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동동...

눈에 걸리는 풍경

by 권민




자전거 주행로가 시작되는 길 옆으로 그네 의자가 있다.

저수지를 크게 멀리 볼 수 있는 뷰~~~를 볼 수 있는 의자다.

아마 저수지 주변에 있는 어림잡아 200여 개의 의자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의자일 것이다.


그네 의자는 주로 어르신들이 두 명이 앉아 있거나,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와 같이 산책 나온 부모가 그네처럼 태워주는 의자다. 항상 누군가는 앉아서 저수지를 바라보는 그런 의자다.

내가 이 의자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의자를 앉기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를 지나쳐야 한다.

만약에 이 의자가 비어 있으면 산책로를 걷던 사람은 고라니처럼 튀어나와서 그네 의자로 달려간다.

아파트 놀이터에 그네가 비어있으면 아이들이 달려가는 것처럼, 어르신들과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이 그네에 사람이 없으면 일단 뛰어든다.

그래서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속도를 줄이고 그네와 옆 산책로를 살피면서 의자를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날도 이 그네 의자가 있는 곳을 지나가면서 습관적으로 왼쪽을 살피면서 자전걸 길로 진입하고 있었다.


나는 아주 희한한... 장면을 보았다.

그렇게 신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 보았던 이미지와 감정이 며칠 동안 마음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볼 때,

나에게는 큰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기까지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내가 본 것은 누가 보아도 70대, 아니 80대처럼 보이는 백발 남자 어르신이 혼자서 그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백발노인이 그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의 발 동작 때문에 신기했다.

내가 지금까지 본 그네 의자에 앉은 노인은 '대부분' 그냥 앉아 있었다. 간혹 다리에 살짝 힘을 주어서 앞뒤로 움직여서 그네 리듬을 만드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 보았던 백발노인은 발은 그런 앞뒤 그네 리듬이 아니었다.

그것은 풀장을 처음 방문한 아이가 발로 물장난을 치듯이 서로 엇갈려가면서 그네 리듬을 만들었다.

오른발이 올라가면 왼발이 뒤로 빠지고, 왼발을 올리면 다시 오른발이 뒤로 빠졌다.

아이들도 저렇게 빨리 발로 그네 의자를 흔들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그네는 앞 뒤로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백발노인은 재미있게 그네 의자, 아니 그네를 타고 있었다.

다시 동심으로 돌아간 것일까?


자전가를 타고 지나가면서 백발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그렇게 발 동동 장난을 치는 백발노인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낯선 장면이었기에 강렬한 것일까?


나는 자전거를 멈추고 다시 보고 싶었지만 잠시 고민을 했다.

자전거 도로는 왕복 3킬로미터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면 5분 넘게 걸릴 것이다. 나는 너무나도 희한한 감정과 인상을 받아서 돌아오는 길에 동영상을 찍으려고 했다. 처음 느낀 이 장면에 대해서 기록을 하고 싶었다. 사실, 30미터를 지나가면서 자전거를 돌려 백발노인을 찍으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속력으로 주행하면 5분 만에 돌아올 수 있는 길이기에 나는 다시 돌아와서 재미있게 그네 의자를 즐기는 어르신을 동영상으로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전거 도로 종착점을 도착해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최대 속도를 내었다. 혹시라도 그 어르신이 떠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주행 29킬로에서 30킬로미터 속도로 그네 의자 쪽으로 갔다. 5미터 정도를 앞두고 불길한 마음이 지나갔는데, 그 느낌대로 노인은 없었다. 다른 노인 두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왜 나는 그분의 행동에 이상한 반응을 보인 것일까? 무엇 때문에 그런 강렬한 인상을 받았을까?

백발노인이 어린아이처럼 그네를 타는 것이 나에게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일까?

그네를 타는 사람은 오른발과 왼발을 걷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움직이면 그네는 앞뒤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네 의자를 제대로 타려면 두 발이 앞 뒤로 반동을 주면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노인은 그네를 처음 타는 아이처럼 리듬을 만들어내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것은 백발노인이 다리 운동 노하우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마치 나무를 등으로 치면서 혈관과 신경 자극을 하는 그런 어르신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습은... 그 모습을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신의 인생 태엽을 뒤로 감는 것처럼 보였다. 내 눈에는 나무 가지 끝에 올라간 무당벌레처럼 보였다. 무당 벌레는 더 이상 오를 수 없으면 딱딱한 등 껍데기 밑에 있는 날개를 피고 날아간다. 내 눈에는 그분은 그렇게 무엇인가를 보고 기뻐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렇게 발 동작을 하면서 아주 오래전 아이 때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자전거 왕복 30킬로미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백발노인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 그렇게 재미있게 탔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에 내래서 한 번도 앉아 보지 않았던 그네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노인처럼 그네를 타보았다.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다.



발을 굴릴 때는 몰랐다.

하지만 노인처럼 하늘을 보니깐 알게 되었다.

왜 백발 노인을 그렇게 웃으면서 그네 의자에서 놀고 있었는지를 ... 느꼈다.


백발노인이 되어 그네의자를 타면서 하늘을 볼 때 어떤 마음이 들까?

노인은 다리를 구르면서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킹스 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 -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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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야기가 나오는 장소가 이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