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지동설과 천동설
"아빠, 달이 따라오고 있어!"
이제 베이비 시트에서 벗어난 아들은 자동차 뒷창문 너머로 자기 얼굴만 한 보름달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신기함이 아니라 긴장감에 가까웠습니다. 룸미러로 바라본 아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지요.
아이들의 질문에는 좋은 대답을 해주어야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에,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천동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동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때 문득 깨달았습니다. 브랜드에도 천동설과 지동설이 있다는 것을요.
천동설적 브랜드는 자신이 시장의 중심이라고 믿습니다.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움직이고 고객을 끌어온다고 생각하죠. 브랜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가격 경쟁, 경쟁사 분석, 소비 분석, 차별화 같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것들은 대체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지동설적 브랜드는 고객이 중심임을 인정합니다. 브랜드가 고객과 고객 사이에서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고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브랜드가 커뮤니티에 의해 구축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고객의 반응을 예의주시하지요.
브랜드 컨설팅 현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경영자들이 있습니다. 작년 대비 매출 성장률 하나로만 브랜드를 평가하는 사람들이죠. 이들은 고객이 왜 이 브랜드를 사랑하고 응원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감사하다"는 표현은 하지만, 정작 왜 감사해야 하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진실은 이것입니다. 브랜드는 생산자가 스스로 브랜드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브랜드가 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인정할 때 비로소 브랜드가 됩니다. 고객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5점이라면, 그 수치에 안주하기보다 남은 0.5점의 의미를 파악해야 합니다.
브랜드십은 소비자 역시 리더십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기업가에게는 브랜드를 통한 수익 극대화가 눈에 보이는 만족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기업가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브랜드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와 함께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 그것이 바로 브랜드십입니다.
매출은 목표가 아니라 브랜드 경영의 결과물입니다. 매출은 따라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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