에스티나, 안트벨트, 쿨하스, 듀퐁 셔츠, 캐너비, 드레스투 킬, 월튼 론칭과 푸마, 컨버스, Thursday Island, 올젠, 아이브로서, 코오롱 스포츠, 아이겐 포스트, 코너스, 기비, 잭 니클라우스, 브이네스 에비뉴 리뉴얼(열거한 브랜드 중에 살아 남아있는 브랜드가 거의 없군)을 비롯한 수많은 브랜드들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위해 런던을 방문했다. 이 책은 그동안 나와 함께했던 브랜드들의 또 다른 창조 과정이자 탄생의 후속 기록이다. 이 책에는 이들 브랜드의 기획과 마케팅을 위해 런던 곳곳을 누볐던 그동안의 경험과 기억이 비밀 일지처럼 녹아 있다.




나는 그동안의 내 여행을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려 했다. 이 책은 마케터(혹은 창업을 위한 미래 경영자)를 위한 것이다. 전문 마케터는 이 책에 담겨 있는 창조적 여행법을 통해 트렌드를 캐치하고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궁극적으로 마케터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그동안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것, 자신 안에 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확인하고자 하는 모든 여행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욕구를 보이는 상품으로 만들고, 보이는 상품을 보이지 않는 가치로 만드는 일이 마케팅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모든 여행자에게 이 책에 담겨 있는 마케터의 전략적인 시선은 여행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것이다. 또 보이지 않던 그 무언가를 찾았을 때 그것을 어떻게 삶으로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문제에도 이 여행 글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이 책의 콘셉트를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잡았다. 의사가 일기를 쓰면 병원 일지, 군인이 일기를 쓰면 복무 일지, 마케터가 일기를 쓰면 시장 조사 리포트가 된다. 마케터의 여행은 시장조사 성격을 띠고, 게다가 잡지 편집장을 겸하고 있는 지금 나의 여행은 취재라고도 할 수 있다. 보물로 가득한 이 도시에서 다채롭게 빛나는 온갖 보화를 챙겨 들고 돌아오는 모습을 즐겁게 상상하며, 보다 감성적이고 유쾌하게 접근하고 싶었지만, 쓰는 사람의 고질적인 습관 내지 직업병에 의해 결국 ‘마케팅-취재일지’가 되어 버린 느낌이 있다 버렸다.


그런 여행 기록을 두고 ‘성지순례기’라고한 것은, 런던이란 도시가 이제는 그만 무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어도 좋을 만큼 수없이 되풀이해 다녀온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향해내면 깊은 곳의 마케팅 본능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이다. 이도시를 바라보는 내면의 두근거림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분명히 두근거린다) 그것은 내가 마케터이기 때문이고, 그 파동으로 인해 내가 마케터로서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여행도 결국엔 자신과 자신의 일을 위한 것이다. 나는 마케터로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경건한 마음으로, 배우는 마음으로 연습된 여행, 창조하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에서도 우리는 함께 성공해야 한다. 여행을 떠날 때면 대개 우연과 행운을 기대하지만,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행자에게는 낭만으로 보이는 것들도 현지인에게는 모두 당면한 현실이듯이, 우리는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다. 낭만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도 현실의 삶을 위해 새로운 삶, 낯선 풍경을 훔쳐보는 것이다. 그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며 허공 속에 모든 것을 날려 버리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여기까지 ... 10년 전 글을 읽으면서 다행히도 민망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떠남이 아니라 돌아옴이다. 많은 이들이 20분 동안의 결혼식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면서도 50년 결혼생활은 거의 생각도 안하고 결혼에 임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여행자도 떠나 있을 때만 생각하고 돌아와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이 책이 런던 시장 조사서일까, 아니면 런던 여행서일까’하는 궁금증을 갖는 분도 있을 것이다. 굳이 정의하자면 ‘강력한 브랜드 론칭을 위해 떠나는 런던 시장조사 여행 전략서’쯤 되겠지만, 그런 복잡한 문제는 잠시 접어 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다 생산적이고 관점이 있는 여행의 기술을 다룬 책, 발견과 수집을 위한 여행서 정도로 읽어 주길 바란다. 독자에게 여행을 떠나 있을 때보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더 유용한 여행서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부터는 사진 감상 ....






지금부터는 창업을 위한 시장조사 팁이다.


거리에서 창업을 배운다. 






어떻게?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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