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말뚝과 중심
“수학 숙제는 이따가 집에 가서 하고 저기서 신발 뺏기 놀이나 하자.”
시내가 갑자기 신발 한 짝을 벗어 수담이 머리를 가볍게 톡 때리며 말했다.
“신발 뺏기?”
수담이는 머리를 썩썩 문지르고는 주섬주섬 신발을 벗어들었다. 시내는 누렁소가 풀을 뜯어 먹은 자리를 따라 원을 그렸다.
“신발을 이 안에 놓고 상대방의 신발을 먼저 꺼내면 이기는 거야. 원 안에 손을 짚거나 몸이 닿으면 안 돼.”
시내는 게임 규칙을 말하고는 말뚝을 박았던 곳에 신발을 놓았다. 원주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궁리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던 수담이는 신발을 벗어 대충 던져 놓았다. 그 덕에 시내는 수담이 신발을 쉽게 쉽게 꺼낼 수 있었다. 반면 가운데까지 손이 닿지 않는 수담이는 번번이 졌다. 세 번을 내리 이긴 시내가 수담이 운동화를 두 손에 주워든 채 개선장군처럼 말했다.
“말뚝 박은 데까지 몸을 뻗기가 어렵지? 말뚝 박은 곳이 가장자리에서 가장 멀지.”
시내는 수담이 운동화 끈을 풀어 길게 잡고 운동화를 빙빙 돌렸다. 시내가 약을 올리듯 말했다.
“어? 수담아, 이거 봐라. 여기도 원이 있어.”
“어디?”
시내가 약 올리듯 말하자 수담이가 좀 억울한 듯 시내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내가 운동화를 빨리 돌릴 테니까 잘 봐.”
“어, 정말 원이네?”
시내의 손놀림을 따라 운동화는 빙빙 돌며 원을 그리고 있었다.
“재미있다. 그러니까 이 운동화 끈이 아까 그 고삐 줄과 비슷한 거네. 그렇지?”
수담이가 빙빙 도는 신발을 잡으려고 손을 공중에 휘저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겠구나.”
시내가 빠르게 돌리던 손을 서서히 멈추며 대답했다.
“그런데, 시내야. 너, 내 신발 다시 줄 거지?”
수담이는 운동화 없이 맨발로 집까지 간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시내는 걱정하는 수담이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장난치듯 말했다.
“아니야. 이 신발 이제 내 거야. 안 줄 거다.”
수담이가 머쓱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였다. 시내가 깔깔 웃으며 운동화 한 짝을 건네주었다. 수담이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시내와 수담이는 운동화를 한 짝씩 빙빙 돌리며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발바닥이 따끔따끔했다. 맨발에 느껴지는 흙의 감촉이 새롭고 기분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