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을 놓친다고 끝은 아니니까
KBL에서 기록을 인정하는 일정 경기수를 채운 선수 중 올해 최고 야투율은 현재 50%대이다. 어떤 플레이를 하는 선수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절반 정도의 슛만 성공하여도 준수한 성적이라는 것이다. 3점 슛만 놓고 본다면 10번 중에 4번 정도를 성공한다면 리그 최상위급 슈터라 할 수 있다. 상대팀의 방해가 전혀 없는(물론 상대팀 팬의 방해는 있을 수 있지만) 자유투조차도 100% 일 수 없고, KBL 기준으로 80% 후반대만 되어도 준수하다고 말한다.
이래저래 합하여 보면 농구는 절반 가까운 실패를 감수하면서 계속 시도하는 스포츠다. 그 사실이 위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대체로 쫄보이며,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살다 보니 의외로 쫄보스러움이 인생에 도움이 될 때도 종종 있었지만, 나는 늘 내가 좀 더 담대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래서 실패해도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음 플레이를 이어나가면 되는 농구를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농구 경기의 속도감은 실패에 대해 아쉬워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기 중에 슛을 놓쳤다고 해서 아쉬움에 고개를 떨굴 여유는 없다. 그 시간에 리바운드에 참여하거나 빠르게 백코트 하여 다음 수비를 해내야만 한다.
슛을 놓쳐도, 심지어는 어쩌다가 공을 놓치는 턴오버를 하더라도 바로 다음 플레이를 해내는 것. 일종의 강한 회복 탄력성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한 가지를 실수하면 자꾸만 그 실수를 생각하는 편인 나의 눈에 농구가 더 멋져 보였던 것 같다.
농구의 대표적인 ‘다음 플레이’는 (공격) 리바운드와 백코트일 것이다. 튕겨져 나온 공을 다시 잡는 리바운드가 실패 후 ‘다시 잡는 것’이라면, 수비를 위해 복귀하는 백코트는 ‘실수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가깝다.
농구를 다룬 콘텐츠 중에 리바운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많은 문장이 있지만, 장항준 감독의 농구 영화 <리바운드>(각본 : 권성휘, 김은희)에 나온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농구하다 보면 슛 쏴도 안 들어갈 때가 있다. 근데 그 순간, 노력에 따라 다시 기회가 생긴다. 그게 뭐꼬?
-… 리바운드.
노골 됐다고? 걱정 마라. 공은 튕겨 나온다. 그걸 다시 잡으면 되는 기다. 안 그렇나?
진부한 말이라 생각하면서도, 청춘 영화스러운 그 라커룸 연설 장면이 유독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래도 살면서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은 있는 것 같다. 하다못해 나는 어릴 적 명절에 가족들과 윷놀이를 하다가 지면 한 판을 더 하자고 욕심을 내는 아이였다. 패배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을 다시 잡는 장면도 좋지만, 바로 다음 수비로 복귀하는 장면에 조금 더 마음이 갔다.
리바운드가 다시 기회를 잡는 것이라면, 백코트는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수비로 복귀하는 플레이다. 턴오버를 하거나 수비 리바운드를 허용해서 상대방이 공을 잡았다면, 빠르게 우리 팀 코트로 넘어가 수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공격을 막을 기회가 생긴다. 설령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항의를 하거나 아쉬워한다고 다음 플레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항의는 벤치의 몫으로 남겨두거나 일단 상대방의 플레이를 막은 후에 하면 된다.
언젠가 NBA에서 중요한 결승(7전 4선승제)을 볼 때였다. 홈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있던 응원팀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후, 1-2로 시리즈를 뒤진 상태에서 상대편 홈에서 4차전을 치르고 있었다. 한 시간만 앉아있으면 미국의 모든 욕을 배울 수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농구의 열기가 뜨거운 곳에서의 어웨이 경기였다. 70-73의 타이트한 상황, 응원팀의 에이스가 회심의 3점 슛을 던졌다. 스크린에 걸렸던 상대 수비수가 늦게 뛰어오다가 슈터와 부딪혔음에도 그 슛은 그물을 갈랐다. 하지만 파울은 인정되지 않았다. 파울이 인정되었다면 자유투까지 더해 4점 플레이로 역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 나는 순간 던지지 못한 자유투에 아쉬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 선수는 왜 파울이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하면서도 이미 다음 수비를 위해 달리고 있었다.
그때 그 상황에서도 바로 다음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내게는 진짜 에이스이자 슈퍼스타처럼 느껴졌다.
물론 농구 선수들에게 리바운드와 백코트 좀 하라고 소리 지르면서도, 현실에서의 나는 여전히 쫄보다. 실수는 여전히 무섭고, 완벽하지 못했던 모습을 자책하느라 시간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농구를 생각하며 예전보다 조금은 빨리 다음 플레이를 하고자 한다. 멋진 에이스처럼 바로 백코트 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항의하다가 백코트를 하지 않아 상대에게 쉬운 슛을 내주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