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할 사람, 매우 조심할 사람, 매우 매우 조심할 사람.
나는 20대에 슈퍼(?) 리더와 근접거리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보았다. 리더 이상의 리더라고 생각했던 슈퍼 리더 주변에는 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리더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뱀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그 뱀의 독성을 이용하여 조직을 움직였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뱀은 다른 직원을 공격할 때는 이 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맹독을 사용하지만 리더를 공격할 때는 이빨이 아니라 혀로 중독시킨다는 것을 리더는 알지 못했다.
나는 그 후에 어떻게 사람이 뱀이 되어가는 것일까에 관한 의문을 품고 연구해서 2000년도에 [헬퍼십]이라는 책을 썼다. 그 후 리더십에 관심이 있어서 리더십 바이러스, 헬퍼십, 양손잡이 리더십 등 리더십에 관한 4권의 책을 2005년까지 썼지만 그 후로는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쓰지도 보지도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2001년부터 ~ 2015년까지 창업을 하며 어쩔 수 없는 리더인 대표이사를 하면서 리더십의 실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한다면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리더가 될 수 없었던 나의 실체,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오랫동안 리더십에 관해서 연구했던 내가 깨달은 것이 딱 두 개다. 리더 주변에는 조심할 사람, 매우 조심할 사람, 매우 매우 조심할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이중에는 리더의 뼈를 섞게 하는 사람이 등장하여 리더와 조직을 썩게 만든다. 또 하나는 그런 사람의 출현은 리더가 스스로 만든다는 점이다.
아래의 글은 2000년도와 2005년도에 발행한 [헬퍼십]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글이다.
솔로몬의 잠언 10장 26절
악한(게으른) 종은 그 주인에게 고통이 된다.
그들은 눈에 매운 연기 같고, 상한 이빨에 신 포도주 같다.
다시 만난 엄석대(1)
“회사를 망친 것은 경쟁 회사도 아니고 경기 악화도 아닙니다. 바로 엄석대 차장 때문입니다” 조유민 과장은 매우 냉랭한 음색과 전혀 변화가 없는 악센트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롬 컨설팅회사는 광고 마케팅 전략회사인 코엘이라는 회사를 컨설팅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외국계 광고 마케팅 회사인 ‘라비안’이라는 회사가 재무 구조가 부실한 코엘이라는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 바롬 컨설팅 회사에게 구조조정을 맡기게 되었던 것이다.
컨설팅의 분야는 크게 조직 진단과 재무 진단으로 나뉘어서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조직 진단을 하는 팀에 연구보조로 일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컨설팅과는 다른 대기업에서 그렇게 일하다가 작은 대리점을 하다가 망해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기업 조정을 해야 하는데 대기업에서 일했던 경력자가 필요했기에 짧은 노하우로 도와주는 셈 치고 함께 팀으로 일하게 되었다. 이미 컨설팅은 시작되는 중이었고 나는 이주일 정도 늦게 이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앞에 앉아 있는 조유민이라는 과장은 우리는 보면서 자기가 그동안 회사 경영의 문제점에 대해서 요목조목 설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입에서 ‘엄석대’라는 말이 나와서 순간 당황했고 정신이 얼얼했기에 그녀의 다음 말에 대해서 들리지 않았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그 엄석대가 이 엄석대인지가 궁금했다. 나는 그녀의 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지 못했다. 결국 그녀의 말을 막고 물어보았다.
“혹시 엄석대가 역촌 초등학교의 엄석대인가요?” 모두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았다.
“온천.. 뭐요?” 조유민 과장은 다시 내게 물었다.
“온천이 아니라 역촌 초등학교요…”그때 나는 그녀가 엄석대의 초등학교를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에게 엄석대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녀에게 설명할 만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엄석대 차장을 알고 있나요?” 조유민 과장이 오히려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 나의 입에서 초등학교 이야기가 나오면서 동창으로 짐작하고 자신의 말한 내용에 대해서 부담이 되는 것 같았다.
“아… 아니요.. 제가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은 이름이라서 그냥 물어본 것입니다. 혹시 나이가?” 나는 너무나 궁금했기에 주변의 시선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이름으로 인해서 나는 순간적으로 공포와 불안 그리고 호기심으로 모든 것이 마비가 되고 있었다.
“42살에서 44살.. 정확히 나이는 모르겠네요” 조유민 과장도 나의 눈빛과 표정이 매우 어색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들 나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한 그녀가 말한 나이 대는 내가 알고 있는 엄석대의 나이와 비슷했다.
“아…. 아닌 것 같군요.. 그 사람은 더 나이가 들었죠…죄송합니다.. 말씀을 끊어서.. 계속하시죠”
거짓말을 했다. 만약에 엄석대가 맞다면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일단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조유민 과장이 내가 엄석대를 아는 것처럼 말하자 상당히 민감한 얼굴을 했기에 일단 지금은 모르는 것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내 앞에 있는 그녀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마지막 변명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엄석대는 철강산업 출신이죠…죄송합니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럼 아니겠네요.. 엄석대 차장은 계속 광고 마케팅 분야에만 있었던 사람입니다. 계속할까요?”
함께 인터뷰하는 바롬 컨설팅 직원 두 명은 나를 보면서 계속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의 상황을 보는 것 같았다.
“계속하시죠. 아까 엄석대 차장의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중단했습니다.”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는 컨설턴트가 다시 조유민 과장에게 말을 했다.
“저는 엄석대 차장으로 인한 회사의 리더십과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이 통째로 뭉개져버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항상 사장님과 독대를 하고 나오면 사장님에게 무엇인가를 결정받은 것 같은 얼굴로 나와서 회의를 소집합니다. 그리고 사장님의 의도는 이라는 말과 함께 사장님의 지시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 잘 못된 건가요?” 나의 오른편에 있는 컨설턴트가 그녀에게 물었다.
“음… 잠시만요” 조유민 과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비롯해서 두 명의 컨설턴트의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보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인터뷰의 목적은 정리 해고할 사람을 찾는 것이 맞죠?”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비슷한 의도도 들어있다고 봅니다” 건너편에 있는 컨설턴트가 무엇인가를 노트에 쓰면서 말을 했다.
“컨설턴트다운 말이군요, 그럼 제가 요점을 정리해서 말을 하겠습니다. 어차피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회사 인력에 대한 입체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겠죠, 물론 저 또한 당신들의 인터뷰에서 입체적으로 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금 다른 직장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기에 나의 평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아요. 물론 제 의견이 다른 사람들 의견과 다르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 말고 두 명 정도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면 심각하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을 했으면 합니다. 참고로 저는 엄석대 차장에 대해서는 사적이든 공적이든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이 있기에 다소 인신상의 험담이 나오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이해하고 들으시면 됩니다. 저도 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조유민 과장은 뭔가를 이야기를 할 의도를 가진 것 같았다. 처음에 가벼운 인사를 하고 바로 쏟아진 엄석대의 비난에 대해서 단순히 불만이 아니라 정보를 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조유민은 내가 끌어다 놓은 자신의 물을 당겨 먹으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엄석대 차장은 이 회사의 창립 멤버와 같습니다. 그래서 사장의 신뢰도도 매우 높죠. 그러나 엄석대 차장은 개인적인 친분과 관계를 회사의 공적 리더십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사장의 심중을 간파하는 그런 사람으로 이 회사에서는 그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장에게 무슨 보고를 할 때 엄석대 차장과 먼저 조율을 합니다. 그 조율 과정에 엄석대 차장은 정보를 독식하고 또 다른 정보와 결합해서 사장에게 전달합니다. 물론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어떤 참모에게는 사장을 보필하는 지혜로운 행동이겠지만, 엄석대 차장에게는 자신의 권력 유지와 자신의 힘을 전 부서에 흘려보내는 일종의 장치가 되어 버린 것이죠. 이런 힘을 이용해서 막후 조정과 자신의 영향력 행사를 하게 됩니다. 제가 이렇게 정치적인 차원에서 극단적으로 말한 것은 그 사람은 회사에서 성과에 대한 관심보다는 권력을 탐닉하기 때문입니다. 예상대로 저와는 많이 부딪히고 싸웠습니다. 하지만 엄석대 차장이 저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제가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로 이 회사에 왔고, 영업 부분과 기획 부분에 관해서는 계속 성과를 내었기에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조유민 과장님의 말씀대로라면 심각성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면담 중에 몇 명은 엄석대 차장에 대해서 칭찬도 했습니다.”
“저는 몇 번 당했기 때문이죠!”
“당하 다뇨?” 이번에 내가 갑자기 물어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엄석대와 너무나 비슷했기에 그녀는 나처럼 당했을 것이라는 강한 호기심에 의해서 말을 치고 들어왔다. 원래 나의 역할은 면담 중에 나온 이야기만 듣게 되어 있기에 말을 하면 안 되었지만 엄석대의 호기심이 나를 너무나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 번은 사장님과 같이 회의를 하게 되었는데, 회의가 끝나고 사장님의 결론에 대해서 자신이 멋대로 해석을 하여 남용을 했어요. 그 이후로 나는 그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제 생각대로 그는 모든 것을 그렇게 결정했어요. 그로 인해서 좋은 사람들은 나가게 되고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저처럼 스카우트 계약에 묶여 있거나 엄석대 차장과 잘 맞는 사람만 남아 있는 것이죠.”
“그런 이야기를 조유민 과장은 사장에게 이야기를 했습니까?”
조유민 과장은 그 질문을 한 내 옆에 앉아 있는 컨설턴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재미있는 표정의 웃을 지었다.
“컨설턴트는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저의 성향과 태도로 보아서 사장에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되십니까? 아니라고 생각되십니까?”
두 명의 컨설턴트는 순간 당황했고 서로들의 얼굴을 쳐다만 보고 말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웃으면서 그녀가 내게 묻기를 기다렸다.
“선생님은 제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그녀는 내가 기다리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저의 경험에 의하면….”나는 이렇게 말을 하면서 나를 때렸던 그리고 나에게 힘을 주었던 그 어린 엄석대가 낸 눈앞에 선명히 보였다.
“저의 경험에 의하면 저는 말하지 않았고 못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장님도 엄석대 차장의 행동을 묵인하고 있었을 거니깐요”
면담실로 사용하는 샘플실에 앉아 있는 우리 4명은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 시계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내 안에 있는 심장 소리는 초등학교 시절 시골로 전학 와서 친구들 앞에서 섰을 때 들렸던 그 정도의 소리를 내면서 뛰고 있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조용했던 것은 내 앞에 앉아 있는 조유민 과장이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눈물이 고인 눈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조유민 과장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더 이상의 인터뷰는 진행하지 못했다. 그녀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면담실에서 나가 버렸다. 결국 남아 있는 우리는 서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서로에게 하다가 다음번 면담자에게 그 이유를 묻기로 했다. 다음번 면담할 친구는 최근에 입사한 친구였다. 우리는 그 친구에게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시각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음번 면담 친구를 호출했고 10여분이 지나서야 그는 들어왔다. 단정한 용모와 짧게 깎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박성민 대리 안녕하세요? 저희는 바롬 컨설팅의 직원들입니다” 우리는 서로 간단하게 인사하고 명함을 교환했다.
“저도 사실 이 바롬 회사에 지원했었는데…” 박성민 대리는 명함을 한참 보다가 멋쩍은 웃음을 우리에게 보였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컨설턴트가 물어보았다.
“재미없을 것 같아서 2차까지 면접 보다가 그만두었어요.. 참 신기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그렇군요!”
그들은 박성민 대리에 관한 일반적인 질문에 들어갔다. 나는 조유민 과장이라는 사람이 머릿속에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그녀는 울었을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녀는 엄석대 차 장건으로 사장에게 몇 번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소한 이 회사에는 부장이 2명이 더 있으므로 그들에게 엄석대 차장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번번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나의 경험이라면 라는 단서와 함께 말했을 때 아마도 그녀를 이해하는 나의 마음이 전해져서 순간적으로 서로가 아픈 상처를 위로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으리라 판단된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엄석대와 코엘이라는 회사의 엄석대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에 끌려가던 내가 알고 있는 엄석대가 다시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10초만 생각해도 아는 문제였다. 그러나 나는 혹시 내가 알고 있는 엄석대가 코엘 회사의 엄석대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희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엄석대를 무서워하면서 보고 싶어 하는 나의 이상한 감정을 30여 년 동안 풀지 못하고 있다. 이 영웅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라는 생각에 나는 그의 얼굴과 말투 그리고 행동에 대해서 상상하기 시작했다. 상상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엄석대의 어른을 생각하면 쉽게 이미지를 그려 낼 수 있었다.
“저는 엄석대 차장이 이 회사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민 대리의 대답이었다. 아마도 컨설턴트들의 질문은 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혹은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던 것 같았다. 나는 조유민 과장이 두고 간 종이컵을 바라보다가 박성민 대리의 말에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의 이야기는 사실인 것 같았다. 최소한 박성민 대리에게 있어서 엄석대는 영웅인 것 같았다.
“일단 엄석대 차장은 회사의 방향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의견에 대해서 잘 정리하여 사장님과 조율을 합니다. 가장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직접 나서서 정리해서 일하기가 한결 편합니다. 무엇보다도 엄 차장님은 회사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기적이고 똑똑한 척하는 그런 사람들은 엄 차장을 사측 대변이라는 말까도 하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회사의 비전과 어려움에 대해서 우리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항상 솔선수범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박성민 대리는 이 회사에 입사한 지가 3개월 정도 되었죠?” 내 옆에 있는 컨설턴트가 질문을 했다.
“정확히 3개월 하고 19일입니다”
“엄 차장과는 함께 일해 본 적이 있습니까?”
“음… 없는 것 같군요.”
“없는 것 같다는 것은 무슨 말이죠?” 내가 물었다.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질문하고, 밥 먹고… 뭐 이런 것은 몇 번 해보았지만 실재로는 한 번도 일은 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엄 차장님에 대해서 잘 아시는 거죠” 다른 컨설턴트가 물어보았다.
“음…. 이 정도 이야기하는 것이 잘 아는 것에 들어가나요?” 박성민 대리의 날카로운 대답이었다.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 정도 아는 것은 같이 밥 한번 먹고 맥주 한번 마시면서 30분 정도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알게 되잖습니까? 저는 엄 차장님의 이런 모습을 보았고 들었습니다. 그분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가장 당황한 것은 바로 나였다. 조유민 과장이 말한 엄 차장과 박성민 대리가 말하는 엄 차장은 한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나의 경험에 의하면 어느 정도는 해석이 되겠지만 일단 나는 박성민 대리가 좀 더 많이 이야기를 하기를 기다렸다.
“어떤 사람은 엄 차장님이 좀 지나치게 회사 쪽 편을 많이 든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사장의 딱갈이라고 표현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러나 제가 사석에서 만난 엄 차장님은 그들이 말한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회사를 걱정을 많이 하는 그런 직원이었습니다. 어떤 직원들은 이 회사에 와서 경력관리나 하고 좋은 프로젝트를 맡아서 오직 자신의 성장에게만 관심이 있지만 그러나 엄 차장님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방금 말한 그런 사람, 자신의 경력관리와 성장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요?”
내 옆에 있는 컨설턴트는 물었다. 박성민 대리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에게는 어려운 질문이었다.
“저희는 회사와 조직원에 대해서 여러 가지 관점과 의견을 존중합니다. 박성민 대리님이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 의견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고발이 아니라 일종의 인사 평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 옆에 있는 컨설턴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엄석대 차장님과 가장 대비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영진 차장이라는 사람이죠. 이 사람은 실력면에서는 탁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죠. 항상 옳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잘난척하는 그런 말들이죠.”
“예를 들어서 말씀해주십시오” 나는 거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로 조용하게 말을 했다.
“항상 엄석대 차장님과 김영진 차장은 다툼이 많죠. 엄 차장님은 회사 편에서 말하고 김 차장은 직원들 차원에서 말을 합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오면 입장에 따라서 모두 맞는 말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까 말한 것처럼 엄 차장을 사측 대표라고 하고 김 차장을 직원대표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저번 주에 있었던 일인데 회사가 자금이 어려워서 당분간 비용 정산이 어려워지고 그리고 택시비 사용에 대해서는 자제하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택시를 탄 것에 대해서는 비용은 정산은 해주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두가 다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김영진 차장이 나서서 엄 차장님과 한번 붙은 적이 있습니다. 유치하지만 이런 것들이죠.”
나는 박성민 대리를 보면서 더욱 엄석대 차장이 궁금해졌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조유민과 박성민은 어떻게 한 사람을 보고 이렇게 다른 평가를 내릴 수가 있을까? 나는 미팅 날짜 표를 보면서 엄석대 차장이 맨 마지막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박성민 대리는 계속 엄석대 차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두 명의 컨설턴트도 그의 이야기에 수긍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조유민 과장이 남기고 간 커피 자판기 종이컵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재미있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을 아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고, 자신을 아는 것은 현명한 것이다. – 노자
권력의 중독자와 권력의 감염자
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 자동차, 핸드폰, 평면 대형 TV, 인공위성 채널, 인터넷, 그리고 명품 브랜드도 없었던 그 시절, 두루마기 천 조각을 둘러매고 어느 산 중턱에 앉아서 고민하고 있는 한 늙은 철학자가 이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책에 이런 글을 쓰고 있었다. <욕구의 본질은 만족을 모른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인간은 오로지 이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간다> 과연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는 그 옛날 자신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어떤 욕구를 보았을까? 그 당시에는 도대체 어떤 욕구들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었을까? 분명한 것은 놀랍게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욕구를 향한 인간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욕구의 알고리즘에 대해서 밝혀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의 정신 기관에는 일반적인 경향이 있다. 그것은 우리 나름대로의 쾌락의 원천들에 집착하는 모습과, 그 원천들을 단념하는 어려움 가운데서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도 말한 이 부분도 다분히 애매하고 막연하지만 이상하게 우리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프로이트나 아리스토텔레스나 이런 연구와 정의를 얻기 위해서 글로벌 리써치 기관에 의뢰해서 수천 명의 사람에 관한 설문 통계를 집행하여서 밝혀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확히 그들의 정의가 이해된다. 물론 인간에 관해서 연구했던 수많은 철학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의 자료들을 보면 그 말이 그 말 같고, 그 뜻이 그 뜻 같다. 그리고 그들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했던 어려운 학문들이 너무나 쉽게 모두 이해가 된다. 또한 그들이 말하는 특별 케이스들은 내 주변에 있는 흔히 있는 그런 사람과 비슷하다. 왜일까? 거창하게 시작하는 인류학적이며 정신분석학적인 이론적 접근이 쉽게 공감되는 것은 학자들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이야기한다면 서로 갖기 때문이다.
추측하건대 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자신의 비교하면서 틀을 잡았고, 그리고 세부적인 내용을 쓰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거나 억누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관찰하면서 완성을 했을 것이다.
욕구, 집착, 욕심, 탐닉 그리고 중독이라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이런 것을 3살이 된 나의 딸부터 시작해서 이제 80살이 되어가는 나의 아버지에게도 발견한다. 물론 나에게 있는 것은 더 자극적이고 더 사악한 모습도 있다.
최근 중독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전적인 중독인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 섹스 중독을 시작해서 인터넷 중독, 핸드폰 중독, 블로그 중독, 게임 중독, 성형 중독 등 다양한 중독증들이 나타난다. 일단 중독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음식이나 약물의 독성으로 인해 신체에 기능장애가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욕구, 집착, 탐닉들이 뭉쳐서 큰 함몰의 웅덩이가 되고 그 안에서 나오지 못하면 우리는 중독되었다고 말한다. 중독은 대부분 개인적으로 은밀한 곳에서 은밀하게 진행된다. 요즘의 중독들은 기능장애라는 단어를 확장되어서 통제하지 못하는 모든 증상을 중독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은 중독을 탐닉과 혼용해서 사용해서 정확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중독의 기준은 ‘기능장애’라고 말하겠다.
앞서 말했던 여러 중독 현상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중독된 사람의 주변 사람 몇 명이 피곤하지만 그것이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으로 공포스럽게 만들 정도로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할 중독은 개인 중독에 관한 것이 아니다. 중독될수록 힘을 가지는 일종의 파괴력을 가진 유기적인 생명체라고도 볼 수 있는 중독이다. 바로 ‘권력 중독’이다.
우리나라 정치 사회 경제의 개혁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피곤한 임기를 마치고, 왜 또 재선에 임하는 마음이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생존게임에 가까운 비즈니스 정글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회사의 경영자는 계속해서 자신이 그렇게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감당도 못할 기업을 통째로 쥐락펴락 하고 싶어 할까? 분명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인류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앞세우는 종교단체장들이 자신의 임기를 계속 늘리면서 자리의 기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한 독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기여와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비영리단체장들의 끝임 없는 임기 연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이런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기를 너무나 힘든 자신의 자리라고 말하는데 그것을 굳이 자기 자식에게 자리를 물려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맛보았기 때문이다. 권력에 취해보고 다시 깨어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 중독을 제외한 다른 중독들은 얼핏 보아도 집착하는 모습이 좀 추하다. 그러나 권력 중독은 비전과 야망 그리고 열정과 몰입이라는 여러 가지 유성 물감으로 덧칠해져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추함과 신성함을 분간할 수 없다. 권력 중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위장해서 더욱 세련되고 자극적으로 멋있게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권력을 조금은 갖기를 기대하거나 앙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권력을 쥐고 흔드는 권력 중독자들에 대해서 원망과 분노도 하지만 그 반대로는 질투와 사모도 한다.
비록 아리스토텔레스와 프로이트처럼 일생을 인간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은 저자도 그들만큼 인간을 아는 것은 그 사람들이나 필자도 이런 욕구의 샘을 가진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엄석대 신드롬
1장에서 주인공이 말한 엄석대는 우리가 익히 책으로 보거나 영화로 보았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온 엄석대이다. 담임선생님에게 부여받은 직책을 권력으로 바꿔 사용하면서 독재의 참 맛에 중독된 어린 엄석대는 지금 우리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러 회사를 컨설팅하면서 우리는 영화 메트릭스에서 나온 자가 복제를 하는 스미스 요원처럼, 엄석대도 자가 복제를 하면서 조직을 천천히 무너뜨리면서 점령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복제의 기술은 간단했다. 권력을 폭탄주처럼 서로 같이 죽도록 마시는 것이다. 사람이 술을 먹다가 나중에 술이 사람을 먹는 것처럼 결국 모든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고 오직 권력만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 버린다.
당신은 권력에 중독이 된 적은 없는가? 중독될 만한 권력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면, 강한 권력자들에게 중독된 적은 없는가?
권력 중독자들 중에서 떠오른 사람이라고 질문하면 우리는 한 번도 만나지는 않았지만 항상 폭군과 독재의 대명사였던 역사의 인물들이 생각난다. 로마 황제 네로를 시작해서 옛날 소련이라고 말하는 그 시절의 렌닌과 스탈린, 독일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 그리고 등등.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독재정권과 독재 경영을 하면서 수많은 권력 중독자로 존재하는 여러 사람들이 아직도 생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너무나 단순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원래 권력 중독자들이 권력을 잡는 것일까? 아니면 권력을 잡으니깐 권력 중독자가 되는 것일까?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은 권력 중독자가 되는 것은 리더십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리더십 바이러스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정리를 위해서,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리더가 되자마자 갖게 되는 것은 비전과 책임 그리고 권한이다. 리더로서 비전을 팔로우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고 그것을 책임을 다해서 성실히 수행을 해야 한다. 그때 리더에게는 권한이라는 힘을 팔로우들에 의해서 갖게 된다. 그 권한을 잘 사용하면 권위가 되어서 영향력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고, 그 권한을 잘 못 사용하면 권력이 되어버린다. 이때 권력은 리더보다 더 커지게 되고 리더도 그 권력이 만든 또 다른 자아를 만나게 된다. 권력 중독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자아는 통제가 되지 않는 권력욕 그 자체이다. 결국 그 권력은 비전을 야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책임은 팔로우와 비전에 대한 부담감이 되어 버린다. 그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서 또 권력을 사용하면서 계속 부담감과 야망에 빠져버리게 된다. 결국 그 리더의 자리에 벗어나야 비로소 그 리더십 바이러스는 활동을 멈춘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운 것은 권력 중독자들의 그 중독성은 죽음에 이르러서 비로소 멈추게 된다.
심리학자이며 경영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L. 와드 너는 자신의 저서인 <권력 중독자>에서 권력 중독자들의 특성과 대처법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들은 비밀스럽고 교활하며 교묘한 책략을 사용한다. 자신의 자리를 방어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어떤 방법도 사용하고 정당화시킨다. 절대로 드러나지 않게 동료나 부하를 궁지로 몰아넣고 그들의 공을 가로챈다. 물론 죄의식, 가책, 연민은 따위는 없다. 일단 자기보다 밑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학대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보기에도 섬뜩한 독재자의 행동에 대해서는 자신이 잘못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통계에 따르면 아주 완고한 아버지나 어머니, 대부분의 CEO들이 권력 중독자라고 말한다. 그중에 2% 정도는 극단적인 권력 중독자라고 말한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정신과 의사들도 어쩔 수 없는 7단계 사람들도 전체의 7% 라고 한다. 만약에 내가 있는 50명의 조직 내에는 적어도 3명의 권력 중독자가 있고 그중 1명은 극단적인 권력 중독자 곧 정신병 질자라고 한다. 데이비드 L 와그너는 이런 사람들과 만났을 때 최선과 최고의 방법을 알려주었다. 일단 무조건 피하라고 권고한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사표를 내고 다른 길을 택하라고 한다. 얼핏 보면 허무한 대답이지만 심리학자와 컨설턴트로서 그의 경험에 의한 질 신한 대답이다. 나 또한 이런 권고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권력에 중독된 사람은 절대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에게 있어서 권력 중독은 일 중독을 만든다. 결국 스트레스와 강한 압박감으로 육체적 및 정신적인 건강을 파괴시키고 급기야 가정도 파괴시켜 버린다. 리더십 바이러스에 의한 권력 중독현상을 일명 <리더십 암>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리더십 바이러스에 의한 권력 중독 질병은 권력 중독자 옆에 그것을 탐닉하는 또 다른 중독자들을 만들게 된다. 이런 사람은 실제로 권력 중독이 된 리더를 더욱 권력 중독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다. 권력으로 중독된 리더가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 모두 권력에 중독되어서 그것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리더는 계속 그들을 중독시켜야 한다. 마치 마리화나를 서로 모여서 함께 피는 것처럼 권력도 모여서 함께 탐닉을 한다. 그것이 중독자들의 특성이다.
권력에 중독될 정도의 사람들은 저녁 뉴스에 보면 자주 나온다. 우리 주변에 TV 속 정치인들처럼 극심한 권력 중독자는 많이 없겠지만 최소한 권력에 중독된 사람들 혹은 권력에 중독에 될 확률이 많은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있을 것이다. 사장, 임원, 부장, 팀장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만나고 있다. 얼핏 보면 그들은 보통사람 전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그들은 얌전하지만, 그들이 리더라면 지금쯤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서 권한과 권력 그리고 권위 사이에서 자신의 인격과 리더십의 현실 사이에서 극심한 내적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중독에 의한 리더십의 기능장애는 리더의 구성 요소인 비전-책임-권한이 야망-부담-권력이라는 독성이 되어서 정상적인 리더의 기능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 장애를 가진 리더십(Leadership)을 로드십(Lordship: 주종관계)이 될 때 조직의 또 다른 기능장애가 일어난다. 그것은 리더와 함께하는 팔로우들이 리더십 바이러스에 의해서 팔로우십 바이러스가 생겨서 팔로우들이 변질이 된다. 그들은 로드(Lord)가 된 리더들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는 그런 친위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리더십 바이러스에 의해서 감염된 리더는 팔로우들을 감염시키고, 그들은 함께 리더십 바이러스가 주는 권력과 야망의 중독에 의해서 서로 중독되어 버린다. 결국 비전을 향한 조직의 기능장애가 되어서 모두 비전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절대 권력은 어떤 이에게는 절대 특권을 주기 때문에 절대 권력자가 비록 도덕적 양심적 기준에서 틀린 행동을 하더라도 묵인한다. 심한 경우에는 절대 권력자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의 기득권적 권력도 커지기에 이렇게 슈퍼 괴물이 된 리더들이 더욱 큰 슈퍼 괴물이 되어 계속 권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원래 권력이라는 것은 조직에서 ‘줄’을 만들게 되고, ‘편’을 만드는 특성이 있어서 일단 권력이 사용되면 권력으로 인해서 전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 속에서 권력을 탐닉하는 혜택자들이 나오게 된다. 그들의 모습은 권력에 순응하는 사람이 되어서 권력자가 틀려도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이런 경우는 선거 때 항상 나타나는 국가적 질병이기도 하다.
IMF 이후에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에 큰 충격이 왔다. 그것은 연공서열 파괴였다. 그 이후 인터넷을 더불어 IT업계의 바람으로 지식 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들어왔고, 개인적으로 월드컵의 히딩크의 리더십의 활약으로 우리는 매우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팔로우들을 보게 된 것이다.
지식 사회는 연공서열과 상명하복의 개념과는 다른 세계이다. 그래서 예전에 대기업 증후군에 나와 있는 일명 예스맨(Yes Man)들은 사라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형적인 형태로 예스맨 들은 존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예스맨들은 개인적인 지식의 성과보다는 리더와의 관계를 통한 성과를 잘 내는 사람으로서 이런 사람들은 리더 지향적인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예전에 해바라기 혹은 딸랑딸랑이라고 폄하했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충성은 헌신과 자기 부인이라는 열정으로 조직의 사명을 완수하기도 했다.
회사 혹은 조직이 엄청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이고 자신의 능력만을 믿는 그런 조직원들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헌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리더에 대해서 충성을 하는 사람들은 리더와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리더와 함께 비전을 향해 철저히 희생을 한다. 그런 사람이 있어야만 조직의 비전은 완성된다. 그러나 그 헌신의 순수성에 따라서 조직의 기능 장애를 일으키거나 조직의 기능 활성화를 할 수 있다.
중독과 감염, 열정과 헌신
나보다 뛰어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는 권력에 중독되어 있고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권력에 감염되어 보인다. 물론 나의 리더십은 열정적이고 눈에 띄게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비전과 나에게 헌신한 것처럼 보인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어느 누군가 나의 의견에 대해서 매우 찬성을 하면 옆에 있었던 다른 직원들이 그 직원들에게 대해서 매우 못마땅하는 눈길을 주는 것을 발견한다.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라면 옆 사람은 손으로 입을 막고 ‘욱’하면서 토하는 흉내 내는 약간 수위가 넘는 ‘조크’와 ‘동작’도 한다. 물론 나도 몇 초간은 웃지만 나의 아이디어에 동조했던 직원을 놀렸던 사람에 대해서 불쾌한 감정은 남아 있다.
내가 셀러리맨으로 대리 시절에 저들과 똑같이 했었을 때, 나의 상관도 같은 기분이었으라 생각된다. (먼저 지면을 빌려서 그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리더에게 있어서 비전을 이루기 위해 받은 권한은 내가 하는 것은 권위이고, 남이 하는 것은 권력이 된다. 내가 하면 좀 더 심하게 집착하면 카리스마이고 남이 하면 독재가 된다. 리더의 영향권에서 이익과 불이익의 기준에 따라서 리더의 권한은 권력과 권위로 나뉜다. 물론 이렇게 시각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힘’이 중립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중립이라는 것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권한이 권력으로 변질된 상황에서는 힘이라는 것은 이미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통째로 삼킨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은 권력이 새롭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쉽게 말해서 예전에 가졌던 기본적인 가치관의 기준은 붕괴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권력을 행사하는 어떤 독재적 리더 중에 잠자리에 들면서 자신의 직권 남용과 권력의 집착에 대해서 밤마다 괴로워하면서 회개하는 사람이 있을까?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누구도 자신이 독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카리스마가 남들보다 조금 강하다고 생각을 할 뿐이다. 이처럼 권력에 중독이 되면 예전에 가졌던 보편적인 상식과 기본적인 양심의 기능들은 완전히 마비가 된다.
리더와 팔로우에 있어서 권력의 중독과 비전의 열정, 권력자에 의한 감염과 비전을 향한 헌신은 관점에 따라서 달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열매를 보고 기본적인 양심과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우리는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권력이 너무나 강해지면은 우리는 그 권력에 대해서 예우를 해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일까?
권력은 철학적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나 많고 비슷하고 그리고 연관성이 있는 해석들이 나온다. 그래서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또한 권력은 이 글을 읽는 독자나 이 글을 쓰는 필자나 똑같이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권력에 대한 어떤 정의를 내리든지 모두 비슷해지거나 공감대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계속)
2016년 12월
최근 리더십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중대 시국이다.
나라뿐만 아니라 이런 비슷한 일들은 재벌 기업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어쩌면 권력과 인간이 만나면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