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놓고 다음 날 또 농구 보러 가는 마음
경기를 보면서 화를 내다가도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환호하는 것이 스포츠팬의 특성이라면, 나는 그 스테레오 타입에 아주 부합하는 사람이다. 크게 진 날 선수들 꼴도 보기 싫다고 투덜거리면서 경기장을 떠나놓고, 다음날 티켓팅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스스로가 웃겼던 적도 있었다.
화내는 것을 정당화하려고 스포츠를 핑계 대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기 위해 스포츠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팀 성적이 떨어지면 관중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아있는 관중들은 오늘은 이길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경기장을 찾았을 것이다.
스포츠에 있어 승리는 중요한 요소이다. 애초에 농구경기의 목적이 상대팀의 바스켓에 득점하고 우리 팀의 바스켓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룬 순간, 즉, 승리의 순간은 늘 기쁘다. 슬램덩크에서 북산이 산왕을 이기지 못했다면, 조금은 감동이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근 응원팀이 연패를 타면서 승리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몸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왠지 이길 것 같아서 꾸역꾸역 경기장으로 향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연패 경기를 다 보았는데, 연패 끊는 순간을 보지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날 진짜로 연패를 끊자, 경기 내용이 다소 어수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승리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는 마음 하나로 평소보다 조금 더 기뻤다.
물론 알고 있다. 어떤 팀도 항상 이길 수는 없으며, 연패가 없다면 연패를 끊는 순간의 기쁨이 그렇게 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진부한 법칙을 알고 있으면서도 욕심이 난다.
1승이 소중한 팀의 팬보단 승이 너무 많아서 언제 어떻게 이겼는지 기억이 안나는 팀의 팬, 연패 따위 타지 않아 연패를 끊는 순간의 기쁨을 굳이 알지 못하는 그런 팬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경기장에 갈 때마다 보장된 승리의 기쁨을 얻고 싶다고.
이렇게 모순적인 마음 때문에 왜 농구장을 계속 찾게 되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정확히 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는 것은, 승리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순간들에 대한 중독이 아닌가 싶다.
승리 그 자체가 가져다주는 기쁨이나 뿌듯함도 있지만, 때로는 거창하지 않은 작은 순간이 기억에 남기도 한다. 눈여겨보던 신인이 드디어 출전 기회를 받고 자신감 있게 슛을 던진 순간이 그랬다. 심지어 에어볼이었음에도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크게 화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작은 순간조차도 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정말 너무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속상함만 가득한 경기도 분명 있다. 그러나 반대로, 모든 순간이 좋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꾸만 다시 보게 되는 경기도 있기에, 그 기대를 미처 버리지 못한다.
농구를 처음 보는 친구를 데리고 경기장에서 이제는 팀의 간판이 된 선수를 소개하며, 나는 저 선수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간단하게 말해도 될 것을, 신인시절 플레이오프라는 긴장된 무대에서 상대팀 에이스 선배를 드리블로 제치고 득점에 성공한 장면을 덧붙이며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는 것처럼, 어쩌면 나는 여전히, 물론 승리도 바라지만, 승패라는 말로는 담을 수 없는 그런 순간들에 함께 하고 싶어서 농구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많이 이겨주라, 나의 응원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