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김차장의 파란만장 중소기업 이야기
출근하는 차 안, 지혜는 차 안의 공기가 답답함을 느꼈다.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나는 듯하면서 공기가 부족한 것처럼 숨쉬기가 어려웠다. 아침에 확인한 날씨 예보에는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이라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다. 차 안에서 멀리 보이는 풍경들도 흐릿하니 먼지가 자욱한 것이 보였지만 지혜는 양쪽 창문을 열었다. 아직 창문을 열기엔 차가운 날씨였지만, 지혜는 코에 머무르고 있는 담배냄새와 답답한 공기를 날려버리고 싶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
창문을 열고 지혜는 명상을 할 때 배운 복식호흡을 서너 번 했다. 공기 중의 먼지 냄새가 들어오긴 했지만 조금씩 담배 냄새가 사라지면서 호흡이 편해졌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건 일 년 전, 작년 봄 즈음이었다.
지혜가 회사를 옮기고 두 달이 채 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회사는 새로운 발전을 위해 지혜가 입사하기 직전 누구나 아는 대기업 출신의 임원을 모셔와 미래전략실을 신설했다고 했다. 당시 급하게 진행된 신사업에 대해 늦게나마 전략실에서 사업타당성 검토를 한다고 했었고 전략실 총괄 임원은 진행되고 있는 신사업에 대해 현재 각 팀이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지 모든 팀장들이 각자 답을 보내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 메일에는 대표와 사장과 모든 부서장, 팀장들이 수신자로 들어가 있었고 지혜는 메일을 받고 자신의 팀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메일로 답을 보냈다. 그걸 보고 지혜의 팀이 속해있는 J이사는 그에 대해 난리를 쳤다. 신사업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던 J이사는 자신에게 미리 보고도 하지 않고 지혜가 미래전략실에 바로 메일을 보낸 것이 문제가 있다며 화를 냈다. 그러나 미래전략실은 대표 직속 기관이었고, 부서장과 관계없이 모든 팀장들이 개별적으로 답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지혜가 보기엔 J이사는 신사업에서 본인이 제때 하지 못한 일이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중에 평소에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지혜가 메일을 보낸 것이 맘에 안 든 모양이었다. 지혜가 보낸 메일에 ‘부서장한테 보고도 안 하고 이런 메일을 보냅니까?’ 라며 전체 답장을 한 부서장은, 미래전략실 실장이 자신을 자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하다가 급기야는 최종 타겟은 신사업을 맡고 있는 사업부장이라며 소설을 쓰면서 사장에게 갔다가, 다른 팀에 가서 이 중대한 사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떠벌리느라 바빴다. J이사의 입김 때문이었는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S사장은 지혜를 따로 불러 ‘조직생활을 아직 잘 모른다’며 지혜가 실수한 것이라고 했다. 지혜는 왜 본인의 실수인지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사장과 몇 마디 대화를 해 보니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지혜는 '조직의 체계를 지키지 않은 직원'이었다. S사장은,
“김차장보다는 내가 조직생활을 더 오래 했죠? 내가 맞아요”
라고 대화를 끝내며 나가보라고 했다.
한참을 본인의 망상을 회사 전체에 떠벌리고 자리로 돌아온 J이사는 앉아있는 지혜에게 다가와 조직 체계를 모르느니, 차장씩이나 돼서 그런 것도 안 배웠냐느니 끝도 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이야기가 끝날 것 같지 않기에 지혜는 의자에서 일어서 J이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J이사가 멈칫했다.
“사, 사과하세요!”
병신.. 쫄아서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예에~ 이사님 허락 없이 메일 보낸 거는 죄송합니다아~”
비꼼과 무시를 가득 담아 지혜는 대답했다. 대답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던 J이사는 몸을 돌려 사무실 밖으로 나가다가 다시 지혜에게 돌아와 이야기했다.
“김차장 고과는 내가 평가해요”
병신.. 겨우 이건가.. 그때까지 내가 여기 다닐까 봐?
“예에~”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무실에 있던 자신의 부서와 옆 부서 모든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있었고, 인사평가는 자신이 한다는 J이사의 찌질한 이야기를 모두가 들었고, 평소 매너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J이사에게 주눅 들지 않는 지혜를 보고 만만치 않은 애가 들어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지혜가 처음 회사에 출근한 날, 여자라 불편하다, 경력이 맞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대며 지혜의 입사를 격렬히 반대했다던 J이사는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연차로 회사에 있지 않았고 S사장은 지혜에게 저녁을 먹자고 했다. S사장은 J이사가 ‘세다'라는 표현을 하며, 자기주장 강한 J이사가 탐탁지 않음을 넌지시 이야기하며 돌려 까기를 하고는,
“김차장한테 기대가 커요, 오래오래 다니면서 능력을 보여줘요. J이사랑 잘 안 맞는 것 같으면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 이야기하세요.”
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인사평가를 들먹였던 그 ‘사건’이 있은 후, 무슨 이유인지 J이사와 S사장은 세상 둘도 없는 절친이라도 된 듯 수시로 사장방에서 따로 이야기를 하거나 통화를 했고, J이사의 안하무인 행동은 더욱 심각해졌고, S사장은 J이사의 말이면 100% 다 맞다는 듯, 마치 꼭두각시처럼 J이사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말을 하고 업무를 지시했다.
그리고 S사장은 틈만 나면 지혜가 조직생활을 모른다, 뭘 못한다, 뭐가 부족하다는 둥 마치 '부족한 인간'이라 본인이 가르쳐야 한다는 듯 말을 하며 지혜의 생각과 능력을 한정 짓는 듯한 의도의 표현을 했다. '가스라이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지혜는 S사장이 하는 말을 다 귀담아듣지 않으며 시키는 일만 하기로 했다.
이후 훈계를 가장한 S사장의 괴롭힘이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괴롭힘은 점점 더 집요해지고 심해졌다. 담배냄새로 시작해 공기가 답답하다는 느낌과 함께 숨쉬기가 어려운 증상이 나타난 것 또한 S사장의 괴롭힘이 심해지며 스트레스가 심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엔 시도 때도 없이, 장소에 상관없이, 담배냄새가 맡아지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차에서, 집에서, 담배 냄새가 날 일이 없는 장소인데 지혜는 마치 너구리굴 같다고 비유하는 자욱한 흡연실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지혜는 작년 여름쯤 심리상담사인 친구를 만나 카페에 앉아 회사 이야기를 하며 열을 내다가, 또다시 담배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
“여기 이상하게 담배 냄새가 나네. 나 요즘 이렇게 담배 냄새가 굉장히 잘 맡아져. 담배 냄새에 민감해져 있나 봐. 그리고는 답답한 게 숨이 잘 안 쉬어져.”
친구는,
"담배 냄새? 여기 지금 담배 냄새 전혀 안 나는데?"
라며 반문했다.
"아냐, 담배 냄새 많이 나는데. 어휴, 어디서 이렇게 담배들을 피우냐, 숨을 못 쉬겠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친구는,
“지혜야, 담배 냄새날 때 숨이 안 쉬어져?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는데 담배 냄새가 난다고? 그거 일종의 공황 초기 증상일 수도 있는데.. 계속 심해지면 상담을 받거나 정신의학과를 가 보지 그래. 너 요새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나 보다."
라고 이야기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면 매번 숨쉬기가 힘들다는 느낌에, 지혜는 회사 건물 밖으로 잠시 나가거나 옥상 테라스로 가 바람을 쐬곤 했다. 이후에도 매일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은 계속되었지만, 지혜는 굳이 상담소까지 가고 싶진 않아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환기를 시키고 유튜브로 본 명상 동영상의 호흡 조절법을 따라 하며 호흡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본인 스스로 둔하다고 생각하는 지혜에게 신체 증상이 나타날 만큼, 본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지혜는 뭔가 진 것 같은 기분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저런 인간들 때문에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다니.. 그럴 가치가 있는 인간들인가.. '
머리로는 매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통제가 잘 되지 않았고 시간이 좀 지나면 통제가 안 되는 본인에게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본인이 힘든 것 또한 응당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며 지혜는 애써 본인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직은 꽤나 추운 2월의 어느 날, 출근 내내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를 그대로 마시며 지혜는 창문을 열어둔 채로 회사로 향했다. 공기가 차가웠다. 그래도 숨은 쉬어졌다. 자동차 히터의 온도를 좀 더 올리면서 지혜는 올해 초의 뜬금없는 부서 이동 덕분에 J이사의 무례함과 미친 행동, 그리고 S사장의 집요한 괴롭힘을 안 겪어도 되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출근길에 꽤 오랜만에 이 증상이 다시 나타난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지혜는 금방 이유를 찾았다. 이틀 전 퇴근 직전에 지혜를 포함한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연봉 계약서, 아니 연봉 통보서를 받은 것이 바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