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 유니타임

시간을 남기다

by 권민

Uni time(2) - 오후 6시 30분


매년 12월이 되면, 나는 한 해 동안 써 온 일기를 다시 읽으며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는지 돌아본다.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대단치 않게 살아왔다는 부끄러움뿐이다. 그럼에도 2026년을 위해 참고 삼아, 지난 1년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펴본다.


영화 〈조 블랙의 사랑(Meet Joe Black)〉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상으로 인도하는 존재인 조 블랙(브래드 피트)이 65세 생일을 맞이한 윌리엄 패리쉬(앤서니 홉킨스) 앞에 나타나, 함께 삶의 가치와 진실을 깨달아 간다.

영화의 설정은 다소 만화 같지만,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가 이를 실제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든다. 생일날 죽음을 맞게 될 윌리엄은 회사 합병에 반대하며, 조 블랙의 질문을 받는다.

“이 시점에서 회사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윌리엄은 이렇게 답한다.

“내가 평생 일군 것이니까. 사람은 자신이 만든 그대로의 모습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하지. 내가 죽고 나서도 이 회사가 명예, 헌신, 진실을 지키며 남아 있어야 하네.”


만약 내가 죽는 날을 알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먼저 하려고 할까?

‘내가 만든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만든 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의 마지막 문단에는, 잡스가 죽기 전 남긴 말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죽은 뒤에도 나의 일부는 살아남는다고 믿고 싶군요. 수많은 경험을 쌓고, 약간의 지혜까지 얻었는데 그 모든 것이 그냥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합니다. 그래서 무언가는 남는다고, 어쩌면 내 의식은 영속할 것이라고 믿고 싶은 거죠.”


나도 하루 단위로 소모되는 삶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40대까지는 소비적인 삶을 살았다면 50대 이후부터는 유산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유산은 빌딩이나 은행에 쌓여 있는 현금만을 뜻하지 않는다.

부모로서 나이 들어가는 모습,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누렸던 모든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려는 콘텐츠까지 모두 유산이다.


나는 이런 중장년의 삶을 ‘유니타임(Uni Time)’이라고 부른다.

흘러가 버리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라, 담아 두는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아인슈타인은 “오직 남을 위해 산 삶만이 가치 있는 삶이다.”라고 말했고,

간디는 “자신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을 섬김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이 누구를 어떻게 도우며 어떤 경험을 했기에 이런 말을 남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일기를 들춰보면 남을 도와준 사건만이 부끄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결국 내 삶의 가치는, 내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어떻게 도왔는지에서 증명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유산으로 중장년 시간 연합 커뮤니티, 유니타임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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