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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universal seoulite Apr 07. 2024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최강 한파가 불어닥친 겨울 어느 날 아침이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와중에 창밖으로 자꾸만 솜뭉치 같은 무언가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자세히 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거친 겨울 강풍에도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면서 힘겹게 나부끼고 있었다. 잠시 잊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작은 새가 보였다. 바람을 거슬러 내가 보이는 창을 향해 힘겹게 날아오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작은 새가 그토록 추운 겨울날 내 창에 찾아온 것은 도움을 청하려 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줘야 할지, 어떤 먹이를 줘야 할지 도무지 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우선 집 안에 있는 작은 상자에 보온이 될까 비닐이라도 채워 넣고 밖에 내놓았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식재료 중에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것들도 함께 내놓았다. 영하 14도의 춥고 긴 겨울밤을 작은 새가 얼어 죽지 않고 잘 버텨주길 바라면서. 아무리 새 깃털이 보온성이 좋다 해도 모든 게 순식간에 얼어붙을 것 같은 혹한에 그 작은 새가 버티기에는 너무 잔인한 밤 같았다.      


다음날 아침 나가보니 상자에 소복이 쌓인 눈만 보일뿐 새가 다녀간 흔적은 없었다. 생명의 움직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겨울 한파에 작은 새가 어두운 밤을 잘 보냈기를 바랐다. 정오가 지나자 그 작은 새가 다시 창에 나타나 날갯짓으로 창문을 두드리고 사라졌다. 조금 큰 사람 엄지 손가락 크기만 한 작은 새가 그 험난한 밤을 견뎌내고 살아서 날아온 것을 보고 얼마나 크게 안도했는지 모른다. 내 말을 알아듣는다면 창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고 싶었다. 집 안에서 껴입은 채 담요를 두르고도 추운데 얼마나 추웠을까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웠다.


나는 그 작은 새 이름이 무엇인지 구글 검색창을 열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작디작은 새는 북미 지역에 흔한 허밍 벌드(Humming Bird)로 우리에게 ‘벌새’라고 알려진 새였다. 녀석은 벌처럼 꿀을 빨아먹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곡식을 내놓았으니 참 답답했을 터다. 그러고 보니 근처 아파트 창에 얼어붙은 꿀통을 새 꿀물로 채우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제야 나는 창에 달려있던 빨간색 통이 벌새 먹이통임을 알게 되었다. 하나 둘 모여드는 벌새가 부리를 꿀통에 집어넣고 허기를 채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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