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생각할까?

이 생각은 내 생각일까?

by 권민

“사장님은 이 보고서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내가 30대 초반에 대기업에서 퇴사한 이유는 이런 의사결정과 기업 문화가 싫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100미터 달리기에서 결승선 앞에 벽이 있어, 70미터 지점부터 속도를 줄여야 하는 일 같았다.

시장 조사와 면담, 그리고 모든 자료를 준비해 만든 보고서를 본 이사님의 마지막 멘트는 이것이었다.

“사장님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지 않은데.”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보고 난 뒤,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영화는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7,000 RPM, 어딘가에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바로 거기서 만나는 거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


자동차 계기판의 왼쪽에는 RPM이 찍혀 있다. 엔진이 분당 몇 번 회전하는지 보여 주는 숫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빨간 영역이 시작된다. 그 영역은 ‘밟지 말라’는 경고다. 무리한 회전은 엔진을 망가뜨리고, 운전자를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내가 이 영화에 빠져든 가장 큰 이유는, 그때 내 삶의 상황이 영화의 줄거리와 유난히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30년 동안 직장을 여섯 번 바꾸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내 속도는 7,000 RPM까지 치솟았다. 머리는 계산을 반복하고, 마음은 흔들리고, 몸은 버텼다. 그래서 계속 내게 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답게 살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결국 나는 이 갈등 끝에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했다. 창업을 하면서 나에게도 ‘나의 7,000 RPM 지점’이 있었다. 주변의 평가가 희미해지고, 조건이 사라지고, 오직 나만 남는 순간이었다.

광고 없이 정기 구독자로만 브랜드 전문 잡지를 10년 동안 운영했다.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위해 무료 브랜드 교육 과정을 만들고, 내 경험과 지식을 나누었다. 그때 나는 내 최대치를 끌어모았다. 돈의 중력과 저항을 넘어가야만 알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일을 진짜로 잘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말이다.


나는 창업 이후 성공으로 끝나는 성장 드라마 같은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했다. 결국 내가 창업한 기업은 합병됐고, 나는 다시 직장 생활을 10년 동안 했다.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할까?”가 싫어서 퇴사했는데, 돌이켜 보니 나는 줄곧 남의 생각을 물었다.

“직원은 어떻게 생각할까?” “고객은 어떻게 생각할까?”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조직 생활을 마친 지금의 나는 이전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이제 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2030년의 나는 2026년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까지가 타인의 생각을 궁금해하던 첫 번째 나의 인생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나의 생각을 질문하는 두 번째 나의 인생 시간이다.

자기다움 교육 시간에 중장년 수강생은 “이것을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다. 30년 넘게 조직 생활을 마친 중장년에게는 사장님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만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일이 어렵다. 하지만 이제 인생 후반기를 끌고 가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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