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창업 입문자를 위한 선행 학습
1%의 소수가 누리는 브랜드 비즈니스의 기회를
소외된 99%의 기업도 함께 누릴 수 있을까?
[프로그램 설명]
아래 글은 소설이 아니라 브랜드 창업 수강생의 웍샵용으로 구성된 유니타스브랜드 자기다움 교재입니다.
자기다움에서 브랜드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이 글의 목적은 브랜드 론칭의 이해를 돕기 위한 마케팅 웍샵 프로그램일 뿐입니다.
브랜드 론칭하는 [비스그램] 프로그램에서는 브랜드 및 휴먼브랜드를 론칭을 할 때 [자기다움]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브랜드 소설 기법을 활용합니다.
브랜드 론칭 수강생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자기다움의 가치를
어떻게 브랜드 가치와 연결하는지를 살펴보십시오.
가치와 가치의 틈
돈과 가치의 틈
시장과 자연의 틈
세상과 세상사의 틈
세상과 자신과의 틈
당신이 그런 틈을 보았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틈은 깨어짐일까요? 아니면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일까요?
100년 전에는 지금 보다 아주 많은 가치가 있었습니다.
혁신과 경쟁의 시대에 지금은 어떤 정신들이 남아 있을까요?
기업가 정신으로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요?
우리가 추구하는 정신은 시장을 바꾸는 것일까요? 아니면 지구를 바꾸는 것일까요?
당신이 성공하면 세상은 더 행복해질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일까요? 아니면 정신일까요? 인간성과 인간성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장애인과 정상인, 부자와 가난한 자, 출세한 자와 실패한 자 사이에는 틈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뛰어넘을 수 없는 계곡이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이런 차이를 메우는 일입니다.
좋은 브랜드가 좋은 생태계를 만든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비자라고 불리는 이웃의 욕구와 욕망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웃이 잃어버리고 빼앗긴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Visgram은 질문하고 답하는 브랜드입니다.
권정헌은 시온이 건네 준 글을 읽고 있었다. 시온은 종이를 건네면서 어떤 회사일지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비스그램을 표현하는 춤을 추고 있었다. 30분 정도 춤을 춘 시온은 권정헌에게 다가갔다.
“비스그램? 여기가 어디야?” 권정헌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시온에게 물었다.
“어디일 것 같아요?” 시온은 거친 숨을 크게 몰아 쉬고 말했다.
“글쎄, 무슨 운동본부 같은데, 국제기구니?” 권정헌은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시온에게 주었다.
“아니요.”
“모금 운동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너무 노골적이고 공격적이잖아. 너무 진보적이야.”
“정헌이 형이 알고 있는 진보의 뜻은 뭔데요?” 시온은 권정헌이 준 종이를 읽어 보았다.
“비스그램… 전체적으로 주장이 좀 대범하네. 톤이 너무 무서워.”
“이게 왜 무서워요?”
“무섭다기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위대한 정신에는 광기가 있다’라고 말했고 아인슈타인도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불합리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는데, 왠지 여기에 이 두 가지가 다 있는 것 같아.” 권정헌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시온에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할 것처럼 느껴지는데? 어디야? 사실대로 말해봐. 가입했어?”
“단체라기보다는 제가 취직하고 싶은 브랜드예요.”
“뭐? 취직? 엄마 가게는? 그러면 세린이랑 일 못하는 거야?”
“아, 형! 여기서 갑자기 최세린이 왜 나와요. 비스그램은 유진이, 상철이랑 같이 만들 새로운 브랜드예요.”
“그래? 정말이야? 이게? 한마음 포도원을 지킬 바로 그 브랜드야?” 권정헌이 놀라서 시온이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빼앗아 다시 보았다.
“무슨 브랜드야? 아이템이 뭐야? 설마 고아원 원아들이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는 아니지? 뭐야, 이 브랜드?” 권정헌은 자신이 생각한 브랜드의 이미지가 아니어서 당황한 듯했다.
“정헌이 형, 이 브랜드 같이 하실래요?” 시온은 대답하지 않고 질문했다.
“다시 브랜드 사업을 하자고?”
“회전하지 않는 별을 발견했어요.”
“뭐? 회전하지 않는 별?”
“북극성을 찾았다고요!” 시온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같이 여행을 하시겠어요?” 시온은 자신의 포이에마를 쓴 종이를 종이배로 접어 권정헌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초대장이요. 정헌이 형의 실전 경험이 비스그램을 살릴 수 있어요.”
“이번 주에는 매출이 15%나 신장했어요. 아버지께서 매우 좋아하세요. 정말 매장에서 간사님이 지적했던 옷을 추려 내니깐 매출이 오르네요.” 세린과 한승희는 같은 차를 타고 대구에 있는 바젤 하우스 브랜드의 매장 순회를 하고 있었다. “많이 보여주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것이죠. 눈에 띄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먼저 눈에 가려진 옷들을 매장에서 정리해야 돼요.” 한승희는 세린이 준 바젤 하우스 신상품 카탈로그를 보면서 말했다.
한승희는 바젤 하우스 컨설팅을 맡기로 하고 바젤 하우스로부터 대출형식으로 30억 원을 받았다. 이는 한마음 포도원을 다시 살 수 있는 가격인 50억 원의 반이 넘는 액수다. 컨설팅은 세린에게 자신의 생각을 1:1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승희가 컨설팅을 하면서 단기적으로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무려 4년 만에 단기 흑자가 나는 브랜드도 생겼다. 세린의 아버지 최태선 회장은 이 상황에 흡족해하며 모라비 그룹과의 합병을 철회하고 싶어 했지만, MOU 때문에 적절한 시점을 살피고 있었다.
한승희는 리처드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리처드 교수는 주기적으로 한승희에게 최신 트렌드 자료와 마케팅 자료를 제공했고, 자료를 분석한 한승희는 바로 세린에게 지시 내렸다. 특히 바젤 하우스의 브랜드 중 두 브랜드를 편집 매장으로 리뉴얼했고, 그동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트렌드를 전사 차원에서 주도하면서 고객들의 반응도 급속도로 좋아졌다. 한승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동대문 시장의 상인들과 프로모션 회사에 부탁하여 반응 생산을 무려 5회전씩 올렸다. 한승희는 컨설팅뿐만 아니라 세린의 브랜드 교육도 직접 진행하고 있었다. “교수님! 앗, 죄송합니다. 블록 교육과 포이에마 교육은 언제부터 할까요?”
“세린 실장님, 그냥 한 교수라고 부르세요. 이제 제가 미안하네요. 다음 주부터 시작할게요. 저번에 말한 것처럼 제 방은 다른 방으로 예약해주시고요. 세린 실장은 저에게 배운 대로 진행하면 돼요. 나머지는 리처드 교수가 오시면 다 알아서 해줄 거예요.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가 일하는 건 비밀로 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최세린… 이 녀석 보자 보자 하니까…”
최세준은 동생 세린이 자기 몰래 한승희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다. 게다가 한승희의 아들이 예전부터 눈엣가시던 윤시온이라는 사실이 더욱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최세린 때문에 이미 윤시온의 뒷조사를 했던 터라 한승희의 주변을 파악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최세준은 한승희의 다음 전략을 알아내고 싶었다. 최세준의 구미를 당긴 건 한승희와 같이 일하는 컨설턴트로 추정되는 박유진과 박상철의 어려운 가정사였다. 이 쌍둥이만 잘 구슬리면 최세린의 계획도 무너뜨리고 모라비 그룹과 손쉽게 합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덤으로 윤시온과 한승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기는 셈이었다. 때마침 본인의 팀에서 MD로 일하는 이계원 실장이 박상철과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안 최세준은 손쉽게 박상철과 만날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오늘 박상철과 만나는 자리에서 바젤 하우스로의 스카우트를 제안하면서, 아버지 치료비로 현금 2억 원을 제안할 셈이었다.
“상철아! 여기야!” 상철이 이계원을 보고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바젤 하우스의 전략팀 실장 최세준입니다.” 상철을 알아본 최세준은 일어나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 계원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박상철입니다.”
“상철이의 말을 듣고 블록을 다시 보니까 정말로 비스그램의 미래 가치를 설명하는 것 같아.” 시온은 상철이 만든 블록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말했다.
“역시, 내 애제자 상철이의 센스는 최고야!” 권정헌은 자신이 만든 블록을 상철이의 블록 옆에 놓으면서 상철이가 만든 블록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권정헌이 만든 블록은 정육면체였는데 내부의 블록만 블랙과 화이트고, 주변의 모든 블록은 화려한 컬러였다. 시온이 비스그램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컬러가 블랙과 화이트의 틈새라면, 권정헌은 그 반대로 블랙과 화이트를 틈새 컬러로 넣은 것이다. 권정헌이 생각한 비스그램의 또 다른 모습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브랜드 컬러로 이루어진 브랜드였다. 일종의 비스그램의 라인 확장 모습이었다. 유진이 만든 비스그램의 블록도 정육면체인데 다섯 면은 전부 흑백이고, 한쪽 면만 블랙과 화이트 컬러가 좌우로 나뉘어 있었다. 흡사 사이에 열쇠 구멍이 생긴 모양이었다.
시온은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블록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모습을 만들었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이루어진 피아노 건반에 컬러 건반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규칙적인 음계에 불규칙한 소리를 넣어서 전혀 다른 화음을 만드는 비스그램 피아노라고 설명했다.
오늘은 한승희와 함께하는 브랜드 구축 교육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 수업에 시온이 발표했던 비스그램 브랜드 휠을 생각해본 다음, 각자 생각하는 비스그램을 그 전처럼 블록, 별자리, 포이에마, 신발 등으로 구현해서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비스그램’이라는 단어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모두의 가치가 통합되어 비스그램이 탄생했지만 브랜드 휠을 시온이 완성한 만큼, 한승희는 ‘비스그램’이라는 브랜드를 모든 팀원이 깊이 느끼고 공통적인 체험으로 공유하기를 원했다. 공통적인 체험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에게 믿음, 신념, 동질감을 주고 비전을 공유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블록은 박상철이라고 한다면 비스그램의 포이에마는 박유진이 최고였어. 우리가 무엇을 만들지를 명확히 알려주잖아! 역시 예사롭지 않은 강남 제비 박 씨들!” 권정헌이 신나서 말했다.
“강남 제비 박 씨들이요?” 유진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권정헌을 보았다.
“대박을 물고 온 제비들이라는 뜻이지!” 권정헌이 소리 내 웃었다.
“모두 좋은 것 같아. 비스그램이라는 컨셉이 브랜드 스토리를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해. 오늘은 우선 스토리 세 개를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30개 아니 300개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돼. 그중에 제일 좋은 스토리 구조를 찾아야지.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스토리에는 과거의 이야기도 있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이야기도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자의 이야기지.” 한승희는 검은색 전지를 나누어 주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포이에마를 읽고 별자리를 그리는 거야. 별자리가 될 만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먼저 만들어보렴. 이제 두 시간 정도 상상해보고 작업을 시작하자.” 시온, 유진과 상철은 자유롭게 생각하기 위해 서재 밖으로 나갔다. 방에는 권정헌과 한승희만 남게 되었다.
“시온이는 선생님이 최세린과 바젤 하우스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권정헌이 물었다.
“도와주는 건 알지만 서로 더 많은 질문을 하지 않았어요.”
“잘 되고 있다고 세린이한테 들었습니다.”
“네, 덕분에…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뭘… 그러면 비스그램은 언제 론칭 하나요? 지금 바젤 하우스 때문에 너무 힘드실 텐데… 그런데 선생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브랜드를 만들려면 차라리 브살렐을 바꾸는 게 낫지 않아요? 이미 콘셉트도 갖춰져 있고, 매출도 검증받았는데 굳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면 너무 많은 자원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많은 시간에 걸쳐 의사소통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성공한다는…” 권정헌은 말꼬리를 흐렸다.
“맞아요.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하지만 비스그램은 시온이와 아이들의 또 다른 인생이에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서 비스그램을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살렐에는 아이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없어요. 이미 제 상상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잖아요. 브랜드의 생명은 매출이 아니라 창의성에 있죠. 자본과 인력만으로 창의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비스그램처럼 치명적인 약점이 탁월한 자기다움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럼 이번에는 브살렐처럼 개인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로 할 건가요?”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이런 교육도 하고 있고요. 최대한 속도를 내야 유진이와 상철이 부모님을 도와드릴 수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던 권정헌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별자리를 그리러 나갔다.
두 시간 후, 시온은 열쇠 별자리를, 권정헌은 깨어진 접시 별자리를, 상철은 황금 나팔 별자리 그리고 유진은 나침반 별자리를 그렸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별자리를 천정에 붙이고 모두 누웠다.
“아, 이렇게 별을 붙여놓으니까 진짜 별똥이 떨어질 것 같네. 혹시 별똥별 떨어질 때 소원 빌어서 이루어진 사람 있어?” 권정헌이 물었다.
“별똥별을 본 적이 없어요.” 유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정헌은 벌떡 일어나서 종이로 별을 접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면테이프로 별 하나를 벽에다 붙였다. “왜 벽에 붙여요?” 박유진이 물었다.
“떨어지고 있는 중이잖아. 유진아, 빨리 소원 빌어!” 권정헌의 이런 행동에 모두 웃었지만 상철은 예전과 달리 과묵했다.
“정헌이 형부터 설명해 줘요. 웬 접시죠?” 시온이 물었다.
“나도 너희가 포이에마와 블록을 보면서 여러 영감이 떠올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깨어진 접시야. 난 블랙과 화이트 콘셉트 사이에 있는 컬러를 깨어진 가치라고 생각했어. 유진이와 상철이의 아이디어가 좀 혼합되었지만 나만의 융합! 일단 깨진 부분을 비스그램이라는 접착제로 붙일 수 있다는 생각에 깨어진 접시 별자리를 그렸어.”
“듣고 보니깐 그럴듯하네요!” 유진이 말했다.
“이제 네 차례야!” 정헌은 상철을 툭 치면서 말했다. 권정헌은 상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단지 아버지의 위암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저는 아까 시온이가 만들었던 블록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비스그램의 블랙 앤 화이트가 피아노라고 한다면 컬러는 금관악기예요. 피아노의 음색을 가장 잘 잡아줄 것 같은 황금 나팔 별자리를 그렸어요. 고대 군인들이 전투를 하면서 승전을 기원한 나팔이죠. 시온이의 브랜드 론칭을 기원하는 뜻입니다.”
“야, 멋진데! 역시 박상철! 다음은 박유진!” 권정헌은 이런 교육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저도 비스그램의 블랙 앤 화이트 매장에 있는 컬러를 나침반의 자침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온이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잖아요. 나침반은 항상 진북을 가리키는데 제가 그린 나침반 별자리는 진북 보다 진실을 가리키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판타스틱!! 컬러가 방향이다! 진실을 가리키는 컬러! 멋진 아이디어야!” 권정헌이 말했다. 마지막은 윤시온의 별자리인 열쇠 자리였다.
“가끔… 아주 가끔… 제 눈에 컬러가 보일 때가 있어요.”
“정말이야?” 모두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 시온을 보았다. 시온이는 따라 일어나 손사래를 쳤다.
“그러니까, 제 말은 컬러가 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컬러를 느껴요. 보는 건지,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제 판단에는 잠깐씩 보이는 게 기억의 환상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어떤 꿈은 컬러로 꾼 것 같고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에요. 글쎄요. 컬러가 아니라 제 믿음일지도 몰라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요. 나는 왜 자꾸 컬러를 보려고 할까? 컬러에 대한 나의 미련은 무엇일까? 내가 본 것은 환상일까? 아니면 시신경 손상으로 뇌가 착각한 걸까? 이런 걸 나의 믿음으로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단념하고 흑백 세상만 인정해야 할까? 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별자리라고 부르는 그림은 사실 하늘에서 바로 이어져 보이지 않잖아요. 별과 별을 잇는 선은 마음에 있는 거고요. 제가 보는 컬러는 별자리의 연결선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 그릴 수 있는 그런 거예요.” “좋아. 모두 아주 잘했어. 그럼 이제 북극성을 따라 항해하기 위해 신발을 만들어 볼까? 이번에는 자유롭게 스토리를 만들면서 그리는 거야.” 한승희가 말했다. 권정헌은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메신저 역할을 하던 에르메스가 신은 날개 신발처럼 자신의 신발에 날개를 그렸다.
“이 신발은 내가 에르메스에게 빼앗은 날개 신발이야. 참고로 나는 뱃멀미를 하거든. 그래서 저 비스그램으로 가기 위해 날개 신발을 신고 날아갈 생각이야. 나랑 콘셉트가 맞지 않니?” 권정헌은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저는 열쇠 구멍들로 가득한 신발이에요. 왠지 이 신발에는 수많은 비밀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시온이가 그린 심벌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받아서 만들었어요.” 유진은 열쇠 구멍이 여러 개 있는 신발을 보여 주었다. 시온이는 상철을 보았지만 아직도 신발에 그림을 다듬고 있었다. 시온의 신발은 오른쪽이 블랙, 왼쪽은 화이트였다.
“놀라운데! 신발 안은 빨간색이야. 감추어진 컬러!” 권정헌은 신발을 한승희에게 보여주었다.
“이 신발은 밤과 낮의 신발이에요. 시간이죠. 이 신발을 신고 시간을 걷고 싶었어요. 그리고 컬러가 신발 안쪽에 있는 것은 섬김을 드러내지 않으려고요. 겸손함입니다.” 시온은 쑥스럽고 어색한 듯이 말했다.
“저도 시온이 것이랑 비슷한데 오른쪽 신발은 백조의 머리이고 왼쪽 신발은 흑조 머리예요. 신발의 코 앞에 빨간색은 백조의 부리고요.” 상철이 완성된 신발을 들어 올렸다.
“야! 박상철! 정말 몇 달 안 보는 사이에 거의 예술가가 됐네. 이 신발 내가 접수해도 될까? 왜 나는 백조의 호수 공연을 수백 번 했는데도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권정헌은 상철의 신발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 일은 브랜드를 잘 론칭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었어. 우리는 이 과정에서 정말로 좋은 브랜드를 만든 것 같구나.” 윤시온은 비스그램의 브랜드 맵이 그려진 여섯 개의 전지로 모두에게 배 모자를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모두 한 자리에 앉았다. 윤시온은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그
리고 천천히 그 종이에 적힌 글을 읽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시온은 브살렐 매장을 블랙과 화이트 옷으로만 연출했다. 한승희는 시온이 연출한 매장을 아무 말 없이 10여 분 동안 보고 있었다. 시온의 질문에 한승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서 한승희는 미소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고요함, 적막함.” 한승희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아무 말 없이 10여 분이 흘렀다. “새벽, 그러니깐 여명 같은 브랜드예요.” 시온이 먼저 말했다.
“여명, 가장 어둡지만 곧 환해지는 시간이지.” 시온이 한승희의 옆에 앉아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엄마, 저 가운데 빨간색은 어떤 빨간색인가요?” 윤시온은 블랙과 화이트 옷 사이에 끼어있는 빨간 옷을 가리켰다. 한승희는 그제야 시온이 연출한 콘셉트가 무엇인지 알았다.
“이번 매장의 콘셉트가 정말 여명이었니?” 한승희가 말했다.
“맞아요. 저 벽에서 빛이 나오는 것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저 빨간색이 어떤 빨간색인지 잘 모르지만, 여명에 막 떠오르는 태양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말 그렇게 보여. 비스그램은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브랜드가 될 것 같네. 나도 비스그램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구나.”
“아까 저에게 말하려고 했던 거죠?” 시온이 물었다.
“맞았어. 시온이가 엄마 마음에 들어와서 사는 것 같구나. 어떻게 다 알았지? 예전에는 우리 아들이 참 무뎠는데?” 한승희는 신기하다는 듯이 시온을 바라보았다.
“엄마, 이상하게 흑백으로 세상을 보니까 본질만 보여요.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않고 상황과 의도만 보게 돼요. 색깔이 주는 신호는 보지 못하지만 의도가 주는 느낌은 파악할 수 있어요. 제 눈이 이제껏 없던 감각을 가진 것 같아요.”
“그렇구나. 엄마는 이 매장에서 나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아. 흑과 백… 내 인생은 일곱 살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에서 시작해 잠시 스쳐간 행복과 또 다른 어려운 시간이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듯이 흘러가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저 붉은색이 잠깐 나를 멈추게 하는구나. 왠지 나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것 같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빨강은 붉은 색인 가요?” 시온이 한승희에게 물었다.
“응?” 한승희가 당황했다.
“제 눈은 검은색보다 약간 명도가 밝은 색이에요. 붉은 것, 빨강, 레드… 글쎄요. 색깔이 잊히고 있어요. 사실 너무 겁나요. 결국 나는 무엇을 알게 되고 모르게 될지…” 시온은 엄마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엄마는 왜 이 일을 하세요?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잖아요. 왜 굳이 이런 어려움을 택했어요? 사실 저는 어리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왜 엄마가 고생을 해야 하죠?” 시온은 한승희를 쳐다보았다.
“시온아. 엄마는 일곱 살에 고아가 됐어. 내가 왜 태어나야 했는지 수없이 질문하며 신께 기도했어. 하지만 신은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지. 대신에 내가 왜 태어났는지 알아가는 지혜를 주셨단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알기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 일이고. 지금은 내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어. 많은 사람이 모두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원해. 자기다움이 없어지는 거지. 나는 내가 고아여서… 대부분의 고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지 잘 알고 있어. 내가 할 일은 그들에게 가족이라는 소속감을 만들어 주는 거야. 부모님처럼 그들을 양육하고 돌보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이것이 신에게 받은 나의 소명이란다. 이것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 원동력이야.” 시온은 고개를 들어 한승희를 보았다.
“혹시 제 소명도… 그러니까 제가 완전 색맹이 된 것도 엄마의 소명과 연결된 것 아닐까?” 시온은 아무 생각 없이, 그러니깐 엄마와의 동질감을 갖기 위해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 순간 한승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미안해요.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알고 있어. 시온이의 마음 잘 알아. 사실 나도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하고 있거든…” 시온은 다시 엄마의 어깨에 기대앉았다.
“엄마, 비스그램이 어떻게 시장에서 생존할까요? 의미와 가치만으로 시장의 경쟁에서 생존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마케팅 비용 없이 오직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브랜딩을 해야 하는 신규 브랜드는… 론칭하자마자 경쟁구도에 들어가면 경쟁에 질 수밖에 없어. 시장에서 비스그램은 다른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길을 택해야 돼.”
“대기업이나 다른 사람들이 카피를 하거나 더 좋은 물건으로 판매하면 어떻게 하죠?”
“시온아, 걱정하지 마. 만약에 우리와 비슷한 콘셉트로 만들어진 브랜드가 있고, 시장에서 블랙 앤 화이트 제품을 잘 팔고 있다면 그 사람들은 단지 블랙 앤 화이트 제품을 팔고 사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비스그램에서 보여주는 컬러의 의미도 카피했다면, 그건 사람들에게 가치를 속여서 영혼 없이 그냥 생존하는 브랜드야. 시온아. 우리가 비스그램으로 만날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잖아. 누가 진짜일까? 그런 사람들은 돈이 안 벌리면 문을 닫거나 매장의 콘셉트를 바꾸겠지. 비스그램은 어떻게 해야 하지? 비스그램의 가치는 누구나 쉽게 얻지 못해. 가치를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거야. 네 말처럼 비스그램과 우리는 아주 긴 여행을 하게 될 거야. 여행을 하다 보면 친구도 만나고, 위험도 겪게 돼. 그런데 우리의 여행에는 목적지가 있잖아. 목적지가 있는 여행자는 언젠가는 도착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목적지가 명확하면 많은 사람이 우리의 여행에 동참할 거야. 우리가 만드는 브랜드는 100년을 생각해야 돼. 사람도 100살을 살잖아. 비스그램이 100년을 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가치를 찾고, 구축하고 보존하는 거야. 바로 그것이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하는 브랜딩이지. 우리는 비스그램을 비스그램답게 만들면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