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창업을 이끄는 힘, 창업력(12)
고객의 말을 맹신하지 마세요.
말하지 않지만,
고객 마음 깊숙이 원하고 있는 것을 발굴하세요
국내 UI/UX 산업 1세대 서비스 디자이너 / 팀 인터페이스이성혜 대표
현장 가까이에서 고객조차 미처 깨닫지 못했던 니즈를 발굴하고 솔루션을 제안해온 서비스 디자이너의 사업 아이템 기획법을 소개합니다.
-2011년 삼성전자 전사적 사용자 리서치 공식 협력업체
-구글, kt, SK, KBS, LG전자, 삼성전자, 서울특별시, 이베이, hp 등 컨설팅
시장조사력이란 무엇인가요?
서비스디자인에서 시장조사력이라는 것은 고객이 말하고 싶은 욕구, 말하고 싶지 않은 욕구 그리고 고객이 미처 모르는 욕구를 모두 다 충족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 협업력이란 무엇인가요?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협의하다 보면 굉장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고 그 아이템이 조금 더 탄탄해지거든요.
3. 컨셉력이란 무엇인가요?
컨셉이란 것은 보편적으로 인류가 바람직하게 나아가야 하는 옳은 방향, 이것을 기반으로 해야 좋은 아이템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의 야성 본능,
시장조사 시장조사는 아이템과 상권을 찾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창업할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와 아이덴티티를 찾는 것이다.
프랑스 속담에 ‘좋은 요리를 하기 위해서 재료는 오래 찾고 요리는 빨리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점심 한 끼를 잘 먹기 위해서 아침나절부터 재료를 찾는 데만 시간을 쓸 수 없다. 탁월한 요리사라면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감안하면서 재료를 찾는다. 무엇보다도 빨리 요리하기 위해서 주방에서는 준비한 재료가 정리 정돈되어 있어야 하며, 요리를 진행할 때 참고할 레시피와 도구들이 요리사의 눈높이에서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시장조사를 통한 브랜드(매장) 론칭도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무작정 배가 고파서(생계 때문에) 냉장고에 묵힌 재료(은행 및 전세 담보대출 자본)를 가지고 자신의 취향대로 요리(급하게 결정)를 만들면 그야말로 개죽(폐업)을 만들게 된다. ‘급한 창업은 한 달 폐업’이라는 말도 이런 현상을 빗댄 말이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바로 내일 창업을 하는데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거나 상표와 상호를 사용할 수 없어서 중도에 창업을 보류 혹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수정할 때다. 이것은 마치 주방에서 김치찌개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김칫국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시간과 돈 그리고 창업 의지마저 한꺼번에 분리수거되고 만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콘셉트와 전략을 구축하는 것은 일종의 창업 실전 훈련이다. 따라서 창업과 브랜드 론칭에 있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바로 시장조사다. 그러나 창업의 과정에서 시장조사만큼 무시되거나 하찮게 여겨지는 과정이 없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척 보면 안다’는 식의 시장조사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경우는 시장조사를 한다면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으로 충분히 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무엇인가 발견하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시장조사는 1단계 조사다. 1단계 조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장조사로서 상당 부분이 ‘행운’에 의해서 좌우된다. 2단계 시장조사는 단순히 ‘조사’로 그치지 않는다. 시장조사를 통하여 그동안 자신의 오감으로 입력해 온 모든 정보가 새로운 지식과 함께 융합되어서 새롭게 발명(창조)된다. 시장과 자신의 정보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정보를 조사하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2단계 시장조사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창업의 창創에서 다루게 될 시장조사의 방법은 ‘전략과 직관’으로, 미래와 자신이 만들게 될 브랜드의 실체를 시장조사 기간 중에 파악하는 데 있다. 따라서 직관은 매우 전략적이어야 하고, 전략은 매우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말의 유희가 아니라 시장조사 운영의 노하우를 설명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경우는 직관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마니아의 웹사이트 자료와 판매 데이터를 보면서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점을 직관적으로 파악하여 전략적인 상품을 출시한다.
반면 P&G 같은 회사는 수시로 현장에 나가서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하면서 그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브랜드와 기존 브랜드의 전략을 조정한다. 하지만 그런 전략적인 생각을 유도할 수 있는 자료는 참고용이고, 최종 선택은 직관적 판단을 따른다.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전략을 짜는 P&G와 같은 회사는 ‘소비자 만족’과 ‘경쟁자 분석’에 의해서 수많은 경쟁사와 모방 회사를 물리치며 진화된 회사이고, 초기에 뚜렷한 경쟁자가 없이 자신의 시장을 리드하는 애플과 같은 회사는 소비자에게 놀라움을 통해 시장 혁신을 일으키며 진화된 회사다.
그러나 이렇게 시장을 리딩하는 회사는 트렌드와 미래라는 마케팅의 재료로 브랜드라는 요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두 전략 (레시피)과 직관(요리사의 주방 판단력)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창업의 창創 에서 제대로 된 창 創, Create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조사를 하는 현장에서 조사를 기반으로 한 ‘직관력’과 전략이 통합된 ‘통찰력’을 학습하면서 그것으로 다시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 직관력과 통찰력은 책을 읽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습득된다. 자신의 내면에서 깨어나는 능력이기에 시장조사를 통해서 날마다 향상하여야 한다.
다행히도(?) 처음부터 이런 능력을 갖추고 시장조사를 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이런 능력은 창업할 때 한 번만 쓰는 필살기가 아니다. 시장조사 능력은 창업했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창업주가 은퇴할 때까지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야성의 생존 능력이다. 대기업의 브랜드도 론칭하는 매장은 ‘한 개의 매장’에서 시작하고, 자영업자도 ‘한 개의 매장’에서 창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하나의 매장을 오픈하기까지 시장조사의 절대 시간을 서로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대기업 브랜드 론칭팀과 달리 창업자들은 앞서 말했던 ‘감’이 오면 시장조사를 하다 말고 창업하거나, 자신이 본 것을 남들이 먼저 할 것 같아서 아직 자금 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감행할 때가 많다.
자신이 본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1단계 시장조사의 전형적인 폐해다. 그 반대로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이 없어서 창업이 무기한 보류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의 시장조사는 다양한 부서와 의사결정 라인이 있어서 직관적인 판단은 전략적인 자료에 의해서 검증되어야 하며, 전략적인 자료는 많은 사람들의 통찰력에 의해서 합의가 되어야 한다. 이 자체가 모순적인 의사결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아이템과 아이디어는 생존력이 높다.
창업을 위한 시장조사는, 처음부터 확신이 안 가는 아이템이거 나 혹은 처음 시도하는 아이템일수록 확인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라는 것은 시점과 관점 그리고 질문 방법에 따라 서 매우 다른 결과와 편차를 가져오기에 항상 해석의 치명적 오류라는 위험 요소가 있다. 오히려 이런 다양한 조사 결과로 넘치는 정보가 결국은 중도에 ‘창업 보류’를 만들기도 한다. 반면에 얕은 시장조사는 너무나 비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아이템을 결정했는지를 자신도 모르는 ‘묻지마 창업’에서 몇몇 지인들이 ‘뜨는’ 아이템이라고 추천해서 덜컥 결정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신이 듣고 싶고 찾고 싶은 것만 발견한 경우다.
결국, 기업은 너무나 많은 방만한 조사로 인해 직관을 사용하지 않아서 실패하고, 개인들은 부실한 조사로 인해서 전략이 없어서 실패한다. 시장조사에서 ‘좋은 방법’이란 없다. 또한, 시장조사는 ‘기한’이 있고 ‘목표’가 있는 프로젝트이지만 시장조사의 목표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찾는 것이므로 기한과 목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하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브랜드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브랜드의 시작은 오리지널리티 Originality이며 그 구축 과정에서 아이덴티티 Identity 가 완성된다. 업계에서는 이것을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딩이라고 한다. 따라서 브랜드 관점에서는, 오리지널리티가 시작되는 그 ‘시작’은 ‘완성’이며 ‘끝’이다. 한마디로 전부라는 뜻이다. 따라서 시장조사는 아이템과 상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창업할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와 아이덴티티를 찾는 것이다.
바다거북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인 〈세미의 어드벤처〉에서 생존을 위한 ‘본능’이 무엇인가를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바다거북 세미는 알에서 부화하자마자 모래를 헤치고 바다를 향해 ‘본능적’으로 기어간다. 하지만 이때는 갈매기들의 즐거운 점심시간으로, 해안에 바다거북들이 낳은 2만 마리 중 겨우 30% 정도만 바다에 들어간다고 한다. 바다에서 살다가 해변으로 알을 낳기 위해서 돌아오는 숫자는 2만 마리에서 고작 1~3%다. 이런 험한 과정을 겪고 있는 바다거북 세미가 바다 위에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선배 바다거북이 이렇게 조언한다.
본능대로 해, 본능대로 하면 살 수 있어.
사람들도 조직을 떠나서 본능대로 하면 살 수 있을까? 조직을 떠나 망망대해로 떠다니는 바다거북과 같은 인생이 되어 창업(생존)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하면 본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본능’은 배우지 않고도 갖추고 있는 남과 다른(차별화) 능력을 말한다. 창업을 위한 시장조사를 통해 우리는 자신에게 있는 ‘본능(잠재 능력)’을 찾고 그것을 활용해야 한다. 자신이 발견한 그 본능은 창업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본능은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아주 오래전, 1993년 나는 대기업의 해외 영업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나의 바이어들은 미국의 의류 브랜드인 갭과 대형 백화점인 메이시였고, 당시 나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출 시즌에 맞추어서 오더를 진행하고 바이어들에게 보낼 샘플을 만들었다. 이렇게 가장 바쁜 시기에 교육부에서 사원 전문화 과정에 일주일 동안 참석하라는 입소 통지를 받았다. 나의 팀장은 필쩍 뛰면서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라서 보낼 수 없다고 말했지만, 진급과 관련된 교육이기에 어쩔 수 없이 입소하게 되었다. 팀장은 나의 일을 다른 팀원들에게 분배하였고 잘 다녀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일로 인해서 해외영업부의 업무가 마비(?)될 것 같아서 일주일 내내 불안했다.
다시 업무에 복귀해서 부랴부랴 나의 오더를 점검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맡겨 놓고 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예상보다 더 탁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분명 떠나기 전에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예상대로 문제가 터지긴 했지만 잘 봉합되어 깔끔하게 마무리된 상태였다. 그 순간 나는 이 조직에서 대체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부품이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동안 잘난 척하던 것이 부끄러웠다.
이처럼 기업의 시스템(잇몸)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게 만들어져 있다. 내가 기업에서 해야 할 일은 나의 본능 대신에 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창업을 하는 사람들, 기업에서 아무 생각 없이 샐러리맨으로 살다가 드디어 자기 일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사람들, 그리고 오랫동안 일을 놓고 있다가 다시 창업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은 이미 본능이 필요 없는 시스템에 완벽하게 적응된 사람들이다. 다르게 말한다면 시장에 관한 야성 본능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교육제도와 사회생활에서는 생존 본능에 해당하는 직감과 직관을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 사회적 기준에 따른 정답과 정도의 길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당황스럽게도 이런 시스템에서 잘 적응한 사람일수록 창업에 관한 자신감이 이상하리만큼 높다. 아마도 기존 시스템에서 잘 견디면서 성장했기에 창업도 리 어렵지 않게 잘 적응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바다거북 세미처럼 막 알에서 깨어난 당신이 창업이라는 바다에 들어가서 기존에 학습한 경험과 지식으로 살아남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정글과 바다에서는 동물원과 수족관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그동안 당신은 가게에 들어가서 돈을 내고 사서 입고, 먹고, 마시고 그리고 사용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쉽게 보이겠지만 그렇게 쉽게 돈을 지불하고 사게끔 만들기 위한 어려운 과정에 대해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막상 창업을 하면 전혀 다른 생존 법칙이 존재함을 피부로 깨닫게 된다.
커피가 좋아서 커피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창업에 뛰어든 내 친구는 시장조사를 건성건성 하고 있었다. 그런 친구가 내가 말하는 시장조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그 치밀함이 얼마나 강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섯 살 너의 아들 태균이가 서울에서 길을 잃었다면 너는 어떤 심정일까? 우리나라에만 스타벅스를 포함한 커피 브랜드가 5,000개가 넘는 이 상황에서 네가 어떤 차별화를 갖는 브랜드(매장)를 만들 수 있을까? 너의 자식과 같은 매장을 만들려면 서로 다른 5,000개의 매장을 마치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심정으로 돌아다녀야 한다.” 사람들이 적자생존의 시장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본능으로 창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차례 창업에 실패하는 과정을 거치며 기업과 학교 그리고 일상의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이렇게 정글과 바다의 법칙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창업의 규칙을 이해한다. 그래서 정글에 서 빠져나온 창업주들은 이 과정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머리로 ‘배운다’가 아니라 뼈에 ‘새긴다’고 말한다.
당신의 창업 야성을 올리는 방법은 있다. 그 시작은 ‘간절함’이다. 2010년 8월 15일 칠레에서 지하 700m의 갱도가 무너지면서 작업인부들이 지하에 69일 동안 갇힌 사건이 있었다. 지하에서 20일을 보낸 광부들을 찾아내고 그들과 인터뷰하면서 어떤 광부가 이런 말을 했다. “여기서는 어떤 것도 필요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칠레 광부들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20일 동안 손놓고 구조만을 기다리지 않고 지하에 있는 것을 가지고 살길을 찾았다. 살아남으려는 자에게는 뭐든지 가능성과 희망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창업 준비가 어떻게 되어 가느냐에 따라서 시장조사를 하면서 당신의 창업은 희망적으로 보이거나 절망적으로 보이게 된다. 자기가 무엇을 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자신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존 능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면 시장조사를 하면 할수록 희망적이다.
반면에 시장에서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시장조사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불현듯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가 참담하다는 것을 간파하게 된다. 시장조사는 내부 시장조사라고 할 수 있는 자신에 관한 조사가 먼저 선행된 후 길거리 시장조사라 불리는 외부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앞장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자신에 관한 조사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말했듯이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뭘 잘하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 에게 하면 금세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불안은 사람을 마비시 킬 뿐만 아니라 인간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안은 에너지의 또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 불안은 본능을 깨우는 어느 정도의 카페인 역할을 하므로 적당한 수준은 창조적인 긴장점을 만든다. 오히려 너무나 낙관적인 자세로 시장을 만만히 보는 만용에 가까운 용기가 더 불안하고 위험하다. 참고로 어떤 성공이든 그 첫 단계는 불만족에서 시작하기에, 불안하다면 시작은 좋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존력을 가지려고 두려움을 배워야 한다. 단지 막막한 앞날에 관한 두려움을 느끼라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인해서 반응하게 될 나의 본능을 간파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류는 자연의 두려움으로 인해서 문명을 일궈왔듯이 당신이 창업한다면 적절한 두려움을 통해서 빠르게 지식을 습득할 것이다. 그렇게 배운 것을 총체적으로 ‘지혜’라고 한다. 자기 발견과 시장 발견이라는 결과물을 가져오는 시장조사는 당신을 지혜롭게 만 들고, 당신의 브랜드를 차별화되게 만들 것이다. 그 과정이 매우 고단해서 지키기 어렵겠지만 당신의 본능을 일깨워 주는 일종의 재창조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사과가 떨어진다. 농부에게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를 물어보면 가을이 되었고 사과가 잘 익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뉴턴은 사과와 지구 사이에 서로 당기는 힘(인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우주의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의 질량을 곱한 것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이 작용한다는 우주의 법칙, 곧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지금 당장 창업을 하기 위한 시장조사를 한다고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매장을 열심히 다녀 보아도 어제 소비자 입장에서 보았던 매장을 예비 창업자로서 본다고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처럼 어제의 소비자가 오늘의 조사자가 된다고 해서 당장 뭔가를 찾을 수는 없다.
만약 뉴턴이 과수원 주인이라면 그가 보는 사과는 항상 가을에 떨어지는 사과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물리학과 지구과학의 전문 지식을 가진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가을에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라 지구가 당기는 사과로 보았다. 핵심은 어떤 지식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초등학생들이 알고 있는 낱말의 수는 5,000개 정도라고 한다. 일반 성인은 3만 개 정도라고 한다. 초등학생은 5,000 단어의 조합 가능수에서만 생각하고 해석하고 말할 수 있다. 독자가 소비자 조사에 관한 방법과 단어를 아는 것만큼 조사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진다. 따라서 독자가 느끼고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직관 용어와 전략 용어를 파악하는 것이 시장조사력의 기본이다. 이런 것을 깨닫게 되면 우리 동네 상권에는 빵집이 왜 이렇게 많은지도 알게 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110동 102호 아주머니의 빵집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과 싸워 이기는 핵심 역량도 알게 된다. 마케팅, 브랜드 그리고 디자인에 관해서 어느 정도 지식과 관점을 갖추게 되면 왜 저기에 그것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뉴턴의 전문지식이 법칙을 발견하듯이 브랜드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만 길거리에서 브랜딩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조사가 전문 용어를 외운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수백억 원짜리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한 시장조사나 자영업자의 매장 개업을 위한 시장조사는 규모와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사람’이다. 시장조사는 처음과 끝이 사람이기 때문에 시장조사의 전문 지식은 용어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그토록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이 글을 쓰면서 사용하던 단어는 일반적인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창업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다. 비록 글에서는 시장 야성 본능(핵심 역량 구축, 독점 우위 전략), 시장조사력(마케팅 리 서치 역량), 전략과 직관(브랜드 직관력), 생존 능력(핵심 확장, 라인 확장), 대박(와해성 포지셔닝), 새로운 시장(수익지대), 시장 변화(가치 이동)라고 썼지만 기업 조사 보고서에는 괄호 안의 용어로 모두 바뀐다. 당신이 자영업자이고 곧 매장을 낸다면 괄호 안의 용어를 사용하고 그것으로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의 브랜드가 바로 당신의 매장 옆에 오픈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할까?
시장조사력을 갖기 위해서는 위에서 소개했던 경영의 법칙 용어로 시장을 분석할 수 있어야 된다. 이것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제2외국어와 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창업자라면 자신을 둘러싼 시장 환경에 대해서 정확한 분석과 대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필수 지식이다. 만약에 어떤 군인이 전쟁터에서 자신들을 공격하는 적의 위치를 후방의 포병부대에게 알려 줄 때 이렇게 무전하는 것을 상상해 보자.
“제가 있는 곳은 큰 바위들이 많고, 소나무 숲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은 연못도 있는데 현재 적군은 논길을 따라 달려오고 있어요! 지원 포격 바랍니다.”
과연 포병 장교는 어떻게 했을까? 포병 장교에게 의사 전달을 하려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좌표를 말하겠다. W0345 E3454 이상 전달 끝!” 이것이 전투 지식이다. 게임, 운동경기, 전쟁 그리고 시장까지 인간들이 함께 사는 곳에서는 성공하는 규칙과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0년 전만 해도 ‘안되면 되게 하라’ 식으로 밀어붙이면 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많은 경쟁자와 수많은 유사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다. 아파트 상가 앞에만 서면 이런 현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제 성실하지 못해서 폐업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의 지혜가 없어서 폐업을 한다.
모든 대기업은 수십억 원씩을 들여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조사한다(아마 당신도 대기업의 설문지를 한 번쯤은 받아 보았을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당신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수십 통의 귀찮은 설문 전화를 걸어댄다. 뿐만 아니라 카드회사와 유통회사들은 우리가 쓰는 지출 내역을 통계화해 우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새로운 자동차 그리고 새로운 우 유와 라면 브랜드까지도 끊임없이 사람에 대해서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시장조사는 시쳇말로 대박날 것 같은 아이템과 뜨는 매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왜 대박이 나야만 하는지의 이유와 뜨는 논리를 찾는 것이다. 그 이유와 논리는 사람 안에 있다. 그런데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야기해 주지 않거나 혹은 그 이유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함에 있어서 비합리적으로 구매하고도 합리적으로 변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믿고 보기 때문에 그들에게 물어본 대답도 정답은 아니다. 시장조사력은 소비의 상관 및 연관관계와 패턴을 통해서 다음의 소비 지점을 예측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질문의 대답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대답과 대답 그리고 대답과 시장 사이에서 연결된 현상을 찾아야 한다.
이런 시장조사력은 창업 이후에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마케팅, 혁신, 전략, 시즌 아이디어, 소품 개발, 변화되는 소비자 조사, 리뉴얼 준비, 트렌드의 동향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하 다. 한마디로 생존 능력이기도 하지만 진화의 실체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중요한 시장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창업 주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제일 먼저 그만두는 것이 바로 시장조사다. 성실한 창업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에 대해 먼저 손을 놓는 이유는 항상 같은 방법으로 시장조사를 한 탓에 더 이상 시장조사가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익숙해진 시장 조사는 항상 가던 매장, 같은 거리, 같은 상품을 쳐다보고 샘플과 카피할 것만 사진을 찍고 돌아온다. 시장조사는 더이상 조사 가 아니라 쇼핑이 되어 버린다. 무엇보다도 창업을 해서 성공하면 바빠지기 때문에 당장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시장조사 시간을 덩어리째 절감시켜 버린다.
시장조사의 지식 없이 창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시장조사 자체가 치명적이다. 무작정 부동산에 들어가서 급매 혹은 상권이 좋은 매장을 찾거나, 최근에 이슈가 되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기웃 거리거나,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점점 할 것이 없다는 절망감에 갇히거나, 잠깐 한눈팔다가 충동구매로 뭔가 사는 그런 시장조사를 한다. 오히려 잘못된 시장조사로 엉뚱한 매장을 기웃거리다가 급기야 한눈 파는 사이 거미줄에 걸린 파리 신세가 된다. 거미줄(이미 구축된 다른 브랜드의 브랜드력)이 쳐진 숲(시장)에서 파리는 날자마자(개업하자마자) 잡힌다(폐업한다).
시장조사는 과정이 아니라 ‘능력’이다.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감’이 아니라 경영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먹고살기 위해 창업했다고 할지라도 그것도 경영이다. 창업자는 자신이 이제 어떤 규칙과 법칙으로 이루어진 인생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계속)
1 창업이란 무엇인가
2 창업과 동시에 가져야 될 명성, 브랜드
3 아버지학교, 창업자 학교
4 창업의 시작과 완성은 휴먼브랜드
1 창업을 여는 시장조사 : 여기를 읽고 있습니다.
2 나를 찾는 시장조사
3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것에서 익숙한 것을 찾는다
4 시장조사 순례기
5 매장 탐험기
6 보이는 것 과보이지 않는 것
1 찾는 지식과 쌓는 지혜
2 브랜드보다 더 큰 인물 되기
3 친구와 동업하기, 동업해서 친구 되기
4 정신을 소유한 아이디어, 전략
5 창업의 힘
위의 내용은 [아내가 창업을 한다]에서 발췌 및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