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 Feb 08. 2022

척 보면 아는 것, 책 보면 아는 것

브랜드 실행능력(0) teaser

데자뷰(De ja vu )  뷰자데(Vu ja de)




골프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는 “하늘에는 직선이 없다”라고 말했다. 

골프를 좀 치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안다. 


3쿠션 당구를 500점 정도 치는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길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50점을 치는 나의 눈에는 길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없는 길은 만들면서 친다고 한다. 


“길이 없잖아.”
 “길이 안 보여? 그럼 여기 찍어!”
 “300 이하는 맛세이(찍어 치기) 금지인데.” 

“조용히 하고 여기만 찍어! 약간만 힘주고 툭 누른다고 생각하면서 찍어!” 


나는 친구가 알려 준 지점을 찍었고, 공은 그림처럼 돌아서 3쿠션으로 공을 맞추었다. 

어떻게 길이 보였을까? 500점을 치는 내 친구는 길을 모르는 나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일단 50점짜리 당구 실력으로 조절할 수 있는 힘 조절(툭 누른다고 생각하면서 찍는 것)부터, 아무리 못 쳐도 맞출 수밖에 없는 각도 계산(여기 찍어), 내가 치고 난 뒤에 모아지는 당구공의 위치 등을 알아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떻게 나의 힘 조절까지 고려한 적당한 단어를 선택하여 나의 근육에게 긴장감의 정보를 줄 수 있었을까?


친구에는 그 비밀을 물어보면 “그냥 안다”라고 말한다. 어떻게 그냥 알까? 

나는 당구 길을 못 찾아서 당구는 포기했다. 


그 후 바둑을 배워보기 위해서 바둑 고수 친구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바둑 1단이 될 수 있지?”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에 있는 바둑책을 다 외워!”
 “그럼 1단이 되니?”
 “아니, 그리고 다 잊어!” 면벽 수행을 통한 깊은 깨달음이 있는 것 같은 친구의 조언은 놀림처럼 들렸다. 친구의 설명은 이렇다. 


일단 바둑책에 나와 있는 길들은 검증된 길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기본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완전히 외워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방도 같은 길을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실전에 들어가면 모든 길을 잊어버리고 상대방이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서 자신이 알고 있는 승리의 길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돌을 만지는 자세, 나의 돌을 보는 눈빛, 상대방이 즐겨 사용하면서 이겨 온 방법, 자신처럼 두는 사람에 대한 상대방의 방어 패턴 연구 등.... 


이것도 당구만큼 길이 보이 않아서 결국 바둑도 포기했다. 


골프도 무려 24번이나 필드에 나갔다. 

첫 번째 나갔을 때의 비참함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 하다.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 mental정신력 게임이야!”
“그래? 나랑 싸우고 싶지 않은데!”
 “골프채와 하나가 된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스윙을 해봐, 고개 들지 말고!”

 “이렇게?”
 날아오는 야구 공도 치는데 땅에 떨어진 알밤만 한 공을 치지 못한 나는 정신적 충격으로(수십 번 노력했지만) 결국 지금은 골프를 멀리하고 있다. 나와 함께 필드에 처음 나간 사람은 프로급 아마추어였다. 그가 요구했던 것은 단 하나다. 골프채를 휘두르지 말고 한 몸이 되어 원을 그리면서 공을 치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수준은 유령 사지 혹은 환상 사지 phantom limb의 일종으로서 골프채를 확장된 골격으로 인식하라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볼이 날아가는 것을 그려보면서 스윙을 해 야 하며, 일주일에 최소 1,000번의 연습 공을 치라고 당부했다. 


 골프는 당구와 바둑보다 더 어려웠다. 


데자뷔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기시감(旣視感)으로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것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고, 부자데는 신시감(新視感)으로 같은 일이지만 항상 새롭게 느끼는 것이다.  



3명의 고수에게 게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지만 그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는지는 알게 되었다. 필자의 정의대로라면 ‘훈련을 통한 직관으로 게임을 주도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들은 오히려 ‘사랑하기에 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면 눈이 멀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더 잘 보인다. 강점은 더욱 크게, 약점은 더욱 사랑스럽게 보인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부자데라는 개념이 있다. 


뷰자데에 대해서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서튼 교수가 제프 밀러 요트 선수에게 이렇게 들었다고 한다. 


"훌륭한 요트선수는 늘 해오던 것도 완전히 새롭게 보는 뷰자데형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데, 이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 어떤 경기에서건 조그만 교훈이라도 배울 수 있고 따라서 요트에 대한 열정도 지속된다."

 

직관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결국 자신의 분야를 ‘사랑하는 것’이다. 방법은 부자데다. 이렇게 될 때 절정에서 또 하나의 능력이 생기는데 그것이 데자뷔다. 바로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직감, 직관, 통찰력, 감정이입, 역할 연기, 영적 체험 등 압축된 능력으로서 ‘실제로 체험한 일이 없는 현재의 상황을 전에 체험한 것처럼 똑똑히 느끼는 현상’이다. 


브랜더(브랜드 매니저/브랜드 관리자)가 데자뷔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 가상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소비자를 파악하고 나, 외국시장조사에서 발견한 어떤 브랜드를 보고 한국시장의 현재 상황을 과거에서 미래로 돌려 볼 수도 있다(참고로 이런 데자뷔가 좀 심한 사람들은 측두엽 전간증, 신경증 그리고 정신분열증 환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음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부자데는 산을 올라가는 산악인의 태도 attitude다. 

데자뷔는 산에 올라가서 고지 ltitude에서만 볼 수 있는 전경이다. 


브랜드를 배우기 위한 데자뷔와 부자데 ... 시작





매거진의 이전글 트렌드인가? 콘셉트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