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 광고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의 편집 후기(3)
“(론칭)에서 중요한 것은 난관을 예견하고 피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승리는 준비된 자의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행운이라고 말한다.”
만약 브랜드를 론칭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방금 읽었던 멋진 명언에서 진한 공감대와 짠한 동질감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론칭 실패로 인해 생긴 옛 상처가 떠올라 다시금 심장이 벌렁거리고(?) 뒷목이 욱신 거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괄호 안에 있는 (론칭)이라는 단어의 자리에는 원래 (탐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고,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남극점을 최초로 정복한 ‘아문센’이며, 원래의 이 문장 역시 아문센이 탐험 성공 이후에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브랜드 ‘론칭’과 극지의 ‘탐험’이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영역에 있는 것처럼 (단어를 바꾸어도) 어울려 보이는 것은, 둘 다 예측할 수 없는 위험과의 치열한 사투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공적인 브랜드 론칭을 위해 기획자는 경쟁자와 싸우는 구도를 만들지만, 론칭 준비 시작과 함께 경쟁자는 사라지고 어느덧 운명과 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기획서대로 론칭되는 브랜드는 거의 없다. 소비자의 변화, 트렌드의 변화, 국제 유가의 변동, 정치 혼란, 주변 국가의 금융 사건, 예상하지 못한 신규 브랜드의 등장, 뜻밖에 강하게 저항하는 1등 브랜드, 론칭의 압박으로 인해서 성격이 파탄되는 상관과 아이디어만 있고 실행력이 없는 부하들, 기존 조직과 신규 조직 간의 갈등 그리고 경영자의 초심 변질 등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정도의 심각한 위기와 변수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브랜드 대부분이 론칭도 하기 전에 내상을 입어서 스스로 침몰당하기도 한다.
이런 많은 난관을 뚫고 나온 브랜드들은 어쩔 수 없이 초기 기획서와는 전혀 다른 기형적인 브랜드가 된다. 여기서 비범한 기획자와 탁월한 기획자, 혹은 초보 기획자와 숙련된 기획자가 구분되는데 그 차이는 다름 아닌 ‘예측’에 있다. 진정한 전문가는 이 모든 변수를 예측해서 원래 계획했던 브랜드로 론칭해내지만, 오히려 더욱 진화된 브랜드로 탈바꿈시켜 론칭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브랜드를 론칭할 때 그 모든 위험요소를 예측한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굳이 답을 말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예감, 예상, 추측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고 이에 맞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이지 않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 론칭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새로운 브랜드의 론칭 시 최소한의 ‘예행연습’ 혹은 ‘론칭 훈련(교육)’도 없이 단지 경영자(클라이언트)의 지시만으로 TFT 론칭팀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단 시장조사와 경쟁자 조사를 통한 학습이 진행된 후, 겨우 시장을 이해하고 콘셉트를 잡으면 이미 론칭에 할애된 시간의 70%가 증발한다. 기획서를 만들어 여러 사람이 돌려본 후 그 모든 아이디어를 조정하다 보면 이제는 론칭 시점에는 아예 초 단위로 일하게 된다.
결국, 돈과 사람은 있지만 정작 ‘시간’이 없어서 ‘시간’에 쫓겨 론칭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론칭 기간에 가장 부족한 자원이 있다면 다름 아닌 시간이다. 시간이 없으면 그것을 메우려고 다시 돈을 쓴다. 하지만 시간과 경쟁하거나 시간에 쫓기게 되면 이미 론칭의 80%는 실패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시간에 쫓기게 되면 예상되는 ‘난관’을 ‘낙관’으로 이해하려 들게 되고, 맹목적인 믿음으로 밀고 나가게 된다. 론칭 한 달 전에 론칭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조직을 와해시키는 사람으로 취급되며, 론칭에 참여한 팀원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기의 구덩이로 모두 함몰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론칭의 최고 성공 요인을 개인적으로 물어본다면 ‘운’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해야만 한다면 하늘의 축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가 실패하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가 성공하거나, 그도 아니면 왜 성공했는지와 실패했는지도 모르는 브랜드들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악전고투의 경험으로 무장된 최고의 론칭 전문가들은 예측하지 못한 운명을 맞이해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바꾸어 간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애초의 기획과 다르지만 오히려 더욱 강력한 브랜드로 재탄생되는 사례들을 종종 보아왔다. 처음엔 그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지만 뒤늦게 그것이 진정한 ‘실력’ 임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권투를 조금 배운 적이 있다. 그때 관장에게 황당한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것은 주먹이 날아올 때 눈을 뜨라는 것이었다. 눈 앞으로 뭔가 지나가면 순간적으로 감게 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사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것을 극복하라는 것이다. 눈을 뜨고 있어야 날아오는 주먹을 피할 수 있고, 또 다른 주먹을 볼 수 있으며, 그래야 나도 상대방에게 주먹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권투를 하면서 한 대도 맞지 않을 것을 기대해선 안된다. 권투의 논리는 단순하다. 죽도록 맞기도 해야 하지만, 또한 죽도록 때려야만 한다.
론칭 직전까지 수많은 주먹이 날아온다.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질 것이다. 브랜드 기획자는 이런 미래 상황에 대해 완벽하게 피할 생각, 혹은 완벽하게 방어할 생각을 꿈에도 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어려움은 올 것이고, 그 어려움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비행기가 정상 운항 궤도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 즉, 이륙 전 3분은 비행기에 장착된 모든 엔진이 최대 에너지를 뿜어내는 시간이다. 이 상황에서 비행기는 그 자체가 거대한 미사일과도 같다. 반면, 착륙 전 8분 동안은 기체에 붙은 가속도가 제어되면서 엄청난 속도로 땅을 향해 하강하는 시간이다. 이때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착륙과 동시에 분해된다. 많은 신규 브랜드도 론칭을 준비하다가 사라지거나, 성공의 정점을 찍고서도 잠시 성장이 둔화하는 시점에서 순간의 실수 때문에 그대로 와해된다. 가장 중요한 그 3분과 8분 즉, ‘Critical 11분’ 동안 혼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겨 만나는 풀지 못하는 난관과 돌발 변수로 인해 불완전한 론칭 직전에 처한 사람들은 기복 종교인이 되어서 기적을 바란다. 어떤 사람은 운명에 대해서 묵상하거나 혹은 주변 희생양을 찾는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는 없지만, 론칭 직전의 불길함이나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어려움은 반드시 ‘실제로’ 일어난다. 잘 나가던 회사들이 브랜드 론칭과 동시에 순식간에 망해버리는 이유는 바로 ‘성공할 브랜드’를 기획한 것이 아니라 ‘실패할 운명’을 론칭했기 때문이다.
[쓱] 광고가 [쓱세스]가 된 것은 광고를 광고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쓱] 광고가 시작과 동시에 거대한 신세계 그룹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몰이 함께 이륙하였다. [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그야말로 [쓱] 충격파 캠페인 shockwave campaign의 기본을 보여 주었다.
캠페인(Campaign)의 어원도 전투 용어로써 Campus, 즉 평원과 야전이라는 뜻에서 나왔고, 근접 전투인 백병전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 전쟁용어는 권력을 잡느냐 잃느냐의 싸움인 ‘선거전쟁’에서 선동용어로 사용되다가 ‘광고 전쟁용어’가 되었다.
스콜레(www.schole.ac)에서 발행한 [쓱 광고] 캠페인만으로 지금의 [쓱] 브랜드가 된 SSG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어떻게 시작(론칭)이 되었는지를 알려 주고 있을 뿐이다.
“삶을 관찰하세요. 기다리며 지켜보세요.
그리고 그들 그 자체를 잡아낼 순간을 준비하세요.” -게일 무니 Gail Mooney
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