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바람은 바다를 닮았다.
그냥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운전하다가 창문을 열고 손을 뻗어 스치는 바람을 느껴보면 알 수 있다.
손에 닿는 5월 바람의 느낌은, 바닷물에 손을 넣고 천천히 저을 때의 느낌과 같다.
흡사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젤리처럼 묵직하게 손을 안아주고 가는 느낌.
2024년의 5월을 온전히 느꼈다.
하늘도 예뻤고, 여느 해와 달리 황사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공기는 맑았고, 바람은 시원하고 몽글거렸다.
5월이 이렇게 좋았던가, 나는 지난해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감정들이 수시로 찾아왔다.
그 이유가 궁금해 나 자신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어리석은 나의 질문에, 이유가 필요하지 않으니 그냥 좋아하면 된다는 답을 다른 방법들을 통해 알게 되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스치는 5월의 바람을 느끼며
‘좋다~~'라고 느낀 순간,
마음이 물어왔다.
"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
나는 대답했다.
"비 온 뒤 맑은 날 창문을 열고 운전하는 것도 좋아.
온도는 18도 정도?
Nell의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게 5월을 느끼다
출근길 스타벅스 DT에 들러 시럽을 넣지 않은 따뜻한 밀크티를 받아 마시는 것도 좋아.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보고 노란색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 것도 좋아.
5월, 가장 좋았던 책은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였어.
그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
일을 하다가 냠냠 먹는 과자들이 좋아.
요즘은 비쵸비가 가장 맛있어.
집에 가는 길 보이는 멋진 석양과 노을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지.
귀가가 더 늦은 날, 산과 건물들 사이로 보였다 말았다 하는 달은 말해 뭐 해.
보름달은 보름달대로, 초승달은 초승달대로 가슴이 벅차.
약간은 쌀쌀한 듯 느껴지는 아지와의 밤 산책은 행복해.
까까를 달라며 쳐다보는 눈은 사랑스러워.
아지도 5월의 밤이 좋은가 봐.
산책 시간은 길어지지만, 산책하다가 어느쯤에 앉아 쉬기도 하며 5월을 만끽해.
집에 오면 어느샌가 내 옆에 와 먹을 걸 내놓으라며 쳐다보는 냥이의 까만 눈동자를 사랑해.
까까를 들고 냥이 방으로 가는 길,
냥냥거리며 앞장서는 냥이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
레이저로 가끔 놀아줄 때마다 뛸 준비를 하느라 꿍실꿍실 흔들리는 엉덩이가 너무 귀여워.
잘 때가 되면 침대로 풀쩍 올라와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는 골골송을 부르며 잠을 자는 걸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홈캠으로 이 녀석들 뭐 하고 있나 보면,
냥이는 볕 좋은 누나 자리를 차지하고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어.
가끔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모습을 보곤 해.
생각해 보니, 난 참 많은 걸 좋아하고 있어. “
많이 행복했던 5월이 지나간다.
5월은 5월대로, 6월은 6월대로 또 다른 모습으로 좋을 것이다.
바다를 닮은 5월의 바람은 이젠 내년을 기약하겠지만,
손가락을 스치는 6월의 바람도 또 나름대로 좋을 것이다.
5월이라 좋았고, 나의 마음이 5월과 닮아 좋았을 것이다.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6월도 좋을 것임을 안다.
6월의 바람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