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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바이러스

긴 글~~~~~

by 권민


이 글은 1999년 출판한 [리더를 리더 되게 하는 헬퍼십], 2005년[리더십 바이러스]과 [리더십 백신]이라는 책을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15년 동안 감염되어서 투병 중인 저의 임상 실험 보고서입니다.


왜 리더십 바이러스인가?


왜 리더가 되면 갑자기 말이 많아지고, 귀가 얇아지고, 하루에도 마음이 12번씩 바뀌게 될까? 이뿐이 아니다. 혼자 있으면 초조하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 자꾸 떠오르며,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 의심을 한다. 이것은 ‘리더십 바이러스’의 대표적 감염 증상이다.


내가 브랜드 컨설팅을 할 때 최고경영자 및 브랜드 관리자들이 조용히 찾아와 매우 당혹스러울 정도로 이상해진 자신의 태도를 고백하곤 했다. 물론 나도 그들과 같은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에 그들과 충분히 공감대를 가지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도 이처럼 상담을 요청할 정도로 자각 증상을 느끼는 리더들은 양호한 편이다.



남들이 눈치채기 전에 자각할 수 있다면 초기에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감염을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카리스마’를 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리더들이다. 그들은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 바이러스는 감기처럼 고열과 기침을 하는 외부적인 증상이 없는 질병이다. 리더십 바이러스는 마음에 감염되어 있어서 기존 의학 도구로는 파악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예전과 다른 현격한 태도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더만 걸리기에 팔로워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혹시 눈치챘더라도 팔로워가 감히 리더에게 리더십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말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참을 뿐이다.


왜 리더십 바이러스인가? 아마 당신은 ‘리더가 된 후로 사람이 변했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거나 직접 변한 사람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리더가 되면 사람이 좋든 싫든 간에 변한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리더가 있다면 그들은 비전, 책임 그리고 권위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도 그리고 사용하지도 않는 사람일 것이다. 한마디로 리더의 자리에 앉아 있지만 리더가 아닌 사람들이다.


리더가 된 사람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리더 스트레스로 인해 초기 부작용과 적응 단계를 거친다. 반드시 리더 직분과 자아 간의 간극으로 인해 ‘고통’ 받는다(이것은 리더의 몫이기에 ‘받아야 된다’라고 쓰고 싶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사람이 변하게 된다.


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어느 정도 완치할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신의 증상이 암일 것 같다고 느낀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아프지 않더라도 매년 암 검사를 받듯이, 리더가 된 사람도 매일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리더가 되면 리더십 바이러스에 바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어떤 팔로워가 리더에게 (감히) 연결하는 것은 어려우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팔로워에게 이 글을 전달받았다면 그 리더는 아직 리더십 바이러스의 증후군을 보이지 않는 리더라고 판단된다. 그래서 이 글을 받은 리더는 ‘예방’이라는 차원에서 백신 주사를 맞는 셈 치고 읽어보면 된다. 참고로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통받고 있는 리더에게는 이 글을 주지 말 것을 당부한다. 아마 그들은 서문을 보는 것도 힘들 것이다. 최악의 경우 컴퓨터를 집어던지면서 ‘내가 리더십 바이러스에 걸렸단 말인가!’라고 격분하면서 글을 준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 만약 리더가 팔로워들에게 이 글을 주었다면 자신과 조직에 대해서 이해와 융합의 관점으로 함께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이 두 명이 모이면 그중에 하나는 리더이고 또 하나는 팔로워다. 아이들 유치원에서부터 대 그룹 조직에 이르기까지 리더는 반드시 존재한다. 그런 리더십이 이루는 관계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를 촉발시키는 것이 누구일까? 바로 리더다. 이 글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를 다루었다.




리더가 되는 순간에 감염되는 리더십 바이러스


리더십이라는 붉은 완장

‘리더십 바이러스’라는 화두를 잡고 고민을 해 온 지도 벌써 수 년째다. 1999년 10월, ‘리더를 리더 되게 하는 헬퍼십’이라는 책을 쓰면서, 세상에는 왜 이렇게 리더십 책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발견한 주제였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콘셉트이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당장 써 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리더십 가운데 오너십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내가 리더십 바이러스에 관한 책을 쓴다는 것은 그저 또 다른 ‘리더십 책’ 한 권을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러 리더들에게서 보아온 리더십 바이러스를 직접 나를 통해 임상 체험하고 싶었다.


그 후 나는 모라비안바젤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만들게 되었고, 그러면서 1년쯤 뒤에는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빠르게 시간은 흘러가 버렸고, 회사를 만든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주변 파트너들에게 우연한 기회에 ‘리더십 바이러스’라는 콘셉트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들은 커다란 흥미를 보이며 그 책을 꼭 한 번 써 보라고 독려해 주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리더십 바이러스에 관한 책을 쓸 마음이 전혀 없었기에 그냥 웃고 말았다.


왜냐하면 CEO가 되기 전에 초안으로 잡은 리더십 바이러스 원고에는 리더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것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무조건 섬겨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CEO가 되고 나서 보니 이런 법칙들이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지 알게 된 것이다. 24시간 중 거의 18시간을 일했고, 휴가도 못 가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쉬는 토요일과 휴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었다. 리더십은 사치였고, 리더십 바이러스는 그저 아이디어였다.


그 후 또 2년이 지났다. 나는 여러 회사의 사장들을 만나면서 그들도 나와 유사한 형태로 리더십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고, 그들의 고민 또한 나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경험하고 파악한 리더십 바이러스 증상을 그들에게 이야기하면 모두 “맞아요, 맞아. 어쩌면 그렇게 내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잘 알죠?” 하며 공감하였다. 나에게 내상을 입힌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10년 동안은 이 주제로 책을 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책은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쓰는 것이기에, 그 책이 나간 다음에 그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게 될 직원들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너희 사장은 책에 쓴 대로 행동하느냐?”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래서 리더의 자리에서 퇴임한 후에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는 어려워졌고 나도 회사의 인원을 구조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경기 악화로 6개월짜리 컨설팅 오더 4개가 동시에 사라지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때의 나는 리더십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후반기 증상들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렵던 그 시절, 나는 다시 책을 쓰기로 결심하였다. 올바른 리더가 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은 내게 책을 쓰도록 결심하게 하였다. 나중에 언행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직원들에게 질책을 받더라도 이 바이러스에 고통받고 있는 나를 제대로 살펴보고 싶었다. 나를 비롯한 여러 리더들에게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폭로하고 싶었다. 리더십 바이러스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서 당시 나의 파트너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혹시 작업 중에 무의식적인 나의 변명이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글을 다시 쓰는 데 있어 감사할(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다가 퇴사한 사람들이다.




리더십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 양손잡이 리더


양손잡이 리더는 리더십을 나눈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리더들이다. 여러 명의 리더 그룹을 통해 조직을 운영하는 그런 리더들을 ‘양손잡이 리더’라고 부르기도 했다. 양손잡이 리더들은 1인 리더에게서 발견되는 리더십 바이러스는 없는 듯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상대방의 강점으로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를 더욱 강하게 창조하는 슈퍼 리더들이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만나기가 쉽지 않았고, 슈퍼 리더로 존재하는 것도 영속적인 것이 아니기에 이런 사례들을 자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동업을 했다가 좋게 끝났다는 사례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이 말은 ‘양손잡이 리더십’으로 일하기가 어렵다는 말과 같다. 그 이유를 궁금해하던 나는 양손잡이 리더십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1인 리더가 겪는 리더십 바이러스에는 강하지만, 그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리더십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 경우 경영 생활 10년 중 7년은 양손잡이로 일했고 3년은 부분적인 양손잡이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깨닫고 결심한 것이 있다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파트너십으로 일하지 않겠다는 것. 그 이유는 나의 됨됨이가 파트너십의 다양한 조건을 품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파트너십으로 일하겠다는 것. 나는 심각하게 고심하다가 결국 또 파트너십을 택했을 것이다.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뿐더러 파트너와 함께하는 것의 놀라운 생산성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에서 파트너십 혹은 그와 유사한 관계로 일하다 헤어지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특히 사람의 경험과 지식에 크게 의존하는 패션계와 같은 산업군에서는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도 양손잡이 리더십으로 일하는 몇몇 회사들의 모델을 보았고 그들에게서 특별한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이 1년 된 회사나 10년 된 회사나 할 것 없이 비슷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는 사실은 특히 흥미로웠다.


파트너십으로 일하다 보면 내면의 문제점들이 충돌하기에 어떤 분야에 있든, 근무연수가 얼마가 되었든, 파트너가 몇 명이든 모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십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계속 파트너십을 고집했다. 리더가 되면 리더십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된다. 나는 리더십 바이러스 백신 중 하나로 “리더는 조직으로 다시 부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작고한 피터 드러커도 리더가 되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사람이 아닌 조직으로 부활할 것인가? 그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양손잡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온전한 파트너십의 존재를 찾아가고 있지만, 리더십 바이러스의 대안이 되어 줄 양손잡이 리더십은 아직도 실험 중에 있다. 사람이 신뢰와 사랑으로 함께 일하는 건 정말로 불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현대 의학이 감기를 정복하지 못하고도 수백 개의 감기약이 있는 것처럼 양손잡이 리더십도 여러 리더십 바이러스 백신 중에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리더를 위한 책이 아니고 리더십을 위한 책이다. 이제 한 명의 뛰어난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가기에는 너무나 위험 돌발 변수가 많은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조직은 리더가 되면 슈퍼맨이나 램프의 요정인 지니가 될 수 있거나 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리더들에게 세뇌시키고 있다.


물론 사공이 많은 배는 산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무조건 다수의 리더들에 의한 집단 운영은 독재보다 더 위험하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리더는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강화하며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리더가 리더 되기 위한 최선과 최후의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리더십을 버려라! 그러면 주변에 리더들이 세워질 것이다!”



리더십 바이러스의 백신, 헬퍼십


리더십 바이러스에 강한 또 다른 리더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리더를 리더 되게 하는 팔로워 Follower’들을 옆에 두고 있는 리더들이었다. 팔로워들 가운데는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신들의 리더를 더욱 악화되게 만드는 팔로워도 있었고, 팔로워이지만 앞으로 자신이 리더가 되어서 가져야 할 온전한 리더십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헬퍼는 중간 리더 Half leader라는 말을 가끔 사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리더를 섬기는 팔로워이면서, 동시에 몇 명의 팔로워를 리드하는 리더다.


대개 30대 후반이 많고, 과장이나 차장 직급이면서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리더이기도 하고 팔로워이기도 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리더십일까, 중간 리더십일까, 아니면 팔로워십 Followership일까? 우리가 만나 본 그들은 대체로 리더를 흉내 내면서 자신의 팔로워들에게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자연히 리더와 함께 비전을 성취하고, 자신의 주변이나 아래에 있는 팔로워들을 조직의 비전을 향해 이끌면서 결국 탁월한 리더가 되는 팔로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그들을 헬퍼 Helper라 부르고 그들의 리더십을 헬퍼십 Helpership이라 명명하였다.


헬퍼십에 관한 연구는 1996년부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리더를 리더 되게 하는 리더십, 헬퍼십」이라는 책을 출판하였으며, 그 후에 리더십 바이러스를 연구하면서 나는 헬퍼십이 리더십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으로서 ‘양손잡이 리더십’에 맞먹는 조직의 항체를 만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더와 보스의 차이점을 말해 보십시오”



난감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리더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막무가내 ‘또라이’에서 나 홀로 ‘카리스마’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리더가 되면 그 감정은 휘발성과 가변성이 높아진다. 만약 리더의 성격과 인격마저도 불완전한 사람이라면 그의 리더십은 시시각각 변화무쌍해질 것이다.


독자가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면 ‘인격이 매출이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 줄 알 것이다. 대부분의 리더의 인격은 매출에 비례하며 오직 매출만이 리더십의 옥탄가를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나 또한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겠다).


나는 10년 동안 월급을 받는 위치에도 있어 보았고, 지금은 13년 동안 월급을 주는 입장에 있다. 그래서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리더일지라도 절대로 비난하지 않는다. 내가 비난하는 리더와 나는 분명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을 것이다. 비록 리더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아까운 리더일지라도 그 사람의 리더십은 분명 그 어려운 환경에서 진화되고, 투쟁하고 그리고 생존했기에 같은 리더의 위치에 선 사람으로서 존경할 따름이다.


예전에 대기업에서 18년 동안 임원으로 일하다가 중소기업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는 A를 만난 적이 있다. A는 나에게 지금 모시는 중소기업 사장은 자신이 다닌 대기업의 협력업체 사장으로서 자신과 같이 일한 지도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대기업을 퇴사할 시점에 협력업체 사장은 간곡히 자신의 회사에서 파트너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간 쌓은 우정과 관계를 뿌리치지 못해서 A는 협력업체 부사장으로 취임을 했다. 그러나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사표를 메일로 보낸 다음 전화로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나의 동정과 응원을 받고 싶어 했다.



“혹시 그 사장님은 회의 시간에 자기 이야기만 말하지 않나요?”


나는 A에게 말했다.


“맞아요!” A는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혹시 사장님은 말을 자주 바꾸지 않나요?” 나는 다시 A를 보면서 말했다.


“어, 어떻게 알죠?” 그는 자세를 고쳐 잡고 나를 보았다.


“혹시 사장님은 일의 과정을 듣지 않고 결과 때문에 화부터 내지 않나요?”


“어! 혹시 그 사람 알아요?” A는 매우 놀란 얼굴이었다. 나에게 사장을 흉본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듯했다.


“아니오, 그 사람은 몰라요. 대부분의 오너 경영인들이 다 그래요. 매출 목표 100억을 달성하면 왜 130억 할 수 있는데 안 했냐고 화내지 않나요?”


“점점… 정말 그 사람을 몰라요?” A는 이제 불안해지는 것 같았다.


“당신은 대기업 시스템에 있던 사람이고, 그 경영자는 야생에서 거기까지 올라간 사람입니다. 당신의 위치에서 그 경영자를 이해 못 할 것입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오너 경영자들은 그와 비슷하거나 더 심합니다.”


그 중소기업 사장의 리더십에 대해서 회의적이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직 대안은 리더십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또 다른 영웅적 리더십으로 독자를 선동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리더십의 한계를 그대로 인정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그것이 여기서 말하는 백신들이다.


15년 동안 연구한 리더십에 관한 책을 개정 증보판으로 다시 쓰던 것은 ‘브랜드십’이라는 새로운 리더십 백신 때문이다. (다시 수정 중에 있다)



나는 리더십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 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주어서 견제와 균형을 유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방법은 나름대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나 또한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치명적인 결함과 오류가 발생했다. 리더에게 리더십을 받은 파트너와 헬퍼들도 리더십 바이러스에 걸린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파트너는 리더보다 더 심한 변종 리더십 바이러스에 걸려서 리더와 갈등하거나 조직을 분열시킨다. 헬퍼는 변종 팬 Fan이 되어서 ‘진정성’이 있는 과잉 충성파, 극단적 극우층이 되어 버린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되어야만 할까? 결론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을 극복하는 백신을 연구해야만 했다.


브랜드십은 리더십을 브랜드로 옮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브랜드가 리더십을 가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사람이 리더십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가변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 애매모호한 브랜드십을 정의한다면 ‘문화를 가진 브랜드, 그 문화가 리더십이 된 브랜드, 그래서 모든 사람이 리더십을 가진 브랜드’를 말한다.



100년을 견디는 브랜드를 연구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조직과 브랜드를 지켜 왔는가를 연구했고, 그 결과 문화가 있는 브랜드는 리더십 바이러스에 걸린 리더일지라도 스스로 자정작용(퇴출)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브랜드십은 제3의 리더십 바이러스의 백신이다.


그렇다면 첫 질문이던 보스와 리더의 차이에 대해 대답해야겠다.


월급을 세 달 못 주었을 때 그가 보스였다면 직원들은 노동부에 신고하고 퇴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리더였다면 직원들은 퇴사를 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의 재산을 회사에 투자했을 것이다. 왜 월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자신의 재산을 회사에 투자했을까? 직원들이 리더의 영웅적 리더십을 흠모하고 추앙하기 때문에? 결국 리더십의 태도와 자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이 책 또한 슈퍼 리더십을 기다리게 하는 그런 책들 중 하나일 것이다.



직원들이 퇴사하지 않고 투자한 이유는 이곳에 다니는 이유가 리더 때문이 아닌 탓이다. 설사 리더가 다른 곳으로 떠날지라도 동요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곳은 생계를 유지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리더를 보고 일하지 않고 옆에 동료를 보고 일하며,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완성시키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리더가 없어도, 조직이 더 이상 자신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될지라도, 그곳이 일터가 아니라 꿈터였다면 직원들은 무너지는 기업을 스스로 재건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 경영에서 영속 가능 경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경영이다.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20년을 넘지 않지만 브랜드는 그 기업이 망할지라도 계속 존재한다. 100년 된 브랜드를 살펴보면 주인(기업)들은 끊임없이 바뀌지만 브랜드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업은 유한하지만 브랜드는 무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무한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수백 년 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바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영속시키는 것은 조직이나 돈이 아니라 문화다. 그래서 리더들은 자신이 어떻게 문화를 창조하거나 주도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리더가 팔로워를 리딩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문화를 추구하고 유지함으로써 팔로워들이 브랜드를 이끌어가게 하는 것이 브랜드 십이다. 브랜드십은 리더십 바이러스의 근본 원인인 ‘사람’을 초월하는 백신으로서 지금까지 소개한 것 중에 가장 강력한 백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전에 헬퍼십이라는 책을 읽고 우리 회사에 지원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런 책을 쓴 사람 밑에서 일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그를 채용하는 것이 향후 나의 조직 생활에 어떤 불편함을 가져오는지도 모른 채 열렬한 독자를 고용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의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서 항상 진정한 리더 흉내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 차례 리더십 관련 책을 절판하려다가 다시 한번 개정 증보판을 내면서 끝까지 부담스러웠던 것은 지금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팔로워들과 파트너들 때문이다. 혹시 그들이 내가 쓴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고 책의 내용과 다른 나의 모습 때문에 상처받거나 비난할 것 같아서다. 고민하다가 나는 결국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세웠다. ‘의사도 암에 걸린다.’



암에 걸리지 않은 의사는 암에 관해서 책을 쓸 수 있지만 암 투병기는 쓰지 못한다. 훌륭한 리더는 리더십의 황금률은 쓸 수 있지만 내가 2001~2014년까지 투병한 리더십 바이러스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은 리더십에 관한 원칙을 말하지 않지만 리더십 바이러스와 백신에 관한 간증이다.




나의 명찰은 도대체 몇 개일까?




https://youtu.be/lJYEZ5vzLr8



더 많은 내용은 이곳에

https://www.theunit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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