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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Nov 17. 2021

휴먼브랜드(0)

“바보도 거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는...."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갑자기, 드디어, 이제야) 휴먼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연락이 온다. 어떻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았을까? 누구에게 소개받았다는 인사도 없이 불쑥 문자로 미팅 요청을 한다. 아마도 인사와 소개 없이 들이대는 문자를 서슴없이 보내는 것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습성인 것 같다.


대부분 사람이 정치인들이 이렇게 연락하면 거절하지 못했기에 정치인들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도 문자를 먼저 보내는 것은 어느 정도 양해를 구하는 사람이다. 무작정 전화해서 정치인 설문 조사하듯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날짜를 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화 혹은 미팅 요청 문자가 오면 회사 직원을 시켜 다시 전화해서 상담시간과 비용을 이야기해준다. 상담도 비용이 든다고 말하면 90%는 연락하지 않는다. 가격을 깎으려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정치인 당사자이기보다는 비서들이다. 선거 한 달 앞에 두고 연락하는 사람과는 몇 번 시간 조정하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긴다. 전화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험하지 않았지만, 선거 3개월 전에는 정치 캠프에서도 기괴한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번 상담 문자를 받고 바로 시간을 잡은 것은 자신이 독자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저는 휴먼브랜드와 휴먼 브랜더를 읽고 편집장님에게 문자를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의원 비서라고 밝히 분은 책에 있는 내용을 몇 구절 인용하면서 이 부분을 자신이 모시는 의원님에게 적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책을 읽고 보낸 사람이라면 나도 호기심이 생긴다. 그렇게 우리는 문자를 몇 번 주고받고 2일이 지나서 우리 사무실로 방문을 했다. 


약속 시각보다 9분 늦게 도착했다. 비서는 나에게 전화를 해서 의원님이 곧 올라가실 것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중 나오라는 뜻인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복도에서 의원으로 보이는 중년과 3명의 측근을 만났다.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회의실에 앉았다. 서로 명함을 교환을 했다. 한 명은 나와 문자와 전화 통화를 했던 비서였다. 또 한 명은 변호사였고, 그리고 정치인을 따라 들어온 사람은 전략 실장이었다. 정치인 당사자를 포함해서 이렇게 많이 끌고 오는 경우는 드문 경우다. 대부분 정치인과 기획실장이 왔다.


 명함을 받을 때 보이지 않는 조직도를 읽을 수 있다. 명함을 첫 번째 주는 서열 1위다. 그리고 순서대로 명함을 준다. 두 번째 명함을 주는 사람이 대부분 [전략실장]인데 비서가 먼저 주었다. 그녀는 명함을 주면서 “정기구독자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정치인에게 인사했던 것보다 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녀는 나에게 월급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세 번째 주는 사람은 변호사였다. 마지막으로 전략실장이 명함을 주었다. 명함의 디자인은 모두 달랐다. 정치인의 명함은 선거 명함이었고 나머지 개인 명함이었다. 딱 보아도 방금 만들어진 정치 캠프 멤버이다.


이렇게 정치인들의 브랜딩은 메뚜기 한철이다. 내가 컨설팅을 의뢰받은 정치인들의 옵션은 주로 슬로건, 문구 혹은 공약 다듬는 일을 의뢰했다.

 정치인을 포함해서 3명이 어떻게 조직이 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명함을 받는 순서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이 조직에는 실세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녹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해야 한다.


이제부터 정치 미팅이 시작되었다. 변호사가 먼저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전략실장이 이야기할까? 야구에서 투수가 초구를 치겠다고 마음먹은 타자처럼 나는 타석에 들어섰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전략 실장을 보았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비서가 갑자기 자기 가방에서 [휴먼브랜드] 책을 보여주었다. 총 4권 중에  두 번째 책이다.  포스트잇으로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략실장은 말을 하지 않고 비서가 나에게 보여주는 잡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깐 전략실장은 미팅 대본이 없던 것이다.

“의원님은 충성도가 있는데 아직 인지도가 없어서요.” 비서는 질문하지 않고 상황을 이야기했다. 해결책을 바로 요구하고 있었다. 내가 타자인 줄 알았는데 투수가 되었다. 내가 볼을 던질 차례가 되었다.


“의원님도 이 책을 다 읽으셨어요.” 나는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비서가 말을 이었다.

의원이 비서의 말을 받아서 나에게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휴먼 브랜드가 될 수 있나요? 내가 한 일이 정말 많은데 알려지지 않아서…”
 “책도 많이 쓰셨죠.” 변호사가 거들었다.

“의원님의 공약을 중심으로 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이 시점에?) 갑자기 생뚱맞은 의견을 전략 실장이 했다.

뭔가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휴먼 브랜드…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리죠?” 다시 의원이 말했다.

“그게 시간문제라기보다는 …”


그때 전화가 왔다.

비서는 전화번호를 한번 보고 ‘잠시만요’라고 양해를 구하고 바로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를 받다니 … 누구일까? 당대표일까?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응…응… 아니…응”

뭐지? 정치판이 난장판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 친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친구 전화를 이 상황에서 받다니 …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잠시 뒤에 일어났다. 비서가 자신이 통화했던 전화를 의원에게 전달했다.


변호사와 전략실장은 전혀 반응이 없이 자기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엄마” 비서는 의원에게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건넸다

의원은 비서에게, 아니 딸에게 받은 전화를 들고일어났다. 아 이 집안의 정말 높으신 분이 엄마였구나. 그러고 보니 비서와 정치인의 코 주위가 닮은 듯하다. 의원은 전화기를 들고 뒤로 가면서 계속

‘응.. 응.. 응…응 … 그렇게 하겠다고 해 …. 응 … 알았어…. 비꿔줘? … 알았어… 끊어’

명함을 보니 김 씨가 3명이다. 김 변호사도 씨족인가?

비서는 계속 아빠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뭔가 거북한 거래가 있는 것 같다.

의원은 돌아와서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전화 통화 분위기가 이곳에 꽉 잡고 있는 듯했다.


비서는 나를 웃으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빨리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뭐라고 하셨죠?” 의원이 나에게 물었다.

“아 …네 휴먼 브랜드는 빨리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시간의 문제라고 말해야 했다. 좀 더 근사하게 ‘숙성을 통해 완성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말을 이어가려고 할 때 변호사가 말했다.


“의원님이 책도 많이 쓰셨고, 업적도 엄청나게 많은데요. 퍼스널 브랜딩의 요건으로서 충분할 것 같은데요” 김 변호사는 질문은 나에게 했지만, 눈은 정치인 딸을 보고 있었다.

퍼스널 브랜딩 … 변호사는 법정 용어처럼 말했다. 의원은 책과 업적이 많다. 퍼스널 브랜딩은 책과 업적을 통해서 브랜딩 할 수 있다. 고로 의원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삼단논법이다.

“아…네…. 저에게 온 것은 퍼스널 브랜딩이 아니라 휴먼 브랜드로 오셨죠?. 휴먼 브랜드와 퍼스널 브랜딩은 좀 다릅니다.”

“휴먼 브랜드는 …. 그니깐 사람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비서도 책을 보았다고 했지만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헷갈린 것 같다.


“퍼스널 브랜딩은 살아있는 사람의 가치를 올리는 것에 목표를 맞추고, 휴먼 브랜드는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서 먼저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순간 분위기는 또 한 번  싸했다. 아마도 비서가 아빠와 두 명에게 했던 말을 다르다는 당혹감을 가진 것 같다.


“ 이 책에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 휴먼브랜드와 퍼스널 브랜딩이 다른 것인가요?” 비서가 물었다.

“그 책은 4권 중에 2번째 책입니다. 물론 퍼스널 브랜딩은 휴먼 브랜드 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만들어지잖아요. 생산자가 제품을 만들었다고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들은 항상 녹음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건방지게 생각하더라도 정확히 말했다.



“그럼 어떻게 휴먼 브랜드가 될 수 있나요?” 비서가 물었다.

나는 의원을 보았고 의원도 내 눈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말씀하신 것을 지키시면 됩니다.”

4명 중에 제일 먼저 내 눈에 걸린 사람은 전략 실장의 실소(썩소에 가까운) 짧게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비웃음이었다. 변호사는 얼굴이 심각했고, 딸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떡였다. 정작 정치인은 입은 움직였지만 웃는 것인지 말하려는 것인지 몰랐다.


“퍼스널 브랜딩과 휴먼 브랜드의 과정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네 ….” 나는 비서가 보지 않았던 3권의 책과 A4용지를 가지고 왔다. 우리는 그렇게 1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의원이 계속 핸드폰만 보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급하게 이야기를 끝냈다.

“그런데 브랜드가 뭐죠?” 전략 실장이 끝날 무렵에 질문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심오한 것 같아서요. 신기하네요.” 전략실장은 정말 궁금한 얼굴이었다. 아마 그는 휴먼 브랜드 이야기를 이곳에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브랜드 정의가 한 300개가 있는데 저는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브랜드를 가장 짧게 정의한다면 “신뢰”입니다.”


나는 ‘자기다움과 남과 다름과 신뢰는 무슨 상관이죠?”라는 질문을 기대했다. 그러면 브랜드의 스타일과 아이덴티티를 이야기하면서 브랜드에 관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장황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잠시 3초가 흘러갔고, 의원이 먼저 일어서면서 말했다.

“오늘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갑자기 짐을 싸는 분위기였다. 뭔가 잘못 말했나? 아니면 신뢰라는 말이 뇌관이었을까? 의원이 일어설 준비를 하자 갑자기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후다닥 정리했다. 비서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그럼 제가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비서가 말했다.

예상대로 그 이후로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분은 선거에서 떨어졌다.






광고계의 구루인 데이비드 오길비는 브랜드 구축에 대해서 이렇게 조언한다. “바보도 거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재능과 신뢰, 인내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오길비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명품을 대입해보자.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재능(품질)은 이제 기본이다. 문제는 신뢰와 인내이다. 재능, 신뢰 그리고 인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재능이라고 불리는 것은 올바르게 계속된 지독한 노동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술가 미켈란젤로도 “천재란 영원한 인내심이다”라고 말했다. 요한 볼프강 괴테는 이미 오래전에 브랜딩 주제에 관한 통찰력이 있는 말을 했다. “재능은 고요함 속에서만 들어지고, 개성은 언제나 사람들이 우습게 여기는 것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종합해서 한 줄로 말한다면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인내를 가지고 실력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이다.  휴먼브랜드를 이미지 포지셔닝 혹은 콘셉트의 수사학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마케팅 용어로 ‘프로모션(판촉)’에 가깝다. 


그렇다면 휴먼브랜드는 무엇이며 목적과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가지고 연재 및 동영상을 소개하려고 한다. 



휴먼브랜드 소개 동영상

https://youtu.be/Pu3Jpso0W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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