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주파수다

감정을 바꾸지 말고, 흐르게 하라

by 하우주

HOW ARE YOU, REALLY?

가끔은 이 질문 하나가, 우리가 애써 지켜오던 ‘좋은 선택’의 표면을 조용히 벗겨낸다. 나는 이것을 ‘괜찮아 병’이라고 부른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입술은 익숙한데, 정작 마음의 안쪽은 다른 말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선택은 내 마음을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나를 숨기는 가면이 되기 쉽다.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들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 루미 「The Guest House」 중, 류시화 번역


좋은 선택이 가면이 될 때

지난 화에서 나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틈’이 생기면 선택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틈은 늘 같은 크기로 유지되진 않는다. 어떤 날은 마음이 잘 정돈된 것처럼 느껴진다. 자극이 와도 한 박자 멈추고, 대응하길 선택하고, 굳이 상처받지 않는 쪽을 고른다.

하지만 어떤 날은 다르다. 몸이 지쳐 있거나, 마음이 이미 흔들려 있거나, 오래 눌러둔 감정이 쌓여 있으면 그 틈은 금세 좁아진다. 멈추지 못해서가 아니다. 내 안에 이미 어떤 감정들이 크게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화, 서운함, 두려움, 억울함 같은 것들.


문제는 우리가 흔히 그 감정들을 ‘좋은 선택’이라는 말로 덮어버린다는 데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좋게 넘겨야지.”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러나 감정이 이미 올라온 상태에서 ‘생각’으로 감정을 억지로 바꾸는 행위는, 선택을 가면으로 바꾸기 쉽다. 그리고 감정은 가면 아래에서 더 커진다. 숨겨질수록 더 단단해지고, 더 오래 남는다.


억지 감정의 함정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한 책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 일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보라고.

감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맞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감정은 ‘억지로 애써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3화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한 때 ‘좋은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내려고 애썼다. 확언을 하고, 백 번 쓰기를 하고, 구체적인 상상을 하며 그 감정을 느껴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몸이 힘들고 피곤하니 좋은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진짜 감정은 더 깊이 숨어버렸다. 겉으로는 긍정의 말을 하고 있는데, 속으로는 불안과 결핍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생각은 좌표이고 감정은 에너지다

우리의 의식이 거대한 항해를 떠나는 배라고 가정해 보자. 생각이 ‘어디로 갈지’를 가리킨다면, 감정은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킨다고 배가 저절로 움직여 북쪽을 향해 가지는 않는다. 여기에 배를 움직이게 하는 실제 동력, 즉 엔진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감정이다.

그런데 엔진이 불안과 결핍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나침반을 억지로 북쪽을 향해 쥐고 있어도 배는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굉음을 내며 점차 망가질 것이다.


이처럼 우주는(=삶은, 의식은) 우리의 언어보다 우리가 실제로 뿜어내는 정서의 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억지 감정은 종종 의식과 연결되는 주파수가 아니라, 내 안의 불일치를 키우는 소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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