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좋아합니다] 농구를 좋아하는 여러 가지 방식

by 우주

[농구, 좋아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어떤 글을 기대하면서 이 제목을 클릭했을까. 누군가는 하는 농구를 떠올리며 들어왔다가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농구를 좋아한다고 하였을 때, 크게는 하는 농구와 보는 농구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지만서도, 사실 그 안에서도 무수히 많은 방식이 있다.


보는 농구를 예로 들자면,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 <슬램덩크>처럼 소위 2D로 된 스포츠 만화를 보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실제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실제 농구 경기 중에서도 프로 농구를 볼 수도 있고, 아마추어 농구를 볼 수도 있다. 같은 프로 농구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NBA를, 누군가는 KBL를, 또 누군가는 WKBL을, 혹은 다른 리그를 좋아할 수도 있다. 물론 추측컨대 여러 카테고리를 동시에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그게 나다).


나열하고 보니, 농구를 좋아하는 방법이 참 여러 가지구나 싶다. 대부분의 경우를 시도해 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내 마음속의 최애 농구가 종종 바뀌는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자면 (보는) 농구를 즐기는 각 방식은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물론 이 같은 분류에서도 줄 세우기를 하는 사람은 있다. 한국농구는 수준이 떨어져서 NBA가 더 재밌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한다면 쿨하게 “한국 농구의 매력을 모르시네요”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나의 마음을 신경 쓰이게 하는 말이 있다. 농구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여자들은 농구도 잘 모르면서 선수 얼굴이나 보고 좋아한다"는 종류의 말. 한동안은 그런 무시가 싫어서 농구를 볼 줄 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예를 들어, 르브론 대 커리 중 누가 최고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커리를 더 좋아한다고 답하면 “커리가 잘생기긴 했죠ㅎ”라는 반응이 되돌아오는 것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그다음에 질문을 받으면 커리가 3점 농구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는 구구절절한 설명을 붙이는 식이었다.


나는 농구 선수를 좋아하는 걸까, 농구를 좋아하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엔 나도 모르게 농구를 좋아하는 방법에 우위를 매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그 질문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나누어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공부하기 싫은데 볼 거 없나 하고 네이버에서 NBA 중계를 접했다가 좋아하는 선수가 생겨서 언젠가부터는 그 선수가 뛰는 경기 위주로 챙겨보게 된 것처럼, 그리고 우연히 간 직관에서 어떤 신인선수의 멋진 플레이에 반해서 KBL을 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팀에 관계없이 KBL을 챙겨보는 것처럼, 구분이 잘 안 되기도 한다.


설령 구분이 된다 하더라도 농구선수가 좋아서 농구를 보는 것이 열등한 방식의 농구 관람은 아니다. 한때 농구선수에게 "팬이 거지돼서 경기장 못 오기 vs 팬이 다른 선수를 좋아하게 되어서 경기장 안 오기" 같은 밸런스 게임을 시키는 릴스가 유행했다. 개인적으로 이 질문을 처음 보았을 때는 후자가 더 섭섭하다고 말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이 의외였다. 물론 질문자에 대한 팬서비스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를 응원하여 주는 것에서 많은 힘을 얻겠구나 싶어 납득이 되었다. "주시는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선수들의 인터뷰처럼, 선수들이 자신에 대한 응원에 힘입어 한발 더 뛴다면, 그것이 더 멋진 농구 경기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혹시 제목만 보고 이 글을 눌렀다가 생각한 내용과 달라서 실망하였다면 죄송하지만, 이것이 내가 농구를 좋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당신도 당신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농구를 좋아하는 무수한 방법 중에 어떤 방식으로 농구를 즐기고 있든, 그냥 농구를 좋아한다고 말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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