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좋아합니다] 중계에 담기지 않는 시간

경기 전의 느슨한 시간들에 대하여

by 우주

KBL 경기장은 빠르면 두 시간, 보통은 한 시간 반 전에 문을 연다. 한편, KBL 중계는 보통 팁오프(점프볼) 시간 10분 전에 시작한다. 경기 시작 전 1시간 20분 남짓한 시간은 오직 직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문시간을 맞추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농구장을 가끔 가던 시절엔- 워밍업 구경도 티켓값에 포함된 것이라며- 2시 경기라면 12시 반부터라고 생각하고 스케줄을 짜긴 했지만, 요즘처럼 자주 경기장에 가려면 어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일은 퇴근하고 가면 이미 늦었고, 주말에는 (특히 농구장을 다니느라) 평일에 하지 못한 일을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농구장을 자주 가다 보니 워밍업을 더 자주 보지 못하는 것 같은 아이러니마저 있다.

그래도 먼 곳의 원정경기를 갈 때면 되도록 맞추려고 한다. 두 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곳에서 두 시간 남짓의 경기만 보고 돌아오는 것이 조금은 손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주 오지 못하는 경기장이기에, 한번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모두 즐기고 싶은 욕심이 난다.

물론 내내 선수들의 워밍업을 집중해서 보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문 시간 즈음에는 선수들도 단체 웜업이 아닌 개인 웜업을 하고, 전술 미팅을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집중해서 보고 싶어도 집중해서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잠깐 다른 생각만 해도 경기를 놓치게 되는 촘촘하고도 치열한 경기 시간에 앞서, 팬들도 선수들도 느슨하게 있는 시간이라 이 시간이 더 특별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시간에는 누가 슛을 실패해도 아쉽지 않다. 어떤 선수들은 가볍게 드리블을 연습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떻게 대화를 하면서 서서 레그스루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볼 때마다 신기하지만, 래도 가끔은 실수로 공을 놓치기도 한다. 그 공이 플로어에 앉은 관중에게까지 굴러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괜찮다. 오히려 때론 팬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스트레칭을 하는 선수들에게 구단 유튜브팀이 다가와 콘텐츠를 촬영하기도 한다. 누워있는데 찍지 말라고 장난을 치는 선수도 있고, 한마디를 걸면 열 마디를 하는 수다쟁이 선수도 있다. 아직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신인 선수들은 때론 괜히 힘이 바짝 들어가 뭐든 열심히 참여하려고도 한다. 이 시간만큼은 코트 위 선수가 아니라 강의실 옆자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학생의 느낌도 난다.

누군가는 오랜만에 만난 상대팀 선수와 안부를 나누고, 누군가는 스트레칭을 하고, 누군가는 아빠의 경기를 보러 온 아이와 잠깐의 시간을 보내는 그 시간 - 관중인 나의 루틴은 코트에 나와있는 선수들을 세어보며 엔트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보이면 반갑기도 하지만, 12명의 엔트리에 누군가가 오랜만에 들어왔다는 것은 곧 누군가 빠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누가 없는지 급하게 찾아보기도 한다.

가끔은 인원이 비어서 아직 선수들이 다 안 나왔나 했는데, 누군가 상대팀 벤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하다. 반대로 옷 색깔마저 비슷한 상대팀 선수를 우리 팀으로 착각해 인원수가 넘친다며 당황한 적도 있다. 이렇게 이 시간에는 니편내편의 구분조차 희미할 때도 있다.

농구는 몸싸움도 많고, 그러다 보면 경기 중에는 긴장이 되는 상황도 나온다. 그러나 선수들이 팀에 상관없이 어울리는 이 시간을 지켜보고 있으면 경기는 경기일 뿐이라는 것이 느껴져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한다. 이전에는 같은 팀이었다가 이적을 하게 된 선수와 어울리고 있으면 괜히 애틋하고 반갑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경기가 시작하면 금세 사라질 느슨함이다. 어떻게 보면 경기 결과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시간이다. 그러나 직관을 와야지만, 그것도 경기장에 일찍 와야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기에- 은 보너스 같은 이 시간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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