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놓인 이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의 끝엔 천국이 있을 거라고.
길을 걸으며 내가 원하는 천국의 모습을 그리면
내가 꿈꾸고 그린 천국이 나타날 거라고.
나는 그리며 기도했지, 천국의 모습을
나를 앞서간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길을 걷기 시작한 또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뒤에서 걷기 시작한 몇 명의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희망에 부풀었지, 설레었지, 행복했지.
어느 날은 얼굴에 스치는 찬바람에 눈을 뜰 수 없었고
어느 날은 사막을 걸으며 오아시스를 찾았지.
험한 길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비난에 마음은 무너져 내려.
그게 인생이라고, 다들 그렇게 그 길을 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읊조리며
내 안의 다이아몬드는 변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위로하며,
지친 나에게 다정히 안부를 물으며
그렇게 걷고 또 걸어.
오아시스인 줄 알았는데 신기루였고
정상에 도착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산 중턱이었어.
돌아갈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체념할까, 이대로 주저 않았다간
여기서 사라질까 두려워.
거의 다 온 줄 알았는데 점점 멀어져만 가고
조금만 더 힘을 내 보라고 하기엔,
그 길이 너무도 멀어 보여서
길을 잘못 든 건 아닐까 또 돌아보다가
처음부터 내가 가는 길이 길이라고,
너의 길을 만들면 된다고 그렇게 살았는데
돌아보니 난 여전히 제자리인 듯해.
내가 바라던 천국은 내 앞에 없어.
혼란 속에 숨이 가빠 오고
두려움에 얼어붙어 있다가
슬픔이 턱까지 차올라 오다가
이내 외로움에 서늘해진 마음이
나를 둘러싼 공기까지 잠식해 버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되돌려야 하는 걸까
되돌릴 순 있는 걸까
빛을 잃은 별은 우주의 무덤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