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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Mar 23. 2022

브랜드 사전 작성

브랜드의 시작


2022년 브랜드 경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falling falling, soboksobok


BTS의 멤버 지민은 2020년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크리스마스 러브'(Christmas love)라는 자작곡을 발표했다. 문제는 노래 가사 중에  [흰 눈처럼 소복소복 넌 내 하루에 내려와]의 ‘소복소복’이었다. 이것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가지고 전 세계 아미들이 토의를 했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오빠’와 ‘깐부’라는 단어를 가지고 어떻게 영어로 해석할 것인가를 가지고도 논쟁했었다. 지금도 영어권에서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이고’와 ‘거시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 중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우리도 이것을 영어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언어는 문화의 결정체이다. 문화 안에 있지 못하면 그 단어를 해석할 수 없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다. 2022년을 철학으로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실존주의가 아니더라도 이 정의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 이해가 된다. 언어가 있어야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브랜드가 브랜드 경영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뽑거나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방법을 쓰지만 그것은 근본의 시작이 아니다. 브랜드 경영을 ‘진짜’ 원한다면 먼저 해야 할 것은 브랜드 용어집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첫 단추다. 교과서에 나오는 브랜드 전문 용어를 전 직원이 외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회사에서 사용하는 브랜드, 콘셉트, 마케팅, 아이덴티티라는 브랜드 용어에 대해서 서로 논의하고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애플의 브랜드와 코카콜라의 브랜드 개념, 기준, 수준은 다르다. 패션과 전자 제품이 말하는 브랜드 언어도 다르다. 패션 브랜드도 명품과 패스트 패션에서 말하는 브랜드 용어도 다르다. 그런데 브랜드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다른 브랜드 정의를 사용하면서 계속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브랜드에 관해서 디자인, 영업, 마케팅 팀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브랜드 사전 제작이다. 


 왜 필요한지는 바로 증명할 수 있다. 지금 옆 자리에 있는 동료 직원과  

[콘셉트는 무엇인가?]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브랜드 경영과 디자인 경영은 무엇이 다른가?]를 이야기해보자. 


설명하기도 어렵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브랜드 전략을 기획할 수 있을까? 



브랜드 용어는 브랜드의 집이다.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에는 신어(新語, Newspeak)를 사용하는 오세아니아(Oceania)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이 신어라고 부르는 것은 영어인 구어(舊語, Oldspeak, 즉 표준 영어)를 대체하는 언어다. 이 언어의 특징은 단어 수를 줄이는 것과 또 다른 개념을 설명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 자유분방한 사고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조지 오웰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은 인간은 약속된 문자로 이름을 정하고, 이름은 기호 체계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기호에 생각과 사유가 함축되어 인간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자는 인간이 자기 정체성을 갖게 하고,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글로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논리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 게임으로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활동’이라는 의미다. 모든 인간은 공통적으로 일반 상식과 문화적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삶의 상식과 양식에 의해 언어의 성질과 작용이 결정된다. 즉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일반 상식과 문화 양식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언어 한계가 자신의 세계의 한계다’. 이 말은 ‘브랜드의 언어의 한계가 브랜드의 한계다’라는 뜻이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와해성 포지셔닝’과 같은 전쟁 용어에서 차용한 마케팅 신조어와 BX(Brand eXperience)와 같은 신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언어가 인간의 삶(시장)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 사용자들과 소통은 할 수 있을까? 비관할 필요는 없다. 10년 차 마케터들은 이미 그런 용어로 소통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알고 있다.


 아날로그 마케팅 용어로 디지털 브랜드에 관해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해보자. 경쟁 전략을 항상 고심하면서 동시에 광고와 홍보 업무를 중점적으로 맡는 마케터에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트렌드와 경쟁 상품의 디자인에 온통 관심이 쏠린 디자이너가 말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자신의 업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는 브랜드 매니저에게 마케팅 및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어느 날 그들에게서 마케터, 디자이너, 브랜드 매니저라는 직함을 빼버리고 커뮤니케이터라고 부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많은 매체와 메시지가 난무하는 현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소통이다


 그래서 브랜드 경영을 위해서는 회사 직원이 합의하고 정의한 [브랜드 사전]이 필요하다. 브랜드 사전을 통해서 비용, 시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브랜드에 대해서 서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현실 자각의 겸손한 시간]을 갖게 한다.



falling falling, soboksobok

결국, 소복소복은 fallingfalling으로 번역이 되었다. 그리고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 장독대에 눈이 10cm 넘게 쌓인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억지로 번역은 했지만 [흰 눈처럼 소복소복 넌 내 하루에 내려와]의 메시지 핵심은 소복소복이 아니다. 실제 이 가사의 메시지는 조용히, 갑자기, 놀랍게 그리고 반갑게 왔다는 ‘느낌(기쁨)’이다. content가 아니라 context다.


 브랜드 경영을 위해서 content를 담는 것처럼 대기업 혹은 명품 브랜드 전문가를 뽑는 것이 우선이 아니다. 전 직원이 같은 브랜드 모습과 방향을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의 합의 과정과 정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경영자와 직원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총체적 개념 정리를 비롯해서 브랜드인 것과 브랜드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브랜드 용어집을 만드는 목적은 단순히 브랜드 단어 정리가 아니다. (따라서 마케팅 팀원들에게 용어집을 만들라고 지시를 하면 안 된다) 모든 임직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브랜드에 관해서 직접 써서 제출하고 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 자체가 서로 하나가 되는 브랜딩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 글에는 폴링폴링과 소복소복의 차이점을 말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https://brunch.co.kr/@unitasbrand/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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