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주기, 감기주기

나무가 되어간다.

by 권민

쓰나미나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야생 동물들은 본능에 이끌려 피신처로 옮긴다는 뉴스를 여러 번 들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마저도 임박한 재앙을 온몸으로 느껴 자신의 철장 우리 안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장면도 TV로 본 것 같다.


요즘 내 몸도 태양궤도와 지구 자전이라는 우주(?) 주기에 반응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환절기가 되면 감기와 몸살이 걸린다.


병원에서는 환절기성 질환이라고 4~6개의 알약을 먹으라고 주는 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2019년 8월 초부터 나는 운명처럼 다가올 감기에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비타민C와 프로폴리스를 미리 먹으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복이 하루 지난 8월 12일에 감기에 걸렸고 지금까지 고생 중이다.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치르게 되는 이 불가사의 한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매미 소리가 그칠 무렵에 낫는 이 감기가 질병이 아니라 내 몸에 장착된 자연의 시계처럼 느껴진다.

몸에 털이 있는 포유류들의 털갈이 같은 현상처럼 느껴진다.

아픔만큼 성숙하는 것일까? ㅋㅋㅋ

영적인 나이테인가? ( 뱃살은 계속 늘어난다)


나의 페이스북에 8월 9일, 무더운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에 가을을 느꼈다고 잘 난 척을 했었다.

남들은 덥다고 했지만 차가운 바람이 아닌 가을을 느꼈다. 그 느낌이 전조였다.


나는 나무가 되는 것 같다.

인간이 느낄 수 없는 햇빛의 미세한 일조량으로 다음 계절을 알아차리는 그런 나무가 된 것 같다.

혹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또 다른 우주의 암시를 몸으로 반응하는 것은 무엇일까?


독하게(?) 지어달라고 했던 감기약 때문인지 몽롱해진 기분 탓에 이런 상상이 자꾸 하게 된다.

혼돈이론부터 초끈 이론까지 ...

암튼, 8월 31일 ... 태양 황경이 165도로 서서히 기울어지면 이제 나무잎에 이슬이 맺히게 될 것이다.

짧은 가을 그리고 긴 겨울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