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위가 아니라 우선순위

1인 기업가가 된다는 것은

by 권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이 영화의 주인공 은주는 전교 석차 1등을 놓치고 32등으로 밀린 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이와 비슷한 일들은 지금도 여전히 다른 이름과 얼굴로 반복되고 있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대체 언제쯤 진심으로 알게 될까.


우리는 ‘성적표’처럼 숫자를 내림차순과 올림차순으로 이어 붙여, 결국 우리가 바라던 그림을 완성했다.

학교는 직접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을 차례로 밟아 가면 자연스럽게 좋은 가정을 이루게 된다는 공식을 암묵적으로 가르쳤다. 숫자와 선만 잘 따라가면 인생의 그림도 저절로 그려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퇴직과 은퇴를 겪고 나서야 사람은 깨닫는다.

더 이상 누군가가 대신 그어 주던 선도, 찍어 주던 점도 없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그렇게 이어 붙여 온 숫자와 선은 어느 순간 코끼리의 형상을 드러내는 하나의 그림이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퇴사하고 나서야 자기 앞에는 더 이상 숫자와 선을 이어 그림을 그릴 도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 정해 주는 ‘다음 순서’가 사라진다. “다음에는 이 숫자, 그다음에는 이 선을 잇는다”고 알려 주던 시대가 끝났다는 현실을 그제야 인식한다.


직장인으로 일하던 때에는 자신의 중심을 잡아 주는 바닥이 분명히 있었다.

성과, 승진, 연봉, 평가 같은 것들이 하나의 중력처럼 작용해 삶의 방향을 아래로 붙들어 주었다.

하지만 퇴사하고 은퇴를 하면 그 바닥도, 선도, 숫자도 하나씩 사라진다. 이제 그 선과 점은 밖에서 찾을 수 없다.


퇴사한 뒤에는 실적표의 줄 위에 자신을 줄 세우며 외부에 선을 긋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쪽으로 선을 그어 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남이 정해 준 경로를 따라가는 삶에서, 자기 안에서 선과 점을 다시 찾아야 하는 삶으로 전환된다.


그 선을 자기 안으로 다시 그어 나가는 사람을 1인 기업가, 솔로프리너(Solopreneur)라고 부른다.

이번 특집은 남이 그어 준 그림과 선, 숫자를 따라가지 않고, 자기 안에서 출발해 다시 바깥으로 선과 점을 그려 낸 1인 기업가들의 휴먼브랜드 이야기를 다룬다.


행복은 분명 다른 사람과 줄을 서서 우열을 가리는 성적순이 아니다.

퇴사와 은퇴 이후에는 미리 정해진 순서가 사라지고, 각자에게 진짜 중요한 것들이 우선순위로 떠오른다. 가족, 건강, 자기다움, 신뢰, 관계 같은 것들이 모두 하나의 줄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무게를 가진 가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남이 그려 준 코끼리가 아니라, 자기 안에 이미 존재하는 우선순위를 하나씩 연결해야 한다.

1인 기업은 차선책이 아니라, 내가 진짜 ‘나’가 되는 최선책이다. 1인 기업은 곧 ‘내가 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행복은 성적(실적)대로 남이 정해 준 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되는 삶’을 가장 먼저 두는 우선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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