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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Mar 23. 2022

브랜드 갱생更生과 갱년기更年期

브랜드 리뉴얼 (1)

브랜드는 언제 리뉴얼을 해야 하나요? 리뉴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리뉴얼 성공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도대체 리뉴얼 성공이 어려운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놀랍게도’ 리뉴얼에 관한 질문하는 사람은 경영자보다 직원들이 더 많다. 그것이 ‘놀라운 이유’는 리뉴얼 성공과 실패의 책임이 경영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리뉴얼을 담당 부서의 일시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브랜드 리뉴얼의 성패가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 경영자에게 지시받은 리뉴얼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혼란스럽다. 어디서 시작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리뉴얼은 어렵게 몇 번 실행하다가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리뉴얼 실무자가 3번 정도 바뀌는 시점에 브랜드는 사라진다. 이것은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리뉴얼 일상이다.


리뉴얼에 관한 3개의 질문을 한 번에 대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는 하나씩 대답을 하겠다. 


[언제]라는 시점을 말해야 하는 대답이 가장 어렵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는 이야기는 동계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부터 뉴스로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 연합은 [설마]하면서 믿지 않았다. 푸틴은 우르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침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은 자국의 첩보에 의해서 푸틴의 속셈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침공할 것이라는 가장 확실한 징후는 무엇이었을까? 푸틴은 군사훈련이라는 이유로 군대를 이동했다. 군사 이동 위성지도만으로 전쟁을 판단할 수 있을까? 군대 이동은 전쟁보다는 위협으로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전쟁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배가 침몰하기 전에 기울면 쥐들이 먼저 도망간다고 한다. 그래서 탄광의 갱坑안에서는 쥐를 잡지 않는다. 쥐가 없어졌다는 것은 곧 갱坑이 무너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갱안에서 쥐가 무리로 움직이면 사람도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쥐를 따라서 갱坑을 탈출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돈바스 지역에 친러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러시아로 대피를 했다. 그전에는 친러 정치인과 사업가도 모두 비행기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떠났다.  


연재될 리뉴얼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한 것은 리뉴얼은 전쟁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리뉴얼 시점이 직원들이 퇴사하는 그 시점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때는 이미 끝났다. 배(브랜드)는 가라앉고, 비즈니스 모델(갱 / 坑)은 이미 무너진 것이다. 경영자만 모를 뿐이다. 



[우리 브랜드는 언제 리뉴얼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대표이사에게 직접 받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도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라포(rapport)가 없으면 면박을 주는 것 같아서 한 번도 대표이사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박하게 리뉴얼을 묻는 실문자에게는 나는 다시 질문한다. 그 이유는 리뉴얼에 대한 서로의 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질문은 딱 4개만 한다.


1)“리뉴얼을 하실 것인가요? 리 포지셔닝을 할 것인가요?”

2)“어떻게 리뉴얼을 하실 것인가요?

3)“무엇을 리뉴얼을 해야 하나요?”

4)“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매뉴얼이 있나요?”

이 질문은 잘난 척을 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아픈가를 물어보는 것처럼 아주 간단한 확인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의 대부분은 당황해한다. 어떤 사람은 답을 하지 못해서 무안해하지만 대부분 짜증 난 눈빛으로 “그것을 알면 내가 너를 왜 불렀겠냐?”라는 식으로 쳐다본다. 아마 누군가 나의 이력을 살펴보면 나의 30대는 브랜드 리뉴얼만 했던 시기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 질문은 그때 내가 리뉴얼을 하면서 수많은 보고서와 책을 보면서 고민했던 질문이다. 이 질문을 못 찾아서 퇴사했고, 이 질문의 대답으로 리뉴얼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절대로 당황스럽게 할 마음으로 하는 질문이 아니다. 만약에 경영자(브랜드 책임자)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옆에 있는 노트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답을 적어 보면 앞으로 벌어질 리뉴얼의 결과를 알 수 있다. 실무자도 자신의 대답을 적어보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마케팅팀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디자인팀과 영업팀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장 판매사 직원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우리의 고객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예전에 우리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상품을 사지 않는 고객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이제 마지막 한 명이 남았다. 최근에 회사에 비전이 없다고 경쟁회사로 갔거나 새로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겠다고 퇴사한 동료는 ‘무엇을’ 말할까? 그들의 대화에서 리뉴얼의 때를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우리가 말하는 리뉴얼이 서로 다른 리뉴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서로가 알고 있는 리뉴얼을 퉁쳐서 말할 수 없다.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인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전략과 방법과 접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참숯에 구워 먹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스테이크의 굽기다. 시카고로 출장을 갔을 때 시카고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한다는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스테이크 굽기에 대해서  레어 rare, 미디엄 medium, 웰던 well done 만 알았던 나에게 웨이터는 굽기를 물었다. 서울에서 친구들이 시카고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로 먹어야 한다는 가이드를 받아서 나는 미디엄 레어를 주문하려고 했다. 웨이터는 나와 함께 앉아있는 미국 직원들에게 굽기를 물었고, 대부분은 미디엄 웰던을 택했다.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에이전트 본부장은 블루 레어를 선택했다. 나는 원래 미디엄 레어를 시키려고 했는데 옆사람이 블루 레어를 시켜서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블루 레어라고 한다면 뭔가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처럼 느껴졌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블루 레어를 선택했다. 내가 에이전트 본부장과 같은 것을 시키자 본부장은 엄지 척을 하면서 웃었다. 내 앞에 있던 사람도 웃으면서 한국에서 나도 블루 레어를 먹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그가 먹은 것은 블루 레어가 아니라 육회였다. 

나중에 웨이터는 피가 쟁반에 흥건하게 적혀있는 스테이크를 가져왔고, 나는 늑대인간처럼 입에 피를 묻히고 소스를 듬뿍 적셔서 비릿한 피맛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있다. 



  리뉴얼도 용어를 잘못 이해하거나 조직 내부에서 서로 다르면 비용과 시간 낭비 그리고 조직까지 와해된다. 리뉴얼은 상황별로 해결할 수 있는 조직 능력, 비용, 시간 그리고 환경이 달라진다. ‘리뉴얼해서 매출 좀 올려주세요’라는 개념은 ‘화장빨 좀 먹히게 해 주세요’와 같다. 특히 리뉴얼이 기업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할 때는 더 심각하다. 리뉴얼의 원인을 특정인과 부서의 실수로 몰아가는 마녀사냥으로 사용하는 예가 많다. 이것 외에도 2세 경영의 성공적인 경영 인계 퍼포먼스, 경영자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특정 부서와 사람을 정리하기 위해서 등  수많은 방법으로 리뉴얼을 이용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뿐만 아니라 리뉴얼은 어떤 이(부서)에게는 피곤한 업무가 과중이 된다. 지금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리뉴얼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지시로 인해서 특정 부서를 리뉴얼을 진행하는 증오 한다. 특히 리뉴얼을 진행하는 팀과 팀장이 조직 내에 영향력이 없으면 나중에는 동네북으로 끝난다. 리뉴얼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기억과 앞으로 벌어질 여러 일 때문에 머리가 찌근거린다.


 이런 이유로 나는 리뉴얼을 의뢰하는 사람에게 “리뉴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죠?”라고 묻는다. 그들의 저의를 파악하고 싶기 때문이다. 리뉴얼은 4/4분 면에서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쉬운 리뉴얼이라면 누가 못할까? 리뉴얼을 [언제 할 것인가?]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림 2


새로운 가치를 기존 고객에게 주어서 기존 고객의 구매를 확대하는 리뉴얼을 어떤 시점에서 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전략이 된다. 만약에 리뉴얼을 A 시점에서 사용한다면 리뉴얼을 공격형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리뉴얼을 D 혹은 E 시점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뉴얼 프로젝트가 어려운 것은 4개의 서로 다른 리뉴얼 용어와 5개의 서로 다른 리뉴얼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갱생의 갱과 갱년기의 갱은 같은 갱(更 ; 고칠 경, 다시 갱)이다.  국립국어원에서 말하는 갱년기의 [갱] 의미는 ‘更은 다시의 의미로 쓰였다고 하기보다는 신체의 흐름이 크게 바뀐다는 의미로 쓰인 것으로 이해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브랜드도 사람처럼 갱년기가 있다는 것을 인정(인식) 해야 한다. 그것을 인식하고 리뉴얼(갱생)의 시점을 정하는 것은 경영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브랜드는 인간의 갱년기(노화)처럼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은 신었을 컨버스는 1908년에 론칭한 브랜드다. 이 브랜드도 수많은 리뉴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시장에는 갱년기에 들어가는 브랜드가 대부분이지만  갱년기를 모르는 브랜드도 있다.


 브랜드가 갱년기로 들어가면, 그러니깐  일반적으로 브랜드 갱생 시점을 D와 E에서 잡았다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예측한다면 존엄사와 연명치료를 선택할 시점이 조만간에 올 것이다. 그때 브랜드 리뉴얼은 심폐소생술이다. 컨설팅 쇼 show나 프로젝트 쇼 show에 가깝다. 어디까지나 ‘리뉴얼’에 관한 이야기다.

 그림 1에는 리뉴얼 Renewal 외에 Reinforce, Revival, Repositioning은 리뉴얼과 다른 이야기다.


2022년 2월 4일에 쿼티(QWERTY) 키보드로 휴대전화 시장을 휩쓸었던 블랙베리가 마지막 심폐소생술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 관련 약 3만 5000건의 특허를 매각하고 사라졌다. 블랙베리는 2000년대 초 미국 시장 내 점유율 50%에 육박할 정도로 휴대전화 시장을 이끌었던 브랜드다. 블랙베리는 애플 아이폰에 그렇게 사라지게 되었다. 구글 검색에 들어가서 블랙베리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블랙베리는 사라지기 일보 직전까지 자신의 아이덴티티인 블랙베리 쿼티 자판을 붙들고 있었다. 블랙베리는 2007년에 애플 아이폰이 나왔을 때 어떻게 리뉴얼을 해야 했을까? 돌이켜보니 삼성이 애니콜을 버리고 갤럭시로 리 포지셔닝과 리바이벌 중간 어느 지점에 했던 것이 탁월한 결정으로 판명되었다. 리뉴얼 사례를 찾아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블랙베리처럼 자신의 강점이 약점이 되거나 모든 구성원이 그것을 맹신할 때, 리뉴얼을 할 수 없어서 결국 갱생生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파놓은 갱도坑道에 갇혀 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리뉴얼 시점이 언제일까? 

정리한다면 리뉴얼, 리포지셔닝, 레인포스, 리바이벌(그림1)과 5개의 시점(그림2)에 따라서 다르다.

그림 1을 공격전략으로 쓸 것인가? 방어 전략을 쓸 것인가? 에 따라서 다르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다. 

리뉴얼의 시점을 결정하는 책임은 경영자(브랜드 의사 결정 책임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리뉴얼을 하지 못하고 경쟁자와 시장 변화에서 갱생을 선택했다면 그때는 이미 갱년기이다.  

갱년기의 갱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비용과 시간 그리고 많은 자원이 들어가게 된다. 

돈을 쏟아 붓는다고 ...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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