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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Nov 10. 2021

트렌드인가? 콘셉트인가?

패션에도 오징어 게임이 있을까?

독자 질문 : 

패션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콘셉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구매할 수 있는 콘셉트가 좋을지  아니면 소수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트렌드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마케팅 리서치 컨설팅 회사는 기존 북유럽 캐주얼 시장에 들어가서 먼저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희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 이런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시장에 있는 콘셉트를 할지 아니면 제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콘셉트로 할지 고민입니다.




이 질문의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최근 이슈가 된 오징어 게임 이야기부터 하자.


오징어 게임이 2021년 9월 17일 공개되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지구적 반응’은 두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비롯한 국내 전문가들은 이렇게 오징어 게임이 뜰 줄 알았을까?



@ H 경제지 9월 18일에 이렇게 쓰였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미지수다. 공개 다음날인 18일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톱 10에 들지 못했다. 공개 직후 대부분 톱 10에 진입하던 지금까지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다른 모습이다.

폭력성, 잔인함 뿐 아니라 선정성까지 높아 혼자 연휴를 즐기는 성인 ‘집콕족’만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현재 넷플릭스는 연말까지 이용자 수 유지를 위한 ‘한방’ 작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D.P’도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소(小) 박’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S 스포츠 9월 18일은 기사는 더 노골적이다.  


편파적인 한줄평 : 지루하다고요.

참 사설이 길다. 구구절절 넋두리만 늘어놓는 통에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게임 자체도 지루하다. 목숨을 건 게임인데 형벌을 받아도 전혀 충격적 이질 않다. 동영상 스트리밍(OTT)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불참을 선언하는 이유다.

제작진이 자부한 비주얼도 크게 창의적이진 않다. 형형색색의 거대 게임세트는 물론 참가자들을 통제하는 가면부대들의 의상 등도 어느 영화에서 봄직한 느낌이 물씬하다. 거대 제작비와 아이디어가 어디로 휘발됐는지 의문이다.



@ 9월 19일 N  미디어 기사이다 

그동안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해 왔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타이틀만 붙어도 시청자들에겐 '믿고 보는 작품'이 된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으로 그 신뢰마저도 깨질 판이다. 넷플릭스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현저하게 낮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포장지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는 없는, '오징어 게임’이다. 


이것보다 더 심한 혹평 기사를 보고 싶다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9월 18일부터 9월 22일 기사를 검색하면 된다. 대부분의 영화 전문 기자는 오징어 게임을 [전형적인 한국 영화의 신파]라고 하면서 혹평을 뛰어넘어 [악평]을 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을 본 세상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해외 뉴스 반응은 기자들이 우려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말하고 있다. 해외 방송국에서 말하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유를 찾아보자. 우리나라 사람이 전혀 알지 못한 것을 말하고 있다. 놀랍게도 황동혁 감독조차 생각하지 않은 것을 읽어내고 있다.  




20년 전에는 어떤 오징어 게임이 있었을까?


 아이팟이 2001년 10월 23일에 발표했을 때 [맥이 아니다]라는 콘셉트로 나왔을 때 대부분의 마케터가 비웃었다. 애플의 아이팟이 처음 출시되는 시점에 MacSlash의 기사문의 카피는 이러했다.


“정말 터무니없는 가격, 399달러짜리 아이팟을 11월 10일에 살 사람은 고작 두 명일 뿐” 


이런 말을 들었던 아이팟이 애플 워치까지 왔다. 우리나라 경우에 아이폰 3G가 2009년에 론칭할 때, 많은 조사기관에서 한국의 스마트 폰 사용자는 1년 동안 7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4개월 후에 스마트 폰 사용자는 1000만 명이 넘었고, 2021년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 폰을 사용한다. 애플만 이런 것이 아니다. IMF 기간 중이었던 1999년 12월에 우리나라에 론칭한 스타벅스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전국에 10개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2021년 지금은 1,500개가 넘는다.


일반인에게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자연 상식이다. 하지만, 과학자 뉴턴은 애플이 땅에 떨어지는 현상을 통해서 태양과 지구 그리고 우주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처럼 상식 뒤에는 항상 놀라운 법칙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 애플이 시장의 판을 바꾸는 법칙은 과연 무엇일까? 브랜드 애플만의 법칙일까? 아니면 모든 브랜드 숨겨져 있는 시장의 법칙일까? 분명한 것은 브랜드는 소수의 취향에서 시작해서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힘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 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심리 작용이 있는 것처럼, 모든 브랜드 뒷면에 흐르는 인간의 심리를 살펴보자.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른 전문가의 인용을 들어서 대답하도록 하겠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처럼 브랜드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해보자. 




브랜드에 존재하는 애플 법칙 

 컬트 브랜드 연구가이며 [왜 그들은 할리와 애플에 열광하는가]의 저자 더글라스 애트킨의 증언부터 들어보자. “브랜드는 소비자를 ‘더욱 나답게’ 만드는 코드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인즉 사용자의 가치인 아이덴티티를 브랜드를 아이덴티티를 통해서 얻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공식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인간에게 브랜드가 어떤 대상이기에 이런 소비를 원하는 것일까?


브랜드가 더욱 나답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열광의 코드 7》저자인 패트릭 한론은 이렇게 설명했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믿음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 좀 더 풀어서 말한다면 사용자는 브랜드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가치, 믿음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미국 유타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교수·소비자 행동 연구가인 러셀 벨크는 자신의 연구결과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마치 살아 있는 대상인 것처럼 인간적인 특성, 즉 성격을 부여한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아 획득을 경험하고 소유물을 자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수잔 포니어도 “사람은 물리적인 대상을 의인화하여 관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프래그머티즘 철학의 확립자인 미국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도 ‘소유는 선택과 선호, 취향이라는 메커니즘에 의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말해 준다. 소유물과 소유자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헷갈리겠지만 모두 같은 말이다. 사람은 브랜드를 ‘동일시’한다는 뜻이다. 사과가 가을에 떨어지는 것처럼, 브랜드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브랜드에 적용해 [애플 법칙]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저자이며 실제로 브랜드 중독되어 있다가 지금은 브랜드 없이 살아가는 닐 부어맨의 생생한 간증을 들어보자. “브랜드는 자아의 상징이다. 소유물은 곧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느끼며 어떠한 모습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투영한다. 고객들은 자아에 대한 긍지를 확인하기 위해 브랜드와의 관계에 길들여지고 있다.”


 이런 브랜드를 초기에 마케팅 리서치 조사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을까? 저관여 상품이라면 마케팅 리서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패션은 고관여 상품이며 지금까지 심리학자가 말한 ‘아이덴티티 상품’이다.

 어찌 되었든 브랜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아직도 5천 년 전에 자기 소의 엉덩이에 불도장을 찍는 식의 청동기 시대의 브랜드 관점을 버리라고 종용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브랜드 발전소]의 저자이며 스타벅스와 나이키의 브랜드 책임자였던 스콧 베드버리는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란 손에 쥐거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물체가 아니다. 이런 특징은 상품에나 해당한다. 브랜드는 수년간 마음속에 쌓인 살아있는 개념이다. 어떤 것은 논리적이지만, 어떤 부분은 비이성적일 때도 있다. 가장 오래 지속하는 브랜드 이미지 중 어떤 것은 완전히 감정적인 것도 있다. 훌륭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년, 또는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


바로 숫자로 볼 수 있는 리서치 결과로 파악하는 매출 조급증으로 인해 브랜드는 죽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탁월한 브랜드가 되는지도 모르는 것을 학습해야 할까?


패트릭 한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브랜드 자체가 아이콘이 되기 위해서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메시지는 브랜드와 고객의 상호작용시 의식에 따라 전달되며, 최고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와의 의식이 일상 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메시지,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사용자 가치]가 메시지임을 알아야 한다.

 브랜드는 생산자가 사용자를 위해서 만들어낸 메시지다. 이 메시지에 대해서 시적으로 정의한 사람은 아마도《4D 브랜딩》의 저자인 토마스 가드의 정의라고 생각된다. 그는 “브랜드는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며 정신적인 흔적을 남긴다.” 말했다.


질문자가 원하는 대답은 이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브랜드에 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인용해서 지극히 원론적인 브랜드를 이야기했다. 브랜드 본질을 이야기했다. 동문서답이다. 아마도 내가 쓴 것은 이런 질문의 대답일 것이다.  

“브랜드 론칭 준비 중입니다. 진짜 브랜드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가치를 브랜드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질문자가 물었던 [이것을 할 것인가? 저것을 할 것인가?]  둘 중의 하나를 답변하는 것은 무당들이 대답한다. 브랜드 론칭에는 둘 중에 하나가 수 백개의 선택이 있다. 하지만 법칙은 하나다.  나는 브랜드가 브랜드 되는 그 법칙을 말했다. 


 단지 성공하기 위해서 브랜드를 론칭한다고 하면 항상 선택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결국 론칭 이후에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 먼저 브랜드가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직원들과 해보자. 브랜드를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서로 글로 적고 읽어보자. 만약에 서로 다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브랜드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이미 실패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각본을 10년 동안 들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 각본을 배우와 투자자에게 보여주었을 때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만약에 황동혁 감독이 모두가 부담스러운 [오징어 게임]을 배우를 비롯해 제작사와 투자자 의견에 따라서 편집했다면 지금의 오징어 게임이 나왔을까?


BBC 방송국에서는 이렇게 오징어 게임을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은 페어플레이 가능한 세상 보여줬다. 쇼의 게임들은 아무리 치명적이라고 하더라도 정정당당한 대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안적인 세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오징어 게임이 아니라 우리와 다른 세계의 관점을 보고 싶다면 9월 18일 전후에 쓴 국내 기사와 해외 기사를 보면서 서로 다른 관점을 확인하자. 그 차이는 마치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브랜드와 상표와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핵심은 게임의 룰을 먼저 아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참가자로 나와서 바로 탈락(총살)하는 사람의 특징은 ‘게임의 룰’을 알지 못했다. 게임 설계자이며 참가자인 오일남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브랜드를 론칭한다면 브랜드 룰을 파악해보자. 단순히 브랜드를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동원리와 본질과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아직도 트렌드를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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