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각형 천장을 이고 선 하렘
이완의 화려함은 벽면의 타일이 만드는 무늬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완의 천장도 무척 공들여 설계하였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칸의 천장의 중앙에는 십각형, 왕비들의 이완 네 곳에는 모두 팔각형을 기반으로 한 도형이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왕비들의 이완은 세 번째 것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의 천장 문양은 모두 같습니다. 채색만 다를 뿐, 모양은 같습니다. 아까 동문 앞에서 본 하수구에서 본 오목 팔각형 바깥으로 꽃잎이 8개 있는 모양입니다. 이 문양 전체를 해석하려면 정사각형 두 개를 엇갈려 겹쳐놓았다는 해석 정도가 아니라 팔각형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해석이 필요하겠어요. 정팔각형을 이용하여 이 문양을 그려볼게요.
정팔각형의 한 꼭짓점에서 한 칸 건너 두 번째 꼭짓점과 선을 잇습니다. 이 과정을 계속하면 그리면 하수구에서 본 오목 팔각형이 그려집니다. 마치 별 모양 같으니 별다각형이라고 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8과 2를 이용하여 만들었으니 8/2각형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정팔각형의 한 꼭짓점에서 두 칸 건너 세 번째 꼭짓점과 선을 이어나가 보세요. 이렇게 그린 별다각형은 8/3각형입니다. 그러면 정팔각형은 첫 번째 꼭짓점을 이어 그린 셈이므로 8/1각형과 같이 나타내면 되겠지요? 마치 약분한 것처럼 8각형이라고 생각하면 감쪽같습니다.
왕비의 이완의 천장에 있는 문양은 가장 안쪽에 8/2각형이 있고 그 바깥쪽으로 8/3각형이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위의 오른쪽 그림을 자세히 보면 보면 8/3각형을 그리면 그 안쪽에 8/2각형이 저절로 생김을 알 수 있습니다. 8/3각형 바깥쪽의, 마치 꽃잎이 8개인 꽃 같은 문양은 로제트라고 부르는 문양입니다. 로제트는 방사형으로 둥글게 퍼진 잎 형태를 말하는데, 고대부터 메소포타미아, 인도, 로마, 이슬람 지역까지 종교나 장식의 모티브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결국 왕비의 이완 세 곳의 천장에는 팔각형을 기반으로 하는 별다각형 두 종류와 8겹 로제트가 디자인되어 있고, 여기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넣은 모양입니다.
이제 칸의 이완을 볼게요. 십각형을 기반으로 한 별다각형과 10겹 로제트가 있습니다. 왕비의 이완에서 팔각형을 기반으로 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왕비의 이완과 다른 점은 로제트의 너비가 일정하지 않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좁아진다는 점입니다. 약간의 변화를 주면 그릴 수 있어요. 이와는 반대로 바깥쪽으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로제트로 그리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모양의 로제트는 경박해 보이기 십상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