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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May 24. 2021

작가처럼 시장조사 하기

관점이 필요하다

시장조사를 요리사의 작업과 비유한다면 좋은 재료를 찾는 것이고, 예술가와 비교하면 영감을 얻기 위해 좋은 소재를 찾는 것이고, 군인으로 따진다면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는 유리한 전쟁터를 고르는 것입니다. 


손자는 “정찰에 투자한 시간은 거의 낭비가 없다”고 말했죠. 나폴레옹도 전쟁의 전략을 세우기 전에 반드시 직접 전쟁터에 나가 지형지물을 살펴보았습니다.(그랬다고하니 믿어야겠죠) 경영학의 구루인 필립 코틀러는 “모든 비즈니스 전략은 마케팅에서 출발하고, 또한 모든 마케팅은 시장조사에서 출발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사가 마케팅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대해 그 누구도 반론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시장조사가 현장에서는 너무나도 하찮게 다루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시장조사의 결과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장조사는 작가주의 관점으로 할 것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사진을 잘 못 찍는다고 해도 최고의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는 알 것입니다. 라이카를 명품 반열에 올린 사람이 있는데 바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사진작가입니다. 저는 시장조사를 떠나는 사람에게 앙리가 사진을 대하는 자세를 읊어 주곤 합니다. 

(눈을 감고 듣게 합니다. 나중에 눈을 떴을때 그의 사진을 화면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카메라는 스케치북이자, 직관과 자생의 도구이며, 시각의 견지에서 묻고 동시에 결정하는 순간의 스승입니다. 세상을 ‘의미’하기 위해서는, 파인더를 통해 잘라내는 것 안에 우리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집중, 정신 훈련, 감수성, 기하학적 감각을 요구합니다. 표현의 간결함은 수단의 엄청난 절약을 통해 획득됩니다. 무엇보다도 주제와 자기 자신을 존중하며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저는 이 글을 읽었지만 수백 번 시장조사 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앙리의 간증에 대해서 화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시장조사를 앙리의 말을 통해 이렇게 의미 부여하고 정리했습니다.


“나에게 시장조사는 성지순례를 하는 것과 같다. 시장 조사는 나를 찾는 기나긴 여행이며 그 여행을 통해서 내가 매장으로 거듭나서 돌아오는 일종의 부활과도 같다. 모든 매장을 나의 스승으로 여기며 그 매장 안에 있는 선배들에게 겸허한 마음으로 하나씩만 배워서 나온다. 이런 태도는 나를 찾겠다는 갈망과 내가 어떻게 죽고 싶다는 소망의 간절함에서 나온다. 내가 만들 매장은 이런 모든 염원이 응축된 것으로서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스승들에 대한 존중심에서 우러나온다. 매장은 내가 고객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나의 기도이다.”


《시장조사의 기술》이라는 책 저자인 자일스 루리Giles Lury는 인터뷰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시장조사의 방법을 이렇게 독특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라’ 
두 번째는 ‘네 살짜리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가져라. ’입니다.


(이렇게 쉽다니 ... 그래서 이 비법이 지금까지 무시되고 있습니다.)


자일스 루리의 설명을 더 들어보죠.

"마케팅은 과학 혹은 예술의 조합이며 이것은 궁극적인 축으로 보자면, 인간은 복잡하고 때로는 합리적이며 때로는 불합리한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그들의 마음에는 어떠한 동기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시장조사의 자세입니다. ‘네 살짜리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을 새롭고 신선한 세계라고 인지하며 탐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사에 앞서서 수많은 편견을 설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네 살짜리 아이는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해서 그 이유에 대해서 캐묻습니  다. 대부분의 시장 조사자는 첫 번째 혹은 표면상의 대답 차원을 넘어 그들 마음속에 있는 진정한 동기를 찾아내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브레송은 카메라를 스승처럼 대하였고, 자일스 루리는 자신을 4살짜리 아이로 대했습니다. 이것은 자신에 일에 대해 어떻게 의미 부여하는가에 달렸습니다.


브레송은 카메라의 기능을 자신의 본능과 연결해서 재능으로 만들었고, 결국 그 재능은 예술의 수준까지 이르러 자신의 작업을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일이 일로서 느껴진다면 최고의 보상은 ‘돈’이지만, 일이 작품으로서 느껴진다면 최고의 보상은 ‘만족’입니다.


 일하기 위한 숙달된 기능과 다재다능한 재능이 창조적인 예술이 되려면 자기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 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자신의 철학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 철학이 없다면 ‘일’은 ‘나의 완성’이 아니라 단지 ‘일’ 일뿐입니다.


모든 사람의 휴대폰에 카메라가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기에 ‘찰칵’이라는 체험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브레송에게 있어서 그 찰칵은 우리가 경험한 그것과는 다릅니다. 불과 0.1초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브레송의 생각을 정리해서 브레송의 ‘찰칵’의 의미를 판단한다면, 브레송의 ‘찰칵’은 ‘피사체’를 찍은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보면 일관성이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밖으로 드러난 철학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창업과 브랜드 그리고 시장조사를 다르게 하려면 특별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거짓과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대신에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과연 나의 일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나는 나의 일로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나는 나의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일에 대해서 돈 외에 다른 평가지표는 무엇일까요?

내가 일에서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은 무엇일까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절정은 무엇일까요?

옆집 매장보다 잘하면 되는 것일까요? 더 다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단지 먹고살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완성됨을 위해서 일하고 있습니까?


이렇게 질문을 하면 의미는 저절로 만들어지고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남들과 다른 자기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게 됩니다.


시장조사 능력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얻을 수 있는 지식입니다. 많이 준비하고, 훈련할수록 실력이 늘어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창업할 매장과 브랜드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행운이 따른다면 1년이 아니라 한 달 만에 자신이 만들고자 하던 매장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최악의 창업 시나리오의 서곡일 뿐입니다. 비록 창업을 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창업을 해서 매장과 브랜드를 경영할 만한 기본 지식과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폐업을 위한 창업이 됩니다. 


자신의 창업을 알리기 위해 각종 전단과 수많은 이벤트를 통해 사람을 모집하고, 매장에 들어온 사람에게 할인 쿠폰을 나누어 주며 잔치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만약 그 잔치에 실망한 고객들이 생겼다면 그다음부터는 나쁜 소문만 생깁니다. 그렇게 삽시간에 퍼져 버린 나쁜 소문들을 다시 창업의 원점으로 상쇄하기 위해서는 오직 만족한 고객의 칭찬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와 문제점을 알고 고친 다음에 다시 만족한 고객을 만들기까지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결국 어설프게 창업했다가 창업 이후 1년을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는 데 허비하는 시간으로 보내게 됩니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예비 창업자는 두 개의 단어를 자신의 머릿속에서 삭제해야 합니다. 하나는 ‘대박’이고 또 다른 하나가 ‘뜬다 ’입니다. 일단 이 단어들의 기원이 도박과 사행성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가 주는 천박함과 가벼움이 있습니다. 특히 이 단어가 주는 기대치는 당장 뭔가를 해내지 않으면 실패한 것처럼 상황을 몰고 가기 때문에 창업주로 하여금 조급증을 만들어서 창업에 무리수를 두게 만듭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하는 생계를 위한 생존형 창업은 전략의 궁핍함을 긍정의 힘으로 이기고자 로또와 같은 허상을 뿜어 대면서 막연한 창업 대박을 꿈꾸게 만듭니다. 특히 명예퇴직 후 혹 취업에 실패해서 창업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뭐든지 서두르게 됩니다. 결국, 이런 창업 조급증은 자신의 철학과 가치 위에 겨우 착상된 브랜드를 유도 분만시켜서 조산하게 만듭니다.


자궁 안에 아기가 성장하고 자라서 탯줄을 의지하지 않고 외부로 나가서 살 수 있는 신체 조건을 갖추게 되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출산이 됩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이때 아이는 너무 작아도 안 되고 커도 안 됩니다. 비정상적인 크기는 아이와 산모에게 모두 위험합니다. 적당한 크기가 중요합니다.

(저는 3.7킬로였습니다. 그래서 제왕절개로...불효자입니다)


창업도 자연의 법칙, 곧 시장의 법칙을 따릅니다. 창업자의 머릿속에 있는 창업 아이디어는 얼마나 커야 할까요? 얼마나 가슴에 담고 있어야 할까요? 너무 작으면 시시하다고 할 것이고, 너무 크면 현실성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정작 시기를 놓쳐서 창업도 하기 전에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이 시장조사를 하는 내내 가슴을 짓누를 것입니다.


임계질량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것은 핵분열을 위한 핵분열성 물질의 최소 질량입니다. 최소 임계질량만으로는 가공할 만한 핵폭탄을 만들지 못합니다. 그것은 단지 폭발 가능한 질량일 뿐이지 가공할 만한 파괴력은 없습니다. 시장조사를 통해 예비 창업자는 스스로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매일 창업만 생각하고 보고 듣고 읽는 모든 것을 창업과 연계해서 구상했기에 지금 가지고 있는 지식의 무게가 임계질량을 훨씬 초과했다고 착각하죠. 그러나 힘들지만 정말 그런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창업을 작게 시작하는 것은 ‘단순히’ 성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자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조사를 통해 가지게 된 선입견과 허황된 믿음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 컵 안에 흙탕물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흙이 가라앉아 물과 분리되는 것처럼, 시장조사를 통해 얻은 창업 아이디어를 잠시 멈추고 무엇이 아이디어이고 전략이며 그리고 감정이었는지를 분간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시장조사를 마치고 창업을 결정하기 직전에 한 달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냉정하게 자기 생각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 준비 초기에는 뭔가를 발견하고 시장조사를 하면 할수록 확신에 가득 차게 되고 창업만 하면 성공할 것 같은 기대가 충만해지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죠. 결국 지금 안 하면 누군가가 할 것 같아서 일단 창업을 저지르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창업 실패 원인은 이렇게 ‘반짝’ 하는 첫 번째 아이디어에서 기인합니다.


헤밍웨이는 “첫 번째 쓰는 원고는 쓰레기다”라 고 말했고, 대부분의 작가는 초고가 완성되면 다시 읽으면서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부터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기 자녀가 착한 아이일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처럼 시장조사를 통해서 찾아낸 아이디어는 부모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자식 같습니다. 이 아이디어로 개업만 하면 사람들이 밀려 들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여기에 성공 창업에 관한 책들이 창업을 부추깁니다. 한마디로 창업이 쉬워 보입니다. 예비 창업자들은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대입하여 스스로 ‘창업 대박’이라고 각성합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창업할 때인지를 점검하는 방법은 무엇이 일까요?

아이디어가 세상 밖으로 나와도 되는지에 관한 4개의 진단 질문이 있습니다.

“창업한 매장을 10년 동안 유지할 만한 전략이 무엇입니까?”

“망했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입니까?”

“성공했을 때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창업이 계획과 다를 때 어떤 수정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 질문이 막연하고 어려워 보일지라도 만약 창업한다면 이 네 가지의 상황 중 한 가지를 겪게 됩니다. 따라서 이 네 가지의 상황을 모두 준비해야만 성공해서 실패하거나, 놀라서 실패하거나, 아무것도 몰라서 실패하거나 그리고 실패할 것을 기획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성공의 시점을 언제로 둘 것인가에 따라서 초조함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박만 꿈꾸는 창업이라면 항상 성과에 시달리게 됩니다. 반면에 보다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리며 창업을 생각한다면 창업 성공 조급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큰 그림을 보기 위한 두 가지의 계획이 있는데, 하나는 영속 가능 경영을 위해서 ‘브랜드’를 준비하는 것과 두 번째는 이렇게 얻어진 영속 가능한 브랜드를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경영’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창업을 위한 창업이 아니라 경영을 위한 창업으로서 영속성을

가진 브랜드를 지속해서 경영하기 위해서 예비 창업주는 영속 가능 경영을 학습해야 합니다.



https://youtu.be/wIt0-bIcJLA 동영상/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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