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2021년

시간

by 권민




오늘, 너무 더워서 고개를 숙이고 빌딩 그늘을 따라 걸었다.

어둑한 지하실과 돌 밑에 사는 쥐며느리가 햇빛을 보면 놀라 도망가는 것처럼

내 몸도 6월에 느끼는 8월 여름 때문에 놀라 움츠렸다.


끼익 ..또각 또각 …끼익 또각 또각

쇠 끝이 땅에 끌리는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박자도 있었다. 순간 자전거라고 생각해서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면서 꽃게 같은 그림자를 보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 손으로는 서로의 손을 잡고

또 한 손으로는 금빛 색으로 칠한 알루미늄 지팡이를 짚고 걸어왔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뭔가 열심히 말하고 있지만

할아버지는 앞만 보고 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5초 동안 같은 거리에서 스쳐 지나갔다.


순간이었지만

노부부가 의지하고 있는 지팡이가 변해서 그들의 아들과 딸의 모습이 보였다

아들과 딸은 변해서 손자와 손녀의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환영 같은 모습이 지나갔고 그들의 손에는 다시 지팡이로 잡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을 담았다.


페이스북에 올리면 매년 6월 8일이 되면 이 사진을 또 보게 될 것이다.

2022년 6월 8일에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시간은 우리 등을 구부정하게 만든다. 쥐며느리처럼... 요즘 내 허리도 더 구부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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