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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Jun 05. 2018

시장조사를 통해 신상품 개발하기

새 술은 새 부대로(1)

결론부터 말한다면, 고객이 원하는 신상품은 새로운 관점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까?

경쟁사의 제품을 연구하면 파악할 수 있을까?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해야할까? 

선언적으로 들리겠지만, 

과거를 바라보고,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 시작이 바로 시장조사다.


시장 조사는 바로 시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력이다.

시장 조사는 시장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다



시장조사는 [                   ]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글로 적어보면 알 수 있다.

지식의 시작은 정의definition가 출발점이다. 


시장 조사에 관한 다양한 정의를 살펴보자 


‘시장조사는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자가 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지속해서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 시장조사협회
‘시장조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 패턴을 잘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알아 내는 것’ - 리서치 회사 HPI 대표 데이비드 이디올스
‘시장조사는 과거와 현재의 시장 및 경쟁상황을 조사하고,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시장전략 수립의 지침을 제공하고자 하는 미래 지향적인 활동’ – 마케팅 사전
시장조사는 회사가 당면한 특정 마케팅 상황에 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획, 수집, 분석, 보고 하는 것’ 
- 필립 코틀러


당신이 생각하는 시장 조사 정의와 비교해서 어떤가? 

마케터의 시장조사를 요리사의 작업과 비유한다면 좋은 재료를 찾는 것이고, 예술가와 비교하면 영감을 얻기 위해서 좋은 모델을 찾는 것이고, 군인으로 따진다면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는 유리한 전쟁터를 고르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중요한 ‘시장조사’가 단순히 ‘내부 의견의 확신 작업’으로 평가절하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사란 확인이 아니라 해석이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긴급하고 중요한 여러 일에 치여서 마케터가 책상에 앉아서 시장조사 분석을 하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조사 비용도 만만치 않고, 절차도 복잡하고, 결과도 늦게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자신만의 직관력과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의지해서 수억 원의 신상품 런칭 프로젝트를 결정한다. 


영국 브랜드컨설팅회사인 밸류엔지니어 THE VALUE ENGINEERS 의 대표인 자일스 루리 Giles Lury의 인터뷰에서 말하는 시장 조사 노하우를 들어보자. 

" 시장조사에 관한 저의 조언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라’와 ‘4살짜리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가져라’ 입니다.마케팅은 과학 혹은 예술의 조합이며 이것은 궁극적인 축으로 보자면, 인간은 복잡하고 때로는 합리적이며 때로는 불합리한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그들의 마음에는 어떠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야 말로 훌륭한 시장 조사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4살짜리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을까요? 우선 어린 아이는 모든 것을 새롭고 신선한 세계라고 인지하며 탐구합니다. 당신은 수많은 편견을 설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어떠한 것을 처음으로 배우는 것이며, 이러한 관점은 마케팅 문제가 생겼을 때 명백하며 신선하게 해결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또한 4살짜리 아이는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성인인 우리는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것 자체를 무례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대부분의 조사원은 첫 번째 혹은 표면상의 대답들의 차원을 넘어 그들 마음속에 있는 진정한 동기를 찾아내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4살 지능이 아니라 4살의 호기으로 시장 조사에 관한 생각을 다시 생각해보자.


시장조사는 인간을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조사의 기술 

시장조사를 좀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만 한다.


정말로 시장조사를 통해서 탁월한 상품을 만들어 런칭할 수 있을까? 
상품 개발 시에 시장조사를 통해 기대하는 수준은?
과연 시장 어디까지 조사 할 수 있을까?


실패한 상품(브랜드)런칭은 실패 자체를 런칭(시장 조사를 통해서 기획)한 것으로, 이러한 런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장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는 이렇게 중요한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 만큼 가볍게 다루는 프로젝트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시장조사는 ‘정말 알고 싶어서’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막연히 알고 있는 것을 점검하기 위한 ‘확인’의 장치로 많이 사용된다. 시장조사를 설계할 때,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해야 한다.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도 조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장조사의 질문지들은 소비자가 답변하기 쉬운 것, 정량적으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듣고 싶은 것 위주로 만들어진다. 여기서부터 신상품 개발의 첫 번째 치명적 오류가 시작된다.


마케터에게 시장조사는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보는 일종에 ‘초능력(어떻게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있을까?)’과 같다. 만화 영화에 나오는 우주 영웅들이 초능력을 잘못 쓰면 지구의 재앙이 오는 것처럼, 마케터의 잘못된 조사를 통한 의사결정은 실패를 결정하거나 성공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신상품 개발(신규 브랜드 런칭)의 과정에서 실패가 되는 변수들은 다음과 같다.

1)디지털 속도로 변하는 소비자

2)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타협과 문제의 왜곡

3)경쟁자에 대한 안일한 생각

4)성공할 것 같다는 막연한 환상

5)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만 하는 조직의 생리 등,


그리고 시장조사와 상품 런칭 과정에 수많은 실패를 유발하고 유도하는 변수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마케터들은 미래의 시장을 알아맞히어야 하는 초능력인 ‘직감, 예감, 예측, 추측’ 같은 것을 시간에 쫓기어 궁예의 관신법처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장은 ‘그럴 것 같아’ 혹은 ‘아닌 것 같아’ 등 지극히 개인적 주관에 의한 판단이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치명적 오류이다. 




이런 해프닝이 실제로 마케팅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장 조사의 기술을 모르기 때문이다. 현실을 본다면, 시장조사가 이처럼 중요하지만, 시장조사라는 이름을 걸고 출판된 단행본은 10종이 안되고, 2011년 이후부터 시장조사를 주제로 쓴 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뿐만 아니라 마케팅책에서도 겨우 5페이지 혹은 1단락 정도만 가볍게 다룬다. 대부분 시장조사 과정을 소비자를 알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체험의 에피소드 정도로만 인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시장조사에 대해서 마케터들은 관심이 없을까? 혹시 무지한 것은 아닐까?


이상하게도 시장조사, 설문조사 그리고 표본조사 등, 조사에 관한 행위를 시쳇말로 마케팅 분야에서는 ‘노가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영리한 마케터들은 이 일을 전문 외주 업체로 돌리는구나, 심하면 대학생 아르바이트 설문조사 정도로 마치거나, 최악의 경우는 웹에서 지식 검색으로 끝내는 경우가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소비자 조사를 긁어모아 서 보고서를 만드는 기획자도 간혹 주변에 있다. 돈이 없어서일까? 시간 절약? 그들은 시장조사의 방법, 시장조사를 통해서 신상품과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과정, 시장조사를 통해서 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배우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을 신석기 시장에서의 ‘채집과 수집’ 정도로 생각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경영자나 브랜드매니저들이 브랜드의 조사담당의 1차 책임을 누구에게 있는지를 확인하면 자신들의 시장 조사의 중요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조사를 누가 할까? 인턴사원? 수습사원? 신입사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어떻게 조사를 하는지 그리고 조사를 통해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보았는가? 아니면 최근에 자신이 직접 자료를 조사해서 전략서까지 만들어 본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나는가? 지금까지는 외부 조사 기관에서 5천 만 원(산업군 별로 다소 편차가 있지만) 정도만 주면 어느 정도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조사보고서를 만들어 온다. 갑의 처지에서 조사는 편리해졌고, 정확해졌고 전문가들의 손길에 의해서 보고서는 세련되어졌다. 그러나 이런 조사 보고서를 가지고 유추, 해석하는 내부적인 역량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대부분 조사 보고서를 보면 그것으로 끝이다. ‘거봐 내 말이 맞지!’ 경영자나 브랜드 책임자가 이 말을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신상품 런칭 프로젝트팀은 안심하고, 확신을 가지고 총력전 모드로 들어선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수많은 신규 브랜드의 성공률 5%에도 머물지 못할까? 시장조사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보고서가 왜곡된 것일까?

 


실패한 이유는 두 가지를 놓쳤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시장조사 대부분은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놓치는 미래의 변수다. 그래서 시장조사의 본질은 미래에 대해서는 막연한 예측일 뿐이지 실제로 이뤄질 모습은 아니다. 시장조사와 런칭 기간 중에는 평균 1년에서 6개월의 시간이 걸리지만 그 안에 수많은 변수가 일어난다. 그리고 막상 런칭 두 달 전에는 시장이 변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 두번째 놓친 것은 조사과정 가운데서 나오는 런칭의 성공 단서들이다. 소수의 의견과 제안들, 묻지 않았는데 적어낸 의견들, 객관식으로 물었는데 주관적으로 답변한 의견들은 그대로 삭제 된다. 또한 소수 소비자의 입에서 나온 불평, 불만 혹은 황당한 이야기는 ‘기타’로 처리된다. 실제로 그런 의견들을 조사하고, 가설을 세워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 이런 것들은 기타 항목에 밀어 넣는다. 미래의 변수에 관한 ‘무지’ 그리고 묻지 않은 대답에 관한 ‘무시’로 인해서 조사는 런칭의 지뢰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시장을 찾기 위해서 정성 조사와 정량조사를 한다. 정성 조사는 목표 타깃 군들에게 하는 일종의 소수 샘플 조사이고, 정량조사는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조사하거나 무작위 전화를 돌려서 표본의 숫자를 채우는 대량 조사이다. 대부분 이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하나의 조사방법으로는 나오는 결과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조사 방법에 의해서 서로 같은 잘못된 대답이 나왔을 때 그것을 진리라고 믿고 밀어붙이는 경우는 오히려 잘못된 런칭으로 인해서 재앙이 된다. 하지만 노련한 마케터들은 정량과 정성 조사가 모두 같다고 믿지 않고, 다르다고 믿지 않고 모두 다르다고 믿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소비자가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서 본다. 마치 그들은 미국 드라마 <CSI>의 길 그리섬 반장처럼 사람의 ‘증언’보다는 현장의 ‘증거’를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흘린 것들을 찾아서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반면, 조사가 이토록 중요하지만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있다. 바로 애플과 소니이다. 그들의 논리는 ‘어떻게 소비자가 기대하지 않은 시장을 우리에게 말 할 수 있는가?’이다. 루이뷔통이나 마크 제이콥스 같은 브랜드도 정량적인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은 창조적이며 최고이기 때문에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나올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소비자 조사는 필요 없는 것일까? 마케터들이 조사에 관심이 없거나 조사 자체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무한 경쟁 시장의 현실 때문이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샴푸와 의류, 기능과 품질이 비 슷 비슷한 전기제품, ‘특정 단어 = 특정 브랜드’로 만들어 버리려고 천문학적 광고비를 지출하는 브랜드들. 소비자는 하루에도 수만 개의 브랜드와 수백 개의 신규 브랜드를 보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과연 최근의 시장조사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두 번째 이유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최근에는 너무나 복잡해진 소비자의 욕구로 인해서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기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해지고, 예민해지고 까칠해진 소비자들을 상대로 ‘심층분석’이라는 접근 자체가 무색하다. 이렇게 바뀐 시장에서 아직도 단답형 조사와 문항 조사에 치중하고 있는 변하지 않는 조사 방법도 조사의 퇴보 현상에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조사를 거의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는 단체도 있다. 다음 주에 실행되는 선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정당이다. 여론과 인기도 확인을 위해서 대부분의 정당은 시즌마다 소비자(?) 조사를 한다. 정당들이 조사를 애용하는 것은 정확도 때문일 것이다. 사실 거의 3개의 정당 중에 하나만 찍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국민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단순한 정치와 달리 시장은 그렇지 않다. 3개가 아니라 300개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가 마케팅 활동에 크게 작용하지 않은 이유는 조사의 품질에도 문제가 있지만 횟수에도 문제가 있다. 외국계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 관리 보고서를 본사에 제출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조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조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복잡하고 또한 너무나 다양하게 얽혀 있다 1) 바빠서 2) 생존도 힘들어서 3) 지금 하는 일도 제대로 못 해서 4) 잘 돼서 5) 몇 번 해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똑같이 나와서 6)시장은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7) 브랜드의 방향이 경영자의 직관 의지해서 8) 투자대비 효과를 얻지 못해서 9) 그리고 잘 몰라서….


대부분 여러 개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서 조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결국 조사의 ‘지식과 기술’은 쌓이지 않고 항상 그때마다 임기응변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마케팅 현장의 현실이다. 조사의 힘은 과거 조사 결과의 누적이다. 그 누적을 따라서 소비자들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고, 다음 구매 동선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누적이 될 만한 수치가 나오기까지 조사를 계속하지 않는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대부분 보고서 발표장에는 이런 말이 들릴 듯 말듯(들으라고) 여기저기서 나온다. 가관인 것은 결정권자 중에서 그 누군가가 ‘우리 와이프는 저런 말을 안 했는데’라고 말하면서 조사를 전면 부정하면 그때부터는 혼란이 야기된다. 원하지 않은 결과, 특히 자신이 했던 업적에 대해서 소비자의 부정적 의견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는 매출의 기록만 남고 소비자의 소리는 추억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조사 발표자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귀에 거슬리게 ‘객관적’이라는 수사 어구를 많이 쓰면 의심해야 하고, ‘과학적’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조사자들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주술적’ 의도가 다분히 담긴 조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떻게 물어보느냐? 언제 하느냐?’에 따라서 신뢰수준 95%에 ±3.1%의 표본오차가 아니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조사 research 는 질문지의 조사 post position 만 바꾸어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조정 할 수 있고 의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없는 시장과 소 비자가 기대하지 않은 시장, 곧 소비자가 상상하지 못한 시장을 소비자의 순간 판단력에만 의존해서 마케팅 기획서를 만드는 것은 자살 행위이다.

분명 조사가 브랜드 런칭의 전략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추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소홀히 하는 것은, 조사를 통해서 성공을 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는 모여서 ‘지식’이 되고, 그 지식이 사용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된다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도구들은 필요없다




우리가 모르는 시장조사의 기술

오래전에 증권 투자 회사인 미래에셋이 자신을 광고하면서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고 말했다. 자산관리의 객관적인 정보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그 광고를 보면서 우리는 많은 경쟁 증권사, 혹은 투자자들이 소문에 의해서, 그리고 직관에 의해서 고객들의 돈을 예치하는구나 하는 시장(그 바닥)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다.

돌연변이로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 주인공이 나오는 <엑스맨>이라는 영화 중에 긴급한 위기상황에서 정면을 가로막은 거대한 강철 대문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어떤 초인이 “보이는 것은 믿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 순간 공간 이동성을 사용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사람은 보이는 세상에 살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의존하며 살아간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과연 볼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측정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예를 들어 빌 게이츠가 이런 프로그램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컴퓨터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는가?

프로그램을 구입한 누군가가 애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당신 애인의 사랑은 순도 38%에 밀도 89%, 그리고 최소 유효기간은 약 19년 정도입니다. 컬러는 다크 옐로우네요. 이 사람과 결혼생활을 하면 최소한 5년은 행복 지수 80%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사랑의 변화 가능성이 70% 이상이기 때문에 결혼 상대자로서 위험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요?”라고 입력하자, 프로그램에 서는 잠시 후에 한 마리의 이모콘 강아지가 나와서 이런 말을 한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왈왈”


사랑, 우정, 소망, 꿈, 좌절, 실망 등 인간의 삶을 이루어가는 이런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평생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해서 투자하고 헌신한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가끔 계약서를 앞에 두고 이런 질문을 하는 클라이언트 사장들을 만나곤 한다. “마케팅이란…. 음... 소 비자의 욕구를 발견하고 그 욕구에 맞는 상품과 브랜드를 개발해서 강력한 캠페인을 통해서 시장을 만들고…. 그리고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이라고 나는 말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곧 클라이언트에게 “우리는 마케팅을 잘 모르니 계약을 파기하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과 같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철학적인 상대방의 질문은 철학적인 대답을 요구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케팅은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종의 마술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고개를 꺄우뚱하면서 해설을 요구하는 얼굴을 하면 겸손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이렇게 다시 말한다. “보이지 않는 욕구를 보이는 상품으로 만들고, 보이는 상품을 보이지 않는 가치로 만듭니다.”라고 말한다. 다행히 아직 그것이 무슨 말이냐는 질문은 받아보지 않았다.


시장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 명동 거리와 백화점을 보면서 시장이라고 말하면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다. 명동에 있는 브랜드와 기업들은 과거의 욕구들이고 이미 소비자들은 그것들보다 더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짜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소비자의 마음에 있다. 문제는 그것이 보이지 않아서 소비자도 잘 모른다.


서점에 있는 마케팅에 관한 책들도 제목은 재미있지만, 내용은 대부분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또다시 되풀이하고 있고 별로 특이한 내용도 없다. 또 본질은 말하지 않고 항상 주변적인 것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변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공 원인이 대부분 기업 비밀로 취급되기에 오너 경영자의 결심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 말하면 즉각 법적인 조치가 들어가서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성공 원인이 너무나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확히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서다. 


예를 들어 매출의 급속성장에 대해 갑자기 경기가 좋아져서, 말단 사원의 단순 아이디어가 붐을 일으켜서, 매스컴에 갑자기 집중적으로 노출되어서, 혹은 판단할 수 없는 복합적인 성공변수로 인해서 등, 대부분의 성공 원인은 너무나 많으므로 그것을 하나하나 설명하거나 중요도에 따라서 순위를 매길 수 없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정확히 무엇 덕분에 성공했는지도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팅 책은 아주 간단한 사례를 제시하고 그 이유가 차별화에 의해서, 선점 포지셔닝에 의해서, 기발한 아이디어에 의해서, 소문 및 스타 마케팅을 잘 활용해서, 그리고 꾸준한 연구 때문에 성공했다고 항상 판에 박은 듯이 말한다. 실제로 성공한 회사에 가서 언론에 노출된 성공 요인이 정확한지 확인해 보면 상당 부분이 ‘가공(편집과 희석)’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것을 믿고 그대로 실행하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조사의 재앙은 그 뒤에 더 끔찍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시장조사를 통해서 얻은 자료를 가지고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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