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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Jan 02. 2024

겨자씨 믿음

76점에서 -100점으로

1995년에 성령의 거듭남을 체험하고 2021년까지 나의 신앙을 76점 정도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원래는 80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교만할 것 같아서 반올림 80이 될 수 있는 76점입니다.

나 자신에게 이런 오만한 평가를 한 이유는 나의 신앙을 타인과 상대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회에서 하지 말라는 것과 하라는 것을 적당한 선에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회에서 요구하는 모든 것을 지켜내었고, 남들이 안 하는 교회 리더를 하며 교인들을 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 기도시간, 통독, 말씀 나눔 등. 이런 나의 행위에 가점을 매겨서 80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신앙도 기업의 인사고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89점이라고 스스로 착각했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기도, 말씀 그리고 봉사를 하면서 저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90점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은 부자 청년이 예수님에게 가서 [내가 할 것은 다 하고 있는데 무엇을 더해야 구원을 받습니까?]라고 당당히 나아갔던 것과 비슷한 배짱이었습니다.


이랬던 제가 드디어 제 믿음의 실체를 확인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겨자씨 말씀 사건입니다.


[눅17:5-10, 새번역]
5 사도들이 주님께 말하였다.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6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뽕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기어라' 하면, 그대로 될 것이다."
7 "너희 가운데서 누구에게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다고 하자. 그 종이 들에서 돌아올 때에 '어서 와서, 식탁에 앉아라' 하고 그에게 말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8 오히려 그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에, 너는 허리를 동이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야,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9 그 종이 명령한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10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을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우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여라."



제자들은 예수님에게 믿음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주기도문을 알려주셨던 예수님의 모습은 사라지고 까칠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정리하면 [너희에게는 겨자씨만 한 믿음도 없다. 그리고 너희들이 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무익한 종일뿐이다(종이라고 말해야 한다)]입니다.


예전부터 저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왜 예수님은 이렇게까지  매정하실까? 나도 주님에게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을 더해달라고 기도하면 이런 대답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는 제자들의 입장에서 제자들의 마음으로 예수를 바라보았습니다. 

한 번도 왜 예수님께서 왜 이렇게 말하셨는지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저의 믿음을 76점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제자들도  자신의 믿음이 아주 조금만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자들은 가족과 형제들을 버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된 사람들입니다. 

스스로 생각할 때 충분히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에게 조금만 더 믿음을 받으면 온전한 믿음의 성도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면  이 정도면 충분히 헌신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자신은 분명 예수파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예수님께서 조금만 더  채워주기를 바랐던 같습니다 자신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믿음의 분량은 겨자씨 정도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죠?  암튼 조금만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믿음이 조금만 더하면 100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측해 보자면  제자들은

1) 자신들은 예수님 사역에 유익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1-1) 자신들의 헌신에 대해서 스스로 만족했습니다

1-2) 자신의 헌신에 믿음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2) 자신은 믿음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3)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겨자씨만 한 믿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믿음이 겨자씨만큼만 더 필요하다고 착각하는 제자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믿음이 겨자씨만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겨자씨만 한  믿음만 있어도 이 산을 옮길 수 있다] 예수님이 보시기에 그들은 믿음이 없었습니다. 

제자들의 믿음 없음은 십자가 사건에서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제자가 된 것은 자신의 믿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이것은 믿음으로 한 것이 아니라 주인이 종에게 시킨 것을 한 것뿐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했기 때문에 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제가 뭐 좀 되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면] … 그 부분이 사악한 것입니다.

제 믿음이 겨자씨보다는 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모든 헌신과 봉사는 가치 있는 헌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저 자신을 [쓸모없는(가치 없는) 종입니다]라고 고백하라고 할 때, 제 마음에 미세한 반감과 부정이 일어나는 것을 보아 분명 저는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겨자씨보다 크다고 믿고 있었던 거죠.


왜 나는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까요? 

하나님 앞에서 이 자존감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나의 죄로 인해서 십자가 위에 죽을 수밖에 없는 예수님을 보면서 왜 나에게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요? 그것은 신앙을 제 기준으로(내가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서) 제 주변의 사람을 평가하고 그들과 비교하면서 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주님을 믿는 것도, 교회에 출석하고 봉사하는 것도, 이렇게 말씀을 묵상하고 나누는 것도 모두 은혜일 뿐입니다. 제 믿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명령에 의해서 그저 행하는 것입니다. 

저는 무익한 종입니다.


이것을 깨닫고 저는 더 겸손하게 그리고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려고 했습니다. 80점에서 반을 줄여서 40점으로 정하고 더욱 분발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선하게(?)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 저의 점수는 점점 내려갔습니다. 말씀을 볼수록 이렇게 스스로 점수를 정하여 저를 통제하고 성장하려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저의 의를 드러내려는 저의 실체를 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말씀을 생활에 적용할 때 일어나는 부작용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40점이 아니라 0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율법의 사람, 자신의 의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 주님께 더 가까이 가면서  제가 0점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울이 자신을 [죄인의 괴수]라고, 말한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울의 답답함을 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롬7:15-23, 새번역]

15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16 내가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곧 율법이 선하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입니다.17 그렇다면,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죄입니다.18 나는 내 속에 곧 내 육신 속에 선한 것이 깃들여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선을 행하려는 의지는 있으나, 그것을 실행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19 나는 내가 원하는 선한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원하지 않는 악한 일을 합니다.20 내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하면, 그것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죄입니다.21 여기에서 나는 법칙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곧 나는 선을 행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나에게 악이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22 나는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나,23 내 지체에는 다른 법이 있어서 내 마음의 법과 맞서서 싸우며, 내 지체에 있는 죄의 법에 나를 포로로 만드는 것을 봅니다.


오늘도 여전히 저는 나의 욕심, 욕망을 위해서 흔들렸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회개하고, 아마 저녁에도 후회할 것입니다. 

말씀을 묵상하고 나누지만 여전히 그때뿐입니다.


저는 사탄보다 더 악하면 악했지, 선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사탄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오로지 제 일만 생각합니다. 

나의 성장과 발전… 그 어떤 것도 복음을 위해서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0점이 아니라 -100점입니다.

주님의 은혜와 죄 사함이 없으면 사탄보다 더 사악한 존재입니다. 

바울 사도는 선교사로 살았지만, 여전히 자신 안에 있는 죄를 발견합니다.

여전히 저는 아담과 하와처럼 하나님처럼 되려고 나의 것을 스스로 결정하려고 합니다. 


남을 비판하고, 나를 의롭다고 생각하고, 말로만 복음을 이야기하고, 주님을 의지하지 않고 염려하여 자신의 꼼수를 생각하고 …

제가 -100점이라는 것을 깨닫고 혹시나 해서 … 0점을 넘지 않을까 해서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실패했습니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바울 사도가 결정한 것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롬7:25, 새번역]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건져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니 나 자신은,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섬기고,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100점을 알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육신으로 죄의 법을 섬기고 있는 저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나의 의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멍에를 메고,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나아갑니다.


신앙생활 40년 만에 마음이 가난해지고 애통해하는 영혼이 되었습니다.

예수님 외에는 아무것도 저에게 필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머리로 깨달았을 뿐입니다.

내가 한 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왜 제가 무익한 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님의 보혈로만 구원받을 수 있는 그런 죄인입니다.




참고로

저는 원천침례교회 / 민트교회(담임목사 이계원)의 교인입니다. 

https://www.wonch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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