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성국 Apr 26. 2019

우리가 몰랐던 몽블랑의 비밀

100년의 역사를 기록한 브랜드 'MONTBLANC'

2012년 대학내일 인턴 당시 처음으로 만년필을 써보았다. 의식과 같은 잉크 충전의 시간이 끝난 후 사각거리는 만년필로 마케팅 제안서를 쓰면 뭔가 없었던 아이디어도 샘솟을 것 같았다. 그리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는 일기의 반절은 만년필로 작성되었다. 나의 하루의 일상과 느꼈던 감정은 일반 펜이 아니라 만년필로 쓰고 싶었다. 더 오랫동안 소중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이 아무리 발전해도 나의 첫 기획서와 일기는 분명 만년필을 사용할 것 같다. 디지털의 혁신이 주는 편리함이 아무리 뛰어나도 만년필이 주는 감성은 절대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100년의 역사가 기록되는 순간을 몽블랑 만년필이 함께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몽블랑에겐 분명 우리가 몰랐던 비밀이 존재한다. 



성공의 상징
MONTBLANC


몽블랑은 만년필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으며,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고 웅장한 산인 몽블랑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실제 프랑스어로 MONT는 산맥이라는 뜻이고, BLANC은 흰 백색을 의미한다) 몽블랑의 로고로 사용되는 심볼도 '눈 덮인 몽블랑 정상'을 의미한다. 몽블랑의 3대 사업 분야는 필기류, 가죽제품, 시계이다. 필기구는 독일, 가죽제품은 이탈리아, 시계는 스위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아날로그 제품만 생산할 것 같은 몽블랑은 작년 11월 스마트 워치 서밋 2를 출시했다.

출처 : 몽블랑 홈페이지


전설적인 만년필
마이스터스튁 149


이런 몽블랑 만년필의 대표 제품은 마이스터스튁이다. 영어의 '명작(Masterpiece)'을 의미하는 제품으로 수공으로 제작된 닙을 기반으로 1924년 만들어진 제품이다. '마이스터스튁 149'는 1952년에 출시된 제품으로 '149'에서 '1'은 마이스터스튁 시리즈를 의미하고, '4'는 피스톤 필러 방식, '9'는 닙의 크기를 나타낸다. 


사실,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가 더 유명해진 이유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90년 10월 3일 서독과 동독의 통일 조약 서명에 사용되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스페인의 소피아 여왕,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등 유명인사들이 중요한 문서를 서명할 때 몽블랑을 사용했다. 


우리나라 박경리 선생 역시 선풍기 한 대와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로 소설 '토지'를 완성했다고 언급된 바 있다. (현재 이 만년필은 경상남도 통영 '박경리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출처 : 몽블랑 홈페이지 


6주 이상의 시간
150여 개의 공정 단계


만년필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복잡하고 엄격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한 자루의 몽블랑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평균 20~40년의 장인들이 약 6주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여 150여 개의 단계를 거쳐 탄생하게 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닙을 만드는 과정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골드 닙의 마모를 막기 위해 끝부분에 백금속을 사용하는데, 몽블랑은 오랜 시간 사용되는 만년필을 생산하기 위해 백금속을 고집하고 있다.


몽블랑은 닙에 다양한 문양을 새겨 차별화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몽블랑 정상 높이인 4810을 새겨 넣고 있으며, 2005년 세르반테스 에디션에는 풍차를, 2012년 조너선 스위프트 에디션에는 걸리버와 소인국 모습을 형상화 한 그림을 새겨 제품의 희소성을 높였다. 이는 아래 설명할 다양한 에디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만년필의 핵심인 닙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아 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몽블랑 홈페이지

 

다양한 에디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몽블랑


몽블랑은 1992년부터 '작가 에디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작가 에디션 1호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디션은 2만 개가 제작되었고, 1993년에는 작가 에디션 2호인 아가사 크리스티 에디션이 출시되었다. 이렇게 출시된 에디션들은 한정판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히, 1996년 출시된 알렉산드르 뒤마 에디션은 잘못된 서명으로 유명해졌다. 삼총사를 쓴 알렉산드르 뒤마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에디션에 '춘희'를 쓴 아들 알렉산드르 뒤마의 서명이 잘못 새겨진 것이다. 몽블랑은 서명이 잘못 새겨진 만년필을 수거하고 다시 아버지 알렉산드로 뒤마의 서명을 새겨 출시했다(오히려 잘못된 서명이 있는 제품이 더 인기도 많고 시세도 높다고 한다)


이런 에디션은 최근에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는데, 2018년 11월에는 배우 제임스 딘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에디션은 영화에서 제임스 딘이 착용했던 붉은 가죽 재킷과 청바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고, 클립에는 영화 '자이언트'를 대표하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총, 캡 링에는 제임스 딘의 명언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Dream as if you'll live forever. Live as if you'll die today)" 문구가 적혀있다. 

출처 : 몽블랑 홈페이지



사실, 몽블랑은
워터맨에서 시작되었다. 


알프레드 네헤미아스(은행가)와 아우구스트 에버스타인(엔지니어)은 1906년 미국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개량된 만년필을 처음 접하게 된다. 미국 보험중개인 루이스 워터맨(Lewis Waterman)이 1883년 모세관 현상을 적용한 것으로 잉크가 끊기거나 쏟아져 나오던 기존 만년필의 단점을 보완한 만년필을 보게 된다. 


여행을 간 알프레드 네헤미아스와 아우구스트 에버스타인은 만년필의 편리함을 보고, 여행에서 돌아온 그 해 베를린에 짐플리치시무스만년필이라는 작은 만년필 제조공방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문구용품 유통업을 하던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가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1908년 세 사람은 함부르크 지역에 '심플로 필러펜 컴퍼니'를 만들게 되고, 이것이 지금 '몽블랑'의 시작이다.


1909년 잉크가 새지 않는 안전한 만년필 '루즈 에 누아르(Rouge et Noir)'를 출시했다. 제품명은 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르 루즈 엣 누아르)의 프랑스어 원제에서 따왔으며, 잉크가 새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독일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1909년 심플로 필러펜 컴퍼니는 '몽블랑'을 독일 특허청에 등록하여 본격적으로 몽블랑으로 활동하게 된다. 


몽블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일화가 있는데,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의 사촌이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고 웅장한 산인 몽블랑과 심플로 필러펜 컴퍼니가 만든 만년필의 고품질을 연결해 언급했는데,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브랜드 명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1913년엔 흰색으로 된 캡의 끝 부분을 스타 모양으로 발전시켜 '몽블랑 스타'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했는데 이 상표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몽블랑의 로고다.

몽블랑의 창업자, 출처 : 몽블랑 홈페이지


이전 10화 우리가 몰랐던 몰스킨의 5가지 비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