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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호영 Aug 25. 2021

히바_돌의 궁전 타쉬 하울리 5

벽면에 새긴 조로아스터교의 평안


주춧돌에 새긴 상징     


하렘의 이완마다 목각 기둥이 하나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칸의 이완에 있는 목각 기둥은 다른 기둥보다 더 두꺼워 보입니다. 칸의 권위를 나타내나 봅니다. 어김없이 이곳 목각 기둥에도 섬세한 문양이 반복되면서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주마 모스크와는 달리 주춧돌에도 조각이 새겨져 있습니다. 주춧돌의 정육면체처럼 생긴 아래쪽 네면은 물론 원뿔처럼 줄어드는 중간 부분과 위쪽 원기둥 부분에까지 섬세하게 조각이 새겨져 있습니다. 돌에 이런 무늬를 새기자면 얼마나 깎고 다듬어야 했을까요.      


칸의 이완 옆인 두 번째 이완의 주춧돌에는 卍자를 형상화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문양은 불교의 卍자와 나치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보다 먼저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이었습니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삶은 영원불멸로 순환한다고 합니다. 자연의 물, 불, 공기, 흙도 순환하며 이 순환을 나타낸 상징이 바로 卍자, 또는 십자 모양이라고 합니다. 


동쪽에서 두 번째인 왕비를 위한 이완. 수놓은 걸개와 인형, 접시, 채색타일 등 각종 기념품을 팔고 있다. 주춧돌에는 조로아스터교의 卍자 문양이 있다.


조로아스터교의 흔적은 주춧돌의 문양뿐만 아니라 벽면의 흙빛 벽돌에도 남아 있습니다. 궁전 전체 벽면에 붙여 놓은 초록색 리본 모양 타일은 조로아스터교에서 평안을 상징하는 문양입니다. 십자 모양이 변형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리본 모양, 나비 모양이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이라는 자료는 찾을 수 있었으나 그 기원은 알 길이 없습니다.      


하렘 벽면에 조로아스터교의 평안을 상징하는 문양이 가득하다.

     

사실 이 문양은 서문 들어오자마자 서 있던 무함마드 아민칸 마드라사의 굴다스타에도 있었습니다. 굴다스타 아래쪽에 초록빛 타일로 규칙적으로 박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칼타 미나렛의 십자 무늬도 조로아스터교의 흔적인가 싶습니다. 

페르시아 사산왕조가 이슬람에게 정복당하면서 조로아스터교의 교세는 완전히 꺾였지요. 타쉬 하울리 궁전을 지은 19세기에는 조로아스터교가 호레즘 지역에서 세를 떨치던 시기가 아니지만 일부 교리가 토속 신앙처럼 사람들 의식 깊이 뿌리내렸나 봅니다.    

 

아라베스크 문양과 얽힌 캘리그라피    

 

이슬람의 건축물에는 쿠란의 구절이나 알라를 찬양하는 경구가 새겨져 있음은 알고 있지요? 여기 하렘은 캘리그라피는 없고 온통 아라베스크 무늬뿐인가? 궁금증을 갖고 둘러봐도 글자를 찾긴 쉽지 않습니다. 글자와 문양을 구별할 능력이 없는 탓입니다. 하렘의 다섯 개의 목각 기둥 주춧돌에 잠언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칸의 첫 번째 이완의 주춧돌에는 당시 유행했던 나스탈리크체로 ‘알라와 함께 하여, 그의 보호 아래서 축복 받으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한 번 찾아보시지요.     


칸을 위한 이완의 목각 기둥 주춧돌의 상단에는 잠언이 아라베스크 무늬와 겹쳐서 새겨져 있다.*

    



* (그림 출처) Huda Salah El-Deen Omar, The Marble Bases of Kunya Ark and Tash-hauli Palaces in Khiva During the 13th AH/ 19th AD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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