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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호영 Dec 26. 2021

푸른 돔의 도시 사마르칸트 5

스승을 머리에 이고 누운 티무르


화려한 무카르나스 아래 아치문을 통과하여 들어서자 오른편에 커다란 돌로 된 우물이 눈길을 끕니다. 테두리가 움푹움푹 패인 이유가 전사들이 팔꿈치를 대고 마셔서랍니다. 그런데, 밑이 막혀 있어 욕조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티무르의 욕조였다면 뭐라고 설명할까요? 기록이 없으니 우물인지 욕조인지 여행객은 알 길이 없습니다.     


구르 아미르 마당 오른편에 있는 우물 또는 욕조(왼쪽). 벽면의 파란색 정팔각형 문양(오른쪽).

          

구르 아미르 마당 한가운데에는 십육각형 모양으로 손가락만큼 가는 구멍 몇 개가 뚫린 하수구가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구멍이라니, 만날 때마다 반갑고 신기합니다. 그쯤에 서서 돔을 이고 있는 구르 아미르 건물을 바라봅니다. 예전에는 훨씬 많은 건물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단출합니다. ㄷ자 모양으로 늘어선 건물 위쪽으로는 틀림없이 성스러울 문장들이 띠를 두른 듯 새겨져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주름 잡힌 푸른 돔, 양쪽에서 지켜주는 미나렛, 글자인 듯 문양인 듯, 수평으로 길게 늘어선 쿠피체가 감싸 안은 ㄷ자 건물의 크고 작은 아치 모양의 흙벽, 마지막으로 돔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순백색 무카르나스. 이 모든 것이 어울려 신성한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순백색의 무카르나스가 신성한 ㄷ자 모양으로 남은 돔 건물. 벽면은 팔각꽃무늬가 수직으로 반복된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온통 황금빛으로 찬란합니다. 중앙의 까마득히 높은 돔 천장에서는 원형으로 황금빛 문양이 흘러내리고 사방으로 설치된 열린 둥근 천장에는 황금빛 무카르나스가 빛을 반사하고 있습니다. 네 개의 무카르나스를 잇는 벽면의 문양도 모두 황금빛으로 반짝거립니다. 황금의 나라에 들어선 듯합니다. 

고개를 젖히고 천장과 벽면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황금빛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대단합니다. 황금빛이 몸에 스며들 즈음, 바닥에 놓인 관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생겼습니다. 가운데 검은색이 티무르의 관입니다.  

   

구르 아미르 내부. 티무르의 관을 포함하여 아홉 개의 관이 있다. 중앙의 돔, 사방의 무카르나스, 벽면이 온통 황금빛이다.


티무르의 관은 크지 않습니다. 다른 관들과는 달리 까만색이라 눈에 잘 띌 뿐. 티무르의 관은 스승 사이드 바라카의 발치에, 티무르의 발치에는 울르그 베그가 누워있습니다. 그 흐름에 눈길을 멈춥니다. 티무르 제국은 티무르의 스승에게서 시작되어 울르그 베그에 이르러 완성되었다고 보니까요. 레지스탄 광장과 울르그 베그 천문대에서 그 찬란했던 영광을 곧 보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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