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몸의 틈
오늘 아침 러닝머신 위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나도 놀랐지만 내 옆에서 같이 뛰던 사람이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는 나를 보고 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비명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 몇 명이 같이 소리를 질렀다.
사실 최근 나는 오른쪽 눈 망막에 물이 차는 ‘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에 걸렸다.
이 때문에 나의 시야는 물속에서 물안경을 끼고 있는 것처럼 현실과 다른 시야를 갖게 되었다. 오늘 아침의 일도 그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질병의 원인으로는 스테로이드 복용 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수면장애가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엔텔러키 브랜드 3호 마감 이후에 생겼기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인 것 같다. 최근에는 평상시처럼 8킬로미터 조깅을 하다가 햄스트링이 아파서 고생을 한 적도 있었다. 수년 동안 이렇게 달려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 몸과 마음이 서로 맞지 않아 공회전하기 시작했다.
30대까지는 육체와 마음이 하나로 붙어 있는 느낌이 강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뛰었고, 내가 느끼는 대로 몸이 반응했다. 마음이 시키면 몸이 따라왔다. 그 시절에는 마음과 육체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육체와 마음 사이에 틈이 생기고 헛돌고 있다는 느낌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노안이 생겼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변화는 작아 보였지만, 그때부터 무엇인가가 어긋나고 마음과 몸이 서로 맞물리지 않았다.
마음은 아직 30대의 속도로 살고 있는데 몸은 이미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비로소 알아차리게 된다. 마음은 “괜찮다, 더 가자”라고 말하지만 몸은 “속도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나’는 하나가 아니라 둘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몸과 마음, 더 깊게는 영혼 사이에 틈이 생기면 그 틈에서 마찰이 생기고 마모가 일어난다. 일상에서는 알아차릴 수 없지만 운동을 하면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사춘기에는 영혼에 비해 몸이 너무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마음은 미완성인데 몸이 먼저 성인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어색했고, 자신의 몸을 자기 몸처럼 다루지 못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영혼에 비해 몸이 작아져서 종잡기가 어려워진다. 마음은 여전히 큰데, 그 마음을 담는 그릇이 예전 같지 않아서 삶의 방향을 잡는 감각이 흔들린다. 그래서 더 중요해지는 것은 몸을 젊게 되돌리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에 비해 헐거워지고 닳아버린 몸과 함께 사는 기술이다. 그것이 나이듦의 지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러닝머신 위에서, 그 지혜가 ‘생각’이 아니라 ‘필요’라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다.
(그림이 너무 사실적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