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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국 Oct 15. 2017

#1 성당에서 결혼식 준비하기

10월 11일(수) 우리의 결혼 날짜가 정해졌다.

나 성당에서 결혼하려고


결혼을 성당에서 한다고 하면 처음 물어보는 질문은 "너 천주교 신자야?"이다. 사실, 난 종교가 없다. 아버지는 천주교 재단인 성심여자고등학교를 다니시고, 어머니는 절을 다니시기에 집안에 뚜렷한 종교가 없다. 이런 내가 성당에서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다.


사실, 2009년 11월 우리 사촌 형도 전동성당에서 결혼을 했다. 그때 느낀 결혼식은 일반적인 결혼식과 사뭇 달랐다.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주례와 축가도 따로 없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내가 성당에서 결혼을 준비하게 되니 기분이 사뭇 다르다. (그것도 명동 성당)

10월 11일(수) 추첨을 위해 명동성당을 방문


성당은 추첨을 통해 결혼 날짜를 정한다!


일반 결혼식장과 다르게, 성당은 추첨을 통해 결혼 날짜를 정한다. 그래서 다들 추첨하러 간다고 하면 의아하게 바라본다. "저 오늘 성당 결혼식 날짜 추첨하러 갑니다" 응? 추첨? / 사실 성당에서 결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고 추첨일에 맞춰 명동성당에 갔다.


근데, 생각보다 결혼을 많이 하더라...(그래 여긴 명동 성당이다) 어쩌면 2018년에 명동 성당에서 결혼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왔다. 어떤 어머님은 자녀 2명 결혼을 위해 2번 추첨을 했다.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참여를 많이 한 것을 보고 더 마음을 비우게 되었다.


앞에서 진행하는 신부님 역시, 작년에 추첨 번호가 늦어서 결혼 날짜를 못 잡은 분들도 계신다고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경쟁률이 높은 건 맞나 보다. 결혼 준비 쉽지 않구나.

200명 가까이 추첨하러 온듯했다...


추첨 방식은 너무나도 아날로그식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요즘, 성당에선 매우 1차원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추첨을 한다. 앞줄부터 나와 상자 안에 있는 작은 공을 꺼내면 번호가 나오는데, 거기 있는 번호순으로 원하는 결혼 장소, 날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도 사전에 10개 정도 날짜를 쭉 정리해서 혹시나 모르는 경우를 대비했다. 추첨이 시작되고, 중간 지점에 앉아 있던 나는 슬슬 공을 뽑으러 나갔다. 앞에서 100번대를 뽑는 분도 계셨고, 10번대, 2번을 뽑는 분도 있었다. 속으론 30번대 아니 50번 대만 뽑아도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앞에 계신 신부님이 "밑에서 크게 한번 훑어서 1번 뽑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내 손은 박스에 들어갔고, 크게 훑은 후 작은 공을 뽑아 번호를 본 순간, 1번... 1번이라니....! 저번 주에 로또 복권이 안된 이유가 다 이런 뜻이 었어서였구나...!!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는 순간이었다)

1번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나!


우와 1번이야!!


내 인생에 이런 운이 또 있을까, 수많은 번호 중에서 1번을 뽑다니, 사실 이전에 가회동 성당(비&김태희 결혼한 성당), 옥수동 성당 등등 다양한 곳을 알아봤는데 1시 예식이 있고 비용이 합리적인 곳은 명동 성당 파밀리아 채플 밖에 없었다.


전주에서 부모님과 친척들이 올라오려면 딱 1시에 식을 진행해야하해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아 자칫하면 내년 가을이나 겨울에도 결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1번을 뽑은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지더라. 감사하게도 주변 분들도 첫 계약을 하는 우리에게 박수를 쳐주셨고 그렇게 결혼 준비의 첫 발을 내디뎠다.

내년에 만나요 이곳에서!


우리 런던으로 떠나자!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 사실 우리는 전부터 신혼 여행지를 런던으로 정해뒀었다. 1년 동안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한 여자 친구도 런던을 가고 싶어 했고, 퇴사 후 2주 동안 런던으로 여행을 다녀온 나도 다시 한번 그곳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추첨 후 한국은행을 지나가는데 참 런던스럽더라, 날씨도 건물도, 우리의 마음은 이미 런던으로 떠난 극적인 하루였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고 결혼식 날에도 두고두고 신기해할 1번을 뽑은 하루. 앞으로 하나 둘 차근차근 잘 준비해나가자, 결혼은 우리 둘 다 처음 준비하는 우리를 위한 행사니까! 참 많은 행사를 했지만, 내가 날 위한 행사를 준비하려니 기분이 묘하다.


친한 친구 지훈이처럼 영상으로 결혼 준비과정을 남기고 싶었는데, 난 영상보단 글이 익숙해서... 성당에서 결혼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


M&K Wedding Story

#1 드디어, 그 날이 정해지다.

런던스러웠던 서울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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