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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universal seoulite Mar 25. 2024

나는 다시 하이힐을 신을 수 있을까?

매일 하이힐만 고집하던 때도 있었다. 하이힐을 신고 뛰어야 한다면 발가락으로 구두를 꼭 붙들어서라도 뛰었다. 발목이 부러질 듯 높아 보여도 8센티 굽은 꼭 지켜내려고 했었다.      


더 예뻐 보이고 싶었고 더 커 보이고 싶었고 더 세련되어 보이고 싶었고 더 인정받고 싶었다.

      

그러나 실은 발이 멀쩡한 날이 없던 시절이었다. 티눈은 여기저기 박혀서 닿으면 아팠고 뒤꿈치는 까지기 일쑤였고 종아리는 늘 뻐근했었다. 그래도 나는 발이 아픈 것쯤은 기꺼이 감수하며 하이힐을 고집하고 내 스타일을 오랫동안 지켜내었다.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 발바닥에 불이날지언정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예쁘게 걷기 위해 참으로 열심히 노력했던 나날이었다.     


그랬던 내가 하이힐을 신지 않은지 이제 오래되었다. 나이가 들어도 하이힐은 놓지 말자던 다짐은 잊은 지 오래다. 한때는 마치 붙들고 싶은 젊음처럼 하이힐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할 것 같았지만 내 발은 이제 운동화에 더 익숙하다. 오랫동안 딱딱하게 굳어서 점점 커지기만 했던 티눈도 굳은살도 이제는 내 발에서 사라지고 없다.     


나는 이제 잘 안다. 내게 맞는 신발이 어떤 것인지. 나는 이제 더 이상 아파도 참고 반짝이는 하이힐 속에 내 발을 구겨 넣으며 괜찮다고 나를 다독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내게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사는 동안 내가 얼마나 속으로 힘들어 했는지 알기에 더는 나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다. 날개 달린 샌들을 신은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처럼 휘리릭 자유롭게 가고싶은 길로 나를 인도해줄 내게 맞는 신발을 신고 나답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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